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 선택한 생애 첫 콘서트

[연정의 바보같은 사랑](64) 활동 27년 만에 개인콘서트 여는 음악인 정윤경

[필자주] ‘희망의 노래 꽃다지’의 음악감독이자 가수인 정윤경 씨가 생애 첫 콘서트를 합니다. 음악활동 27년 만에 처음 하는 ‘정윤경 콘서트’는 11월 30일(오후 8시)과 12월 1일(오후 6시) 홍대 ‘벨로주’에서 열립니다. 정윤경 씨는 1986년 명동성당청년연합회 산하 노래패 ‘신새벽’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하여 민중가요 노래패 '새벽'에서 노래와 기타·건반 연주 활동을 했습니다. 1999년, 첫 솔로앨범 ‘temporary xxx files’를 발표하고, 2001년에는 유인혁·고명원 씨와 함께 ‘유정고밴드’를 결성하여 1집 앨범 ‘람상’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2003년 ‘유정고밴드’ 해체 후에 2004년부터 꽃다지 음악감독으로 합류하여 연주와 코러스 등을 하다가 2011년부터 꽃다지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유정고밴드’ 시절 만든 노래와 꽃다지 활동 중에 만든 노래, 어린 시절 좋아했던 노래 등 정윤경의 음악인생을 포장이나 과장 없이 돌아보고 나누는 시간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예매는 여기(링크)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정윤경 씨 개인 콘서트 소식과 27년간의 음악 활동, 노래와 문화에 대한 생각을 몇 회에 걸쳐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내 이름은 감독님

“저희도 깜짝깜짝 놀래곤 해요. 우리가 이렇게 잘 했었나. 볼만하시죠?”
“네~”
“나이가 드니까 뻔뻔해지기만 해요.”

11월 24일 저녁, 홍대 클럽 ‘제스’. 어슴푸레한 조명 아래 무대에서 중년의 한 남자가 너스레를 떨고 있다. 어깨에는 기타를, 목에는 하모니카를 걸고 있는 이 사람은 ‘희망의 노래 꽃다지’ 음악감독이자 매니저, 그리고 가수인 정윤경 씨다. 공익재단 동행이 주최하는 ‘콘서트 동행’에는 가수 연영석 씨와 손병휘 씨, 꽃다지가 함께 출연했다.

  ‘콘서트 동행’에서 공연 중인 ‘희망의 노래 꽃다지’

“날씨가 많이 추워졌죠? 추워지니까 더 생각나고 걱정되는 분들이 계세요. 거리에 내몰려진 그 분들을 생각하면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 ‘내가 왜?’ 부르겠습니다.”

찬바람 부는 날 거리에서 잠들 땐 너무 춥더라 인생도 시리고
도와주는 사람 함께하는 사람은 있지만 정말 추운 건 어쩔 수 없더라


꽃다지 4집 앨범 ‘노래의 꿈’에 수록된 ‘내가 왜?’는 정윤경 감독이 한겨울 거리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재능교육 해고노동자들의 집회에서 노래하고 집으로 가는 언덕길을 오르면서 만든 노래다. 정감독은 세상에 내버려지고, 세상 사람들에게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린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의 아픔을 1인칭 화법으로 간결하게 표현한다. 이 노래는 재능교육 해고노동자들의 투쟁을 내용으로 하는 뮤직비디오에 사용되기도 했다.

정윤경 씨는 일명 ‘감독님’으로 불린다. 그 호칭의 유래는 몇 해 전에 만났던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부모를 가진 대학생들이 차마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감독님’으로 불렀던 것에서 시작한다.

“내 이름은 감독님. 성은 감이요 이름은 독님. 지나치게 독특한 이름. 어느 순간부터 정해진 이름. 그 와중에 기는 살려주겠지만 성씨 개명은 못 봐주겠다는 울아버지 호명은 정.감.독!”

정윤경 씨가 2010년 게시판에 올렸던 글이다. ‘~님’ 등의 단어에 센 알레르기가 있는 정감독이지만, 나이가 든 덕분인지 요즘은 ‘어색하긴 하지만, 주제넘어 황송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 정윤경 씨가 오는 11월 30일과 12월 1일 홍대 ‘벨로주’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한지 27년 만에 생애 첫 콘서트를 한다.

나를 위해 노래를 이렇게 많이 불러보긴 처음이에요

“땀 흘리고 담배 피는 게 제일 맛있는 거 같애.”

