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자신이 깃드는 장소가 있다

[식물성 투쟁의지](46) 막내 동생 성신이의 결혼을 축하하며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려져 병원에 입원했을 때
너는 가장 먼저 아버지 곁에 있었고
막내 며느리 될 애인을 아버지에게 소개했지
아버지에게 그것처럼 특별한 치료약이 있었겠니

니 형이 노동운동 한다고 공장지대에서, 혹은 투쟁의 거리에 있을 때도
너는 고목 같은 어머니의 손을 잡아줬고
아버지의 고단한 허리를 대신했다
너는 우리 집안의 장남이었다

아버지 빚까지 떠 안아 오랫동안 신용불량자였지만
넌 신기하게도 외롭고 쓸쓸한 신림동 옥탑방에서도 절망하지 않았고
한 번은 더 살고 싶은 날들을 향해 오히려 담담한 웃음을 지어보였지
장남 역할 못하는 형을 한 번도 욕하지 않고 오히려 안부를 물어주었지

아름다움은 자신이 깃드는 장소가 있는 법이야
오늘 단풍이 더욱 붉은 이유는 네가 성실하게 살아왔던 날들의 내력일거야
이곳에 나이 들어 어여쁜 색시 초대하니 어찌 단풍이 곱지 않겠니

평등하게 살아야 한다
밥상을 받으려고 하기 전에
함께 일 나가는 아내를 위해 서툴지만 네가 밥상을 차려라
네 짠 입맛에 간을 맞추기 보단
아내를 위해 조금은 더 싱겁게 간을 맞추고
숟가락과 젓가락도 나란히 마주보게 수평으로 놓아라
집안 살림살이 하나 하나에 네 손때가 묻어야 한다
평등하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다

내 삶을 이루는 많은 것들이
너의 속 깊은 배려라는 걸 왜 모르겠니
성신아! 너는 지난 세월 나의 자랑이었고 고마움이었다
네 삶에 깃든 단풍처럼 곱고 행복하게 살아라
아름다움은 자신이 깃드는 장소가 있다
(2012년 8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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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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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스한

    겨울 초입에 듣는 따스한 시...
    아침부터 마음을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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