이집트 판 ‘긴급조치’ 도입...반정부 시위 격화

무르시 대통령, “대통령 명령 이의제기 불가, 사법부 의회 해산권 제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집권 5개월 만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계획하며 대중적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수 만명이 타흐릴 광장에 다시 모여 무르시 퇴진을 요구했다. 이집트 사법부 최고기관도 새 헌법 선언은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집트 일간지 <아흐람> 온라인판에 따르면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은 22일 저녁 새 헌법 선언문을 발표하고 자신의 권한을 강화시켰다. 그는 “혁명 수호를 위해 자신이 지시한 모든 결정 사항은 새 헌법이 공포될 때까지 이의 제기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사법부의 권한을 제한하고 무슬림형제단 주도의 제헌의회 해산 가능성을 봉쇄했다.

무르시는 이날 새 헌법 선언에 대해 “나는 이 국가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무르시의 대변인 아쎄르 알리는 “이번 선언으로 이집트는 보다 빠른 민주주의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무르시 대통령의 헌법 선언에 대해 무슬림형제단 대변인은 “혁명적인 발걸음”이라며 반겼다. 수 천 명의 무르시 지지자가 대통령궁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이날 발표한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그러나 무르시의 헌법 선언은 즉각적인 대중적 반발로 이어졌다.

[출처: http://english.ahram.org.eg 화면 캡처]

새 헌법 선언이 발표된 다음 날 이집트 수도 카이로 타흐릴 광장에는 수만명이 모여 새 헌법 선언 반대 시위를 벌렸다. 수에즈, 이스마일리자와 포르트 사이드 등 주요 도시에서도 시위가 일어났고 여당인 자유정의당(FJP) 당사가 파괴되고 불에 탔다. 시위대는 알렉산드리아에서도 여당 지부를 습격했다. 거리에 나선 사람들은 “무르시는 이집트의 새로운 파라오다”, “그는 민족의 권리와 권력을 훔쳤다”, “민중은 정권을 쓰러뜨리고자 한다”, “두려워 말라, 무르시는 떠나야 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아흐람>은 24일, 전날 시위를 돌아보며 “대통령 임기 5달 만에 이집트 무르시 대통령이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 전복을 주도했던 이들과 똑같은 청년들의 분노를 초래했다”고 보도했다.

  시위에 나선 한 사람이 타흐리르 광장에서 “무르시는 떠나라, 이집트는 당신에게 너무 크다. 민중은 정권 몰락을 원한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출처: http://www.aljazeera.com 화면캡처]

시위에 참여한 한 사람은 “무르시는 무바라크에게 일어난 일로부터 배우지 못했나? 그는 똑같은 운명을 맞을 수 있다. 그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또 다른 혁명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23일 시위에는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을 지냈던 무함마드 엘바라데이도 참석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 참여했던 후보자들도 시위에 함께 했다. 좌파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아부 알-하리리(Abu Al-Izz Al-Hariri)는 경찰의 폭력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

24일에는 이집트 사법부 최고기관인 최고사법위원회가 무르시의 결정을 사법부 위에 서려는 “전례없는 공격”이라고 비난하고 “사법적 권위를 모욕하는 모든 법령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혁명 후 2년 가까이 지났지만 이집트에는 아직 새로운 헌법이 없다. 지난 6월 대선 바로 전 이집트 헌법재판소는 자유정의당 주도 의회를 해산시켰고 이후 제헌의회가 선출돼 헌법을 마련중이지만 아직 성사되지 못했다.

애초 22일 집회는 1년 전 탄타위 군사최고위원회에 맞섰던 시위대 죽음을 애도하며 무르시 내각 사임을 포함해 폭력 경찰 처벌과 경찰조직 개편을 요구하기 위해 제안됐다. 그러나 22일 무르시 대통령이 새 헌법 선언을 발표하자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타흐릴 광장으로 몰려들며 대중적인 반정부 시위로 진행됐다.

한편 무르시는 최근 부상했던 시위에 대해 “이집트 재기를 원치 않는 외국의 반대자와 구정권 잔존자” 결탁의 결과라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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