공연이 끝나고, 뒤풀이 장소로 이동하던 정감독이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문다. 이날 꽃다지는 4집 앨범 타이틀곡인 ‘노래의 꿈’과 ‘Fighter’, ‘한결이’ 등 앙코르곡까지 총 8곡의 노래를 불렀다.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마치 신들린 듯이 연주와 노래를 했다. 꽃다지 대표 민정연 씨는 “정감독이 양손을 올려서 박수치는 걸 이날 처음 보았다”고 했다.

“나를 위해 노래를 이렇게 많이 불러보긴 처음이에요. 공연 연습하고, 노래하는 즐거움을 새로 찾는 기분이에요. 엊그제는 꽃다지 이 공연 연습하고 나서 내 콘서트 연습을 했어요. 다른 친구들은 피곤해서 맛이 점점 가는데, 저 혼자 신이 난 거에요. 너무 좋아가지고. 오우, 진짜 신 나가지고 했어요.”

그날 원하는 소리를 다 내고 있는 자신을 보는데,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란다. 그 좋은 기분을 받아 ‘콘서트 동행’ 공연도 무척 신나게 할 수 있었다. 출연자들 간의 조화와 음향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정감독은 자신에게 음향감독이나 조명감독은 는 ‘하늘’이라고 했다. ‘소리’는 공기의 전달이기 때문에 공기의 온도와 공연장 관객 수에 따라 음악 세기를 조절해주어야 한다. 그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디지털’ 운운하는 엔지니어들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 정감독은 이날 음향을 담당했던 음향자유 엔지니어 조현민 씨와 아르바이트생에게까지 고마움을 표현한다.

  11월 24일, ‘콘서트 동행’에서 공연 중인 정윤경 감독

자기를 객관화하는 게 제일 어려운 거 같아요

“내가 가장 상처받는 말 중의 하나가 ‘야. 너 노래는 하나도 기억 안 나는데, 니가 웃긴 것만 기억나.’ 하는 거에요.”

내가 첫 인사로 멘트가 재밌었다고 하자 정윤경 감독이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무대에 오르는 순간부터 내려오는 순간까지 노래와 연주 그리고 재치 있는 멘트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그이건만, 그에게도 ‘무대공포증’은 예외가 아니다.

“옛날엔 안 그랬는데, 나이가 들수록 긴장을 더 하게 되더라고요. 엄청 긴장해요. 공연 들어가기 전에 화장실 가고 싶고. 진짜 절박해서 그런 거 같애. 콘서트에서 한번 못하면 바로 아웃되거든요.”

공연을 보는 사람들은 결과만 보고 “저 사람들 왜 그래?” 하고 끝나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정감독을 포함한 꽃다지 멤버들은 거리 공연을 할 때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정감독은 이러한 긴장감을 ‘비록 아무도 기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고공농성 못지않은 우리의 전쟁이자 전투’라고 표현한다.

  ‘정윤경 콘서트’ 포스터
[출처: '희망의 노래 꽃다지']

“꽃다지는 그동안 쌓아온 게 있어서 조합이 가능한데, 나는 처음 하는 거잖아요. 곡은 많이 있지만, 결과물에 대한 확신이 안 생긴 상태에서 감에만 의존해서 해야 하는 거니까요. 자기를 객관화하는 게 제일 어려운 거 같아요.”

콘서트가 임박할수록 선곡과 연습, ‘사람들이 와줄까?’하는 걱정들로 스트레스가 많다. 연습할 시간이 부족한 것은 큰 스트레스였다. 이날 공연도 있었고, 최근 4회에 걸쳐 전국을 돌며 했던 ‘이주민과 함께하는 꽃다지 콘서트’는 개인 콘서트 일주일 전에서야 마무리되었다. 11월 26일 하루 쉬고, 콘서트 전까지 사흘 정도가 개인 콘서틀 위해 온전하게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알아서 들으시면 되는 거죠

2004년 꽃다지에 들어온 정감독은 이후 6년 정도 공연할 때 뒤에서 조용히 반주만 했다. 공연에서는 가수가 최고이고, 가수들이 빛나야 한다는 정감독의 생각이 그를 항상 뒤에서 드러나지 않게 했다. 그는 큰 공연을 가도 뒤풀이 자리에서 가수들과 함께 있지 않고, 연주자들과 술을 먹고 돌아가곤 했다. 심지어 그는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았다. 6년 동안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저 사람이 꽃다지였어?’ 할 정도였다. 2010년에 가수 이태수 씨가 꽃다지 활동을 정리하면서 정윤경 씨는 ‘어쩔 수 없이’ 코러스 등을 담당하는 이른바 ‘보조가수’로 무대에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내가 그를 기억하는 것도 이 무렵부터다. 그는 기륭전자 농성장에서 가끔 관객들의 요청으로 독창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몇 번 그의 노래를 접한 나는 급기야 기륭전자분회 송년회 때, 사인을 요청했다. 다소 무안해하면서 사인을 해주던 당시 정감독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뒤로 보면 가끔 인사를 하기도 했었는데, 그는 나를 이번에 처음 보았다고 했다.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정감독은 인터뷰 내내 ‘경계 없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아 나를 당황하게 했다.

