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이슬람-舊지배세력간 권력투쟁...혁명은 어디로?

무르시, 헌법선언 틈타 노동권 후퇴 강요...독립노조, 반대 투쟁 나서

무슬림형제단의 무르시 정권이 반대파의 역공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 그러나 이번 갈등은 이슬람 주도의 무르시 정권과 무바라크 시절 부역자를 포함한 자유주의 세력 사이의 권력 투쟁으로, 이집트 기층 민중의 사회적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무슬림형제단 주도의 이집트 여당세력은 지난 달 22일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의 소위 긴급조치, 헌법선언에 이어 30일 제헌의회의 헌법 초안 표결과 이달 15일 국민투표 일정을 강행하며 무슬림형제단 주도의 입법권 보장을 위한 일련의 조치를 강행했다.

이같은 무르시 대통령의 초헌법적 강행군은 무바라크 독재를 쓰러뜨린 이집트 민중의 분노를 불러 즉각적인 대중 시위를 낳았지만 한편으로는 보수적 사법 권력에 빌미를 제공해 신구권력 사이의 갈등으로 비화됐다.

2일 헌법재판소는 애초 계획됐던 제헌의회 합법성에 대한 판결이 무르시 지지자의 시위로 무산되자 무기한 파업과 15일 국민투표 감독 업무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3일 이집트 판사회가 다시 헌법초안에 대한 국민투표 감독을 수용한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2개 신문사와 5개 방송사도 4일 양일간의 파업에 돌입했다.

[출처: http://english.ahram.org.eg 화면 캡처]

보수적 사법 권력에 빌미 제공

무르시는 지난 달 22일 밝혔던 긴급조치로 국가기관 요직에 남아 있는 비종교 세력으로부터 무슬림형제단 주도의 입법권을 보호하고자 했으나 장벽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의회를 해산시킨 바 있다.

2일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에 따르면 애초 지난 의회선거에서 무슬림형제단과 이슬람 근본주의 살라피스트들은 70%를 득표한 한편 비종교를 표방하는 자유주의 세력은 국가기구에 남아 있었다. 이들은 이전 무바라크 정권의 외무장관 아므르 무사(Amr Musa)처럼 구정권 추종자이거나 국제원자력기구 전 사무총장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처럼 자유주의 야권 세력이라고 분석된다.

이집트 하원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되기 전 선출한 제헌의회는 이슬람주의 주도 아래 있다. 100명 중 50명이 무슬림형제단과 살라피스트 출신이며 다른 50명은 ‘비종교’ 세력이지만 이슬람 영향 아래 있다는 평가다. 비종교 집단은 경찰과 군에서 파견한 구성원 등 국가와 사회 기관, 알아즈하르 대학(이슬람주의)과 콥트교 교회, 대부분 무슬림형제단이 주도하는 직업연맹으로 구성됐다. 이같은 제헌의회 내에서 헌법초안은 30일 57% 찬성으로 통과됐다.

문제는 어느 쪽도 임금, 일자리, 사회보장 등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속파·자유주의 세력, 민주주의 세력으로 등치시킬 수 없어

1일 일본 아사히신문 중동매거진의 중동 전문 기자 카와카미 야스노리(川上泰徳)는 “2011년 봄의 혁명 이래 여러 기회에 걸쳐 타흐리르 광장의 군중을 보았지만, 이번 군중은 지금까지와는 분명하게 다른 인상”이라 평했다. 아울러 “무르시 대통령의 권한 강화에 반대하고 있는 ‘세속파, 자유주의 세력’은 생각은 ‘자유주의적’이지만, 강권으로 부패한 구정권 여당의 국민 민주당을 지탱하고 있던 부유층”이라며 “세속파, 자유주의 세력을 민주주의 세력으로 등치시킨다면 실수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혁명 지속’을 요구하는 혁명적 젊은이들과 치안 부대와의 충돌은 이집트 혁명 이후 몇번이나 반복됐지만 이번 시위는 무르시 대통령의 강권적인 수법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2일 독일 일간지 <타쯔>에서 중동을 전문 보도하는 카림 엘-가화리(KARIM EL-GAWHARY)는 “무르시의 반대자가 항상 정당하게 대응하고 있지는 않다. 그들은 무슬림형제단의 민주적인 정당성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그들에게는 종종 무바라크 구정권의 냄새를 풍기는 법원만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중은 그러나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답을 원한다며, “이들 침묵하는 다수는 자유와 시민권에 대해 토론하지만 사회적 질문에 대해서는 어떠한 구상도 제시하고 있지 않는 자유주의 세력을 반대한다. 이들은 일년 간 권력을 쥐고서도 일상범죄 문제의 해답을 제시하지 않은 무슬림형제단에 반대한다”고 기층 민중의 현실을 전했다.

