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닭 잡고 오리발 내민 강제철거

국책사업에도 철거민...위례신도시, 보상금 한 푼 없이 강제퇴거

용산 참사가 발생한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재개발과 강제철거에 희생된 이들은 끊이질 않는다. LH공사의 위례신도시 사업으로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생업을 잃은 이들은 몇 년 만의 한파라는 강추위에도 공사현장 앞에 천막을 치고 풍찬노숙 중이다.

성남시 창곡동 일대는 LH공사의 위례신도시 건설 사업이 한창이다. 위례신도시는 “서민주거 안정과 서민주택의 안정적 공급”을 목적으로 2008년 시작된 사업이다. 그러나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사업 목표와 달리 위례신도시 사업현장 앞에는 이 사업으로 살 집과 생업을 잃고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한 철거민들이 있다.


전국철거민연합 위례지구위원장인 황성일 씨는 2005년부터 창곡동에서 양계사업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2006년부터는 양계장 근처로 거주지도 옮겼다. 그러나 위례신도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지난 2012년 8월 황 위원장은 살던 집과 양계장을 모두 강제철거 당했다. 강제철거 당하며 생업과 거주지를 모두 잃었지만 그는 단 한 푼도 보상금과 이주비를 받지 못했다. 무허가주택에서 살고 있었다는 이유였다.

황 위원장은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서 거주하며 닭을 키워왔는데 성남시와 LH공사는 실사도 제대로 해보지 않은 채 무작정 강제철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황 위원장은 성남시에 수 차례나 전입신고를 요청하려 시도했으나 성남시가 전입신고를 일부러 받아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황 위원장이 전입신고를 내려했던 당시 성남시 담당 공무원은 “LH공사에서 전입신고를 받아주지 말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위원장은 “보상대책을 내주지 않으려고 LH가 지자체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LH가 황 위원장과 철거민들에게 가한 압박은 숱했다. 공사현장에 천막을 치고 노숙 투쟁에 들어간 철거민들은 천막도 세 차례나 철거당했다. 이 과정에서 황 위원장은 평소 지병으로 복용하던 혈압약과 당뇨약을 포함한대부분의 생필품들도 빼앗겼다.

강추위에 노숙하는 철거민들을 안타깝게 여긴 공사현장 건설노동자들이 제공한 전기도 LH 공사는 용납하지 않았다. 황 위원장은 “안타깝다며 먼저 전기선을 내어준 이들이 이틀만에 와서 도로 전기선을 거두어 가더라”고 말하며 “그들도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아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강제 철거가 처음 진행된 지난 여름, 50여 명이던 철거민들도 생활고와 LH의 압력에 이기지 못해 결국 하나, 둘 임시 거주지를 찾아 떠났다. 현재 철거현장엔 황 위원장과 그의 아내 2명만 남아있다. 황 위원장은 “젊은 사람들은 막일이라도 하며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지만 나는 여기서 살아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황 위원장은 “무허가 건물에 살고 있었다며 주거 보상금을 줄 수 없다면, 해오던 양계, 축산업에 대한 보상금만이라도 주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의 아내도 “작은 영구임대 주택이라도 주어져서 살 집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동설한에 찬바람 피할 곳이라도 있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러나 LH의 보상담당 직원은 이들에게 “영구임대 주택을 받으려면 10년 정도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보상금 전부 지급했다”는 LH

양계, 축산업에 대한 보상금만이라도 바란다는 황 위원장이지만 정작 LH는 “보상금을 전부 지급했다”고 주장한다. LH 공사는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황성일 씨는 무허가 주택에서 살았기 때문에 주거에 대한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축산업에 대한 보상금은 이미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보상금을 지급했는데도 황성일 씨가 떠나지 않고 있어 현장에서도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LH 공사는 재개발 사업에서 마땅한 보상이 모두 이루어졌으며 철거도 모두 합법적으로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LH가 주장하는 보상금이란 황 위원장이 키우고 있던 ‘닭 값’이다. 양계장을 철거하면서 닭들을 어쩌냐는 황 위원장에게 LH공사가 닭을 모두 LH에서 구매하겠다고 한 것이다. 황 위원장은 키우던 430마리의 닭을 모두 직접 도계해 성남 수정경찰서에 배달하고 닭 값 1천만원을 받았다. 이 1천만원을 LH 공사는 축산업에대한 보상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영업을 폐지하는 경우의 영업손실은 2년간의 영업이익(개인영업인 경우에는 소득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 영업용 고정자산ㆍ원재료ㆍ제품 및 상품 등의 매각손실액을 더한 금액으로 평가한다”고 정하고 있다. 마리당 2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으로 구매한 닭 값만으로 보상금을 대체 할 수 없다.

당시 LH가 구매한 닭은 성남 수정경찰서 전의경 들의 식사로 제공됐다. 전의경들의 한 끼 식사가 수 년간 생계를 이어온 황 위원장의 생업에 대한 보상금이 된 셈이다. 그야말로 닭 잡아먹고 오리발을 내미는 꼴.

비인도적 강제퇴거

무허가주택에 거주했기 때문에 주거이전비와 주거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엄동설한에 강제철거를 진행하고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는 일은 비인도적이라는 지적도 일고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강제퇴거금지법’ 역시 용산참사 이후 전 사회적으로 강제퇴거와 재개발제도의 비인도성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는 가운데 만들어진 법안이다.

LH공사는 철거과정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지난 8월 강제철거 당시 철거에 항의하던 황 위원장을 비롯한 사람들이 집 안에 있었음에도 포크레인으로 집을 무너뜨리기 시작한 것. 황 위원장은 당시 집안에서 천장이 자신에게 무너져 내리는 것을 그대로 목격했다. 이후 경찰과 검찰조사에서 황 위원장이 “사람이 집 안에 있는데도 포크레인으로 찍어눌렀다”며 위험했던 당시 순간을 증언하자 당시 현장 집달관은 “사람이 안다칠 만큼만 찍었다”고 답했다.


‘진보시장’ 지자체도 무대책

지자체인 성남시도 자기 지역의 주거문제에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황성일 위원장은 “인권변호사 출신이라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당선되면 없는 우리들의 편이 돼줄 것이라 생각해 선거운동도 열심히 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재명 성남시장은 당선 이후 철거민들을 단 한 차례도 찾지 않았다.

성남시에선 이들에 대한 대책이 논의된 적도 없다. 성남시는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위례신도시 사업은 국책사업이고, 철거민들에 대한 일은 사업 시행사인 LH공사의 주관이라 성남시에선 어떻게 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LH공사의 주관이라 하더라도 지자체에서 발생한 주거문제 해결이라는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대책이 논의된 적도 없냐”는 질문에도 성남시는 “성남시가 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며 “LH에 문의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선거 당시 통합진보당과의 단일화로 당선된 이재명 성남시장은 시장 당선 전,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알리며 철거민 들에 대한 변호를 맡기도 했다. 그러나 당선 이후 주거 대책을 요구하는 판교지역 철거민들을 집단폭행 혐의로 고발하는 등 당선 전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 빈축을 샀다. 이 시장의 집단폭행 고발도 철거민들의 무혐의가 밝혀지면서 이 시장의 ‘모르쇠’는 더욱 큰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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