“알아서 들으시면 되는 거죠. 얘기하다가 맞으면 더 하고, 아니면 마는 거니까요.”

그는 본래 오픈시켜놓고 대화를 한다고 했다. 얘기하는데, 잴 필요가 뭐있냐고 한다. 20대 때 ‘전문노련 노래패 들무새’ 강사를 하던 시절에는 술자리에서 한 간부에게 “열심히 하시는데요. 여러분이 걸림돌 같애요.”라는 말을 하자 그 사람이 그냥 가버린 일화도 있다.

정윤경이 살아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올 봄, 꽃다지에서 15년 동안 활동한 조성일 씨가 솔로 가수로 독립하면서 가수뿐만 아니라 차량 운전까지 그의 몫으로 돌아오는 등 꽃다지 내에서 그의 역할은 더 늘었다. 최근에는 과도한 연습으로 손목 관절에 문제가 생기고, 어깨가 탈골되는 등 건강상의 악신호도 찾아왔다. 이번 개인 콘서트는 정윤경 감독이 개인적으로 최악의 상황에서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선택한 것이다. 꽃다지 민정연 대표는 5년 전부터 꽃다지 내부에서는 새해 인사처럼 '올해는 꼭 정윤경 솔로 콘서트합시다'라는 얘기가 있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뭔가 해볼 만하겠다 싶을 때, 그만두는 멤버가 생기거나 일이 많아지는 등 사정이 생기면서 ‘슬쩍 없던 이야기’로 지나와 많이 미안했단다. 결국 정감독의 개인콘서트는 이번에 정감독의 결단으로 추진되었다.

“내가 하겠다고 했어요. 살고 싶어가지고. 잘 정리해서 정윤경이 살아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음악하는 사람한테 콘서트는 그런 의미에요. 나도 살고 싶고, 살아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하는 거에요.”

꽃다지는 이후 가수 정혜윤 씨와 홍소영 씨의 콘서트 계획도 하고 있다. 정감독은 20년이 된 꽃다지를 1기로 보고, 2년 안에 꽃다지 2기를 출범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신입을 받아들이고, 현재 멤버들을 트레이닝을 시켜 솔로로 독립시켰다가 필요한 시기에 함께 공연하는 것이 그가 가진 청사진이다. 혹시 이번 개인 콘서트가 솔로 가수 독립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에 그는 현재 그럴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간보고 있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사회적 가치를 고려할 때, 꽃다지를 움켜쥐고 가고 싶은 마음이 한편에 있고, 다른 한편에는 독립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또, 한계에 도달한 몸 상태를 볼 때, 다 집어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단다.

  2009년 12월, 기륭전자분회 송년문화제

내 삶에 대한 정리이자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

1986년에 명동성당청년연합회 산하 노래패 ‘신새벽’ 활동으로 음악인의 첫발을 내디딘 이후 27년 만에 중년을 훌쩍 넘기고 ‘생애 첫 콘서트’를 하는 정윤경 씨에게 이번 콘서트는 의미가 크다. 첫 솔로앨범 ‘temporary xxx files’를 발표했던 1999년에 ‘첩첩산중’이라는 공연을 한 적이 있긴 했는데, 이는 연영석·서기상·윤미진 씨와 함께 하는 조인트 콘서트였다. 정감독은 설렘보다는 흥분감이 더 크다고 했다.

“내 삶에 대한 정리에요. 또 한걸음 나아가기 전에 정리하는 의미가 크겠죠. 나는 어쨌든 일반사람들보다 독특한 직업을 가진 건데, 나와 같은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을 만나는 작업이 되겠죠. 난 내가 완전히 혼자라는 생각은 안 해요.”

이번 콘서트는 음악인 정윤경의 삶과 활동을 돌아보고, 한걸음 더 내딛기 전에 하는 큰 심호흡과 같은 것이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빛났다고 기억하는 ‘유정고밴드’ 시절과 지난 8년 동안 자신이 했던 꽃다지 작업을 기억하고 이를 관객들과 공유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정감독은 <바위처럼> 등을 만든 유인혁 씨, 메이데이 출신 고명원 씨와 함께 했던 ‘유정고밴드’ 시절이 자신에게 가장 많은 에너지와 자신감이 있던 때라고 회상한다. 무엇보다 함께 했던 이들이 든든했다. 그런 그의 음악을 매개로 하여 자신과 닮은 사람들을 찾는 것은 이번 콘서트를 하는 또 하나의 목적이다. 그것이 결국은 자신의 행복과 이어질 거라는 생각이다.

