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통합’한다는 박근혜, 용산참사 유가족엔 묵묵부답

용산참사 4주기...“통합하려면 용산 유가족부터 만나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국민통합’을 차기 정권의 우선과제로 내세웠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 첫날인 7일 아침,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당선자와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인수위 측은 “검토하겠다”는 답변 외엔 특별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 추모위원회는 참사 4주기와 새정부 출범을 맞아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구속자 석방,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박근혜 당선자에게 용산참사 해결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으나 박근혜 당선자는 침묵하고 있다. 박근혜 당선자는 후보시절을 포함해 단 한 차례도 용산참사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박근혜 당선자가 사회통합을 말하려면, 용산참사에 대한 입장부터 우선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후보시절과 당선 이후 모두 면담신청이 거절당했다”며 “박근혜 당선자에게 국민통합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이어 “유가족들과 철거민은 국민통합의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존재냐”며 박근혜 당선자에게 거듭 대화를 요청했다.

용산참사 유가족인 전재숙 씨는 “박 당선자는 사회통합과 국민통합을 얘기하지만 이게 무슨 통합이냐”고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박 당선인을 성토했다. 전재숙 씨는 이어 “이명박 정부가 저지르고 책임지지 않은 일을 박근혜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데, 박 당선자는 눈과 귀를 막고 있다”면서 “사회통합을 하겠다면 용산 유가족들을 우선 만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영희 전철연 의장도 박근혜 당선인과 현 정권이 먼저 뼈저린 반성을 하지 않으면 또다시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영희 의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초기에 용산참사에서 희생자가 나왔고, 박근혜 당선자가 당선되자마자 노동자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먼저 뼈저리게 반성하고 진상규명에 나서지 않으면 스티로폼과 비닐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철거민들과 노동자들의 희생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모위원회와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해 11월에 보낸 용산참사에 대한 박근혜 당시 후보의 입장을 묻는 질의서의 답변을 공개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캠프는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구속자 사면에 대해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할 부분”이라고 답변했다. 당시 진압작전 책임자들의 처벌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조사가 필요하며 조사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답했다. 추모위원회는 이같은 답변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이 없는 통상적인 수준의 답변’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조사, 검토를 통해 구속자 사면과 책임자 처벌을 실시하겠다는 의지로 이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경찰과의 마찰로 예정시간보다 30분 가량 늦게 진행됐다. 추모위원회는 인수위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려 했으나 경찰이 자리를 내주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유가족들과 경찰이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기자회견은 경찰병력에 에워싸인 형태로 진행됐다. 기자회견 중에도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채증하려는 경찰과 참가자들의 언쟁이 이어졌다.

유가족 유영숙 씨는 “기자회견을 방해하고 공권력이 투입되는 것 자체가 용산참사의 살인학살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재숙 씨 역시 “사회통합, 국민통합을 외치면서 기자회견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이 통합이냐”고 말했다.

추모위원회는 참사 당일인 오는 20일까지를 추모주간으로 정하고 인수위 앞 일인시위를 이어간다. 이어 16일에는 용산 4주기 추모콘서트, 19일에는 범국민 추모대회, 20일에는 마석 열사묘역을 참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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