헌법 초안: 보수적이나 신정국가 지향하지 않아.. 사회경제적 문제는 남아 있어

야권 탈퇴 후 무슬림형제단과 살라피스트 주도로 제정된 230개 조항 이상의 헌법 초안은 상당수의 문제를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이슬람율법 “샤리아 원칙”이 입법의 기초를 형성한 것과, 이슬람주의 알아즈하르 대학이 자동적으로 모든 법령에 대해 샤리아를 기초로 검토하게 하고, 여성권 강조의 부재, 제한적이더라도 군법에 시민을 회부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단, 대통령 연임은 2회로 제한됐고 임기도 6년에서 4년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카림 엘-가화리는 헌법 초안이 보수적이지만 이슬람주의의 신정국가를 위한 헌법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그는 “이는 이집트 사회 이슬람주의의 보수적인 성격을 반영한다. 그러나 동시에 헌법 초안은 무바라크 시대가 최종적으로 지나갔음을 보장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정치 엘리트들의 싸움과 양극화를 보면 이집트의 조용한 다수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다수로 남아 있다”며 “임금, 일자리에서 쓰레기 수거와 교통 등 사회적 질문에 관한 구체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림 엘-가화리는 이번 갈등이 나타낸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사람들이 이슬람주의의 보수적인 무슬림형제단과 이슬람근본주의의 살라피스트를 타격할 수 있는 장소는 단지 하나다. 이는 이집트 선거구다. 그러나 이는 자유주의와 좌파 그리고 여성단체의 많은 과제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무르시, 헌법선언 틈타 노동권 후퇴 강제...독립노동조합, 반대 투쟁 나서

[출처: http://menasolidaritynetwork.com]

한편, 무르시 헌법 선언과 함께 노동자들의 권리가 후퇴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무바라크 시대 친정부 단일 노동조합인 이집트노동조합연맹은 26일 무르시 헌법 선언에 대한 지지를 밝힌 가운데, 혁명 후 설립된 독립노동조합은 무르시 헌법 선언과 제헌의회의 헌법초안에 반대해 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자서비스센터’, ‘이집트 민주노동회의’와 ‘이집트 독립노동조합연맹’은 30일 성명을 발표하고 무르시 헌법 선언과 함께 발표된 새 노동 규정이 정부의 개입을 허용한다고 비판했다.

1일 ‘솔리다리티센터’에 따르면 새 노동규정은 노동조합 지도부에 대한 퇴직 연령을 규정하고 휴가로 자리를 비운 노동조합 실무 구성원 지명에 대해 정부의 권한을 보장한다. ‘솔리다리티센터’는 이전 노동조합법이 존속돼 이집트 정부는 독립노동조합에 대한 인정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법은 단일한 노동조합 구조만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이 규정은 무르시 대통령이 헌법 선언을 발표한 같은 날 서명됐다. 노동자들은 또한 30일 발표된 헌법 초안도 노동자 결사의 자유와 외부 개입으로부터 노동조합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판하고 있다.

한편 29일 중동 노동자들의 연대 네트워크를 위한 <메나솔리다리티네트워크>에 따르면 마할라 알-쿱라 지역의 미스르 방직공장 노동자 5천 명 이상이 27일 무르시 헌법 선언에 반대하는 거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무슬림형제단과 자유정의당 지지자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으로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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