정윤경의 음악인생, 그리고 다시 시작

이번 콘서트의 제목은 ‘정윤경 콘서트’다. 왜 따로 제목을 정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정윤경 콘서트니까요. 굳이 이름을 정할 필요가 있나요?”라고 묻는다.

정윤경 콘서트는 1곡의 연주와 16곡의 노래를 포함하여 총 17곡 플러스 알파로 진행될 예정이다. 예비관객들은 알파를 ‘너무 힘들지 않은 선에서 최대한 많이 부르려고 애쓰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마음을 담아서 연주곡을 하나 만든 게 있어요. 리스타트(restart)나 스타팅 오버(starting over)의 의미죠. 아침에 눈을 뜨고, 준비하고, 마음을 정리하고, 문을 열고 걸어가는 모습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곡이에요.”

이번에 처음 발표될 연주곡의 가제목은 ‘다시 시작’이다. 이 곡에는 나이듦과 건강, 생계 등 물리적 한계에 도달한 자신의 삶과 음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고자 하는 음악인 정윤경의 의지가 담겨있다. 이것은 이번 콘서트의 전체 컨셉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스타팅 오버(Starting over)’는 정감독이 좋아하는 존레논의 마지막 앨범 ‘더블판타지(Double Fantasy)’에 수록된 노래이기도 하다.

  ‘유정고밴드’ 멤버들. 2001년 1집 음반 '람상' 자켓 사진으로, 왼쪽부터 유인혁 고명원 정윤경.
[출처: '유정고밴드']

나머지 16곡의 노래는 유정고밴드 1집 앨범 ‘람상’에 수록된 노래들과 2003년 밴드가 해체되면서 앨범으로 만들어지지 못한 노래들, 그리고 꽃다지 4집 앨범 ‘노래의 꿈’에 수록된 노래 등으로 이루어진다. 유정고밴드 시절에 많든 노래들은 현재 유정고밴드를 모르는 사람도 많거니와, 또 안다해도 앨범 미수록곡들이 많다 보니 ‘사실상 신곡’이라고 할 수 있다.

“정윤경 콘서트는 기존의 새벽-유정고밴드-꽃다지로 이어지는 음악행보의 총결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윤경의 음악인생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겁니다”

민정연 대표는 정감독이 민중가요에만 머물지 않고 그가 젊은 시절부터 좋아했던 노래들까지 커버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동헌 씨의 ‘나무’를 부르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나는 하늘을 찌를 때까지 자라려고 하오. 무성한가지와 그늘을 펴려 하오.”라는 노랫말은 음악인으로 좀 더 성장하고 싶은 정윤경 씨의 의지를 느끼게 한다.

이번 콘서트에 오면 유정고밴드 시절 만들었지만 음반으로는 제작되지 못해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었던 ‘참 딱한 일이지 뭐예요 정말’과 ‘문답무용’ 등을 들을 수 있다. 유정고밴드 ‘람상’에 수록되어있는 20대 초반의 첫사랑과 당시 운동가로 살았던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면서 만든 노래 ‘소중한 아이’와 ‘나의 낡은 캐주얼화’ 등을 부를 예정이다.

‘나의 낡은 캐쥬얼화’(유인혁 글·곡)는 뒤축이 닳고 색이 바랜 오랜 시간 함께 한 친구와 같은 낡은 신발을 그냥 노래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다. 과장하지 않고 세상과 사람을 온전하게 음악에 담고 싶은 정윤경 씨의 바람이 담긴 노래이기도 하다.

이번 콘서트는 음악인 정윤경이 20여 년 동안 그의 가슴 속에서 늘 함께 했던 노래와 사람들에 관한 기억을 꺼내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난 바다야’와 ‘이 길의 전부’ 등 꽃다지 앨범 수록곡도 감상할 수 있다. 최근, 쌍용차자동차 해고노동자 등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소식을 접하면서 이들을 위한 응원가를 만드는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었는데, 아직 결과물을 만들지는 못했다.

게스트로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음악적 공감과 신뢰를 나누어온 연영석 씨가 출연한다. 또, 유정고밴드를 좋아했고, 이들을 기억하는 팬들이 무척 반가워할 ‘깜짝 손님’ 한명도 출연할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겠다.

연주는 그동안 꾸준하게 정윤경 감독과 공연 호흡을 맞춰온 장석원(드럼, 전 민중가요 록밴드 '천지인', 현 퓨전국악밴드 '아나야'), 박우진(베이스, 전 민중가요 록밴드 '천지인', 현 '그림(THE 林)'), 고명원(일렉기타, 전 민중가요 록밴드 '메이데이' ‘유정고밴드’, 현 프리랜서 활동), 이지은(건반, 전 꽃다지, 현 프리랜서 연주 활동)씨가 함께 한다.

음악인으로 남고 싶네요

11월 25일, 인천에서 ‘이주민과 함께하는 꽃다지 콘서트’ 마지막 공연을 하고 올라와 꽃다지 사무실 인근 족발집에서 뒤풀이를 했다. 어쩌다 보니 이틀째 같은 사람들과 다른 공간에서 뒤풀이를 하게 되었다. 다소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이번 격려의 덕담을 한마디씩 들으려는데, 쉽지가 않다.

“명원아. 이런 거 싫어하겠지만, 나 콘서트 하는데 취재용으로 덕담 한마디 해줘라.”

정윤경 감독이 간곡한 요청을 하자마자 유정고밴드를 함께 했던 고명원 씨가 고개를 푹 숙인다. 정감독이 “그래. 알았으니까 고개 들고 눈이나 피하지 마라.”며 체념한다.

“공연 준비 잘하시고요. 성공하시길 빌겠습니다.”
“차라리 욕을 해라.”

나의 간곡한 요청에 고명원 씨가 응원 메시지를 전하자 바로 정윤경 씨의 반격이 이어진다.

“오늘 아침에 우리가 짐을 못 싸놔서 미안하다고 늦게 오라고 그랬더니 명원이가 빨리 온 거야. 내가 보기엔 명원이가 마음을 쓴 거거든. 근데 유치하게 ‘택시가 빨리 왔더라고요’ 하는 거야.”

“택시가 너무 빨리 오더라고.”

한마디만 더 해 달라는 요청에 고명원 씨는 “파이팅” 하고는 족발집을 나가버렸다. 장석원 씨는 “이왕 하는 거 재밌게 하십시오.”라고 하더니 ‘하하하’ 털털한 웃음으로 마무리한다. “선배가 음악인으로 살다가 이렇게 뒤늦게 첫 콘서트 준비를 하는 것 자체가 후배들한테 힘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얘기한 박우진 씨는 정윤경 씨를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묻자 난감한 표정으로 십여 분 고민하더니 족발집을 떠났다. 꽃다지 가수 정혜윤 씨와 홍소영 씨는 정감독이 개인 공연하는 것을 처음 보는데, 기대가 많이 된다고 한다. 순수 관객으로 많은 응원을 해주고 싶다는 이 두 명의 가수는 콘서트 티켓을 직접 구입하는 성의를 보여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두 명의 꽃다지 가수들이 소원대로 ‘순수관객’으로 정감독의 콘서트를 볼 수 있을지는 당일이 되어야 알 수 있을 거다.

  개인 콘서트를 위해 합주 연습 중인 정윤경 씨와 연주자들. 왼쪽부터 정윤경, 장석원, 박우진, 이지은, 고명원. [출처: '희망의 노래 꽃다지']

정윤경 감독은 꽃다지에서 ‘연습벌레’로 통한다. 몸이 건강할 때는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기타, 피아노, 미디 공부 등의 스케쥴을 꼼꼼하게 정해놓고 연습을 했다. 최근, 몸이 좋지 않아 건강할 때보다는 연습량이 줄었지만, 깨어 있고 공연이나 기타강습 등 다른 일을 하지 않는 동안은 연습을 하고자 노력한다. 콘서트를 며칠 앞둔 현재 매일 8시간 정도 합주 연습과 개인 연습을 하면서 목관리를 하고 있다. ‘포장이나 과장을 하지 않고, 음악의 시대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음악짓’을 하고 싶다는 정윤경 감독은 할 수만 있다면 평생 음악을 하고 싶단다. 정윤경 감독이 콘서트를 앞두고 직접 초대글을 썼다.

“(개인공연)첫 주자인 정윤경이란 사람, 괜찮은 음악인으로 살겠다며 오랜 기간을 벼려온 게 있는 탓에 노래도 쫌 하고 노래 만들기도 쫌 합니다. 공연보시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질 수 있도록 준비해 놓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친구보다는 음악인으로 남고 싶고
동지보다도 음악인으로 남고 싶네요
그런 채로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고
그런 채로
같이 부조리에 싸우고 저항하고 싶네요

- 석 달 전, 정윤경 감독이 ‘starting over’라는 제목으로 꽃다지 게시판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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