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자살, 한 국가만의 문제아니다...국가주의 넘어야

“아태 4개국 권력교체와 동아시아질서 재편” 사회토론회 열려

“애플이 생산하는 아이팟이 중국에서 최종 조립되고 미국으로 수출되면 미국은 한 대당 150 달러 정도의 ‘무역 적자’를 본다. 이중 애플은 80달러의 수익을 남기며, 일본의 도시바는 20달러, 미국 브로드콤은 5달러, 삼성은 약 1달러 그리고 대만의 인벤텍은 4달러 정도의 이윤을 챙긴다. 그리고 나머지 금액이 중국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아태 4개국 권력교체와 동아시아질서 재편 토론회서 최근 흐름을 존스홉킨스 대학 서재정 교수는 아이팟의 사례로 설명했다. 그러니까 그의 표현처럼 아시아는 경제의 질적 변화 속에서 미국을 포함한 초국적 생산, 교역, 금융네트워크로 발전하며 서로에 대한 의존성이 복합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와 민주주의연구소가 공동으로 지난달 30일 마련한 “아태 4개국 권력교체와 동아시아질서 재편” 토론회에서는 백원담 동아시아연구소장이 설명했듯, 미국과 중국이 만드는 새로운 강권질서 등 동아시아 하늘에 드리운 힘의 중첩 아래 다원적 평화관계를 이룰 수 있는 방향과 동력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가를 놓고 여러 명의 학자들이 생각을 모았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세력 전이”와 “복합적 상호의존성”의 심화

우선 서재정 교수는 아이팟의 사례로 말한 “복합적 상호의존성”이란 경제관계 변화는 3가지 “세력전이”를 추동한다며 구조적인 변화의 흐름을 짚었다. 전이의 내용은 이렇다. 그 동안 아시아의 주도국은 일본이었지만 이제는 중국이다. 여전히 절대적으로는 미국이 우월한 지위에 있지만 중국과 미국 사이 관계는 G2라는 말처럼 크게 변했으며, 또 미국-유럽의 교역 규모를 넘어선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관계 변화도 주요한 변동 지점이다. 즉 세계적으로는 아시아의 중요성이, 아시아 역내에서는 중국의 부상이 부각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서재정 교수는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회귀도 아시아의 경제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질적으로 변화하는 이러한 하부구조의 변화를 반영한다고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에 대해 군사적 우위를 강화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상호의존성은 이의 수위를 제한하며 다양한 대화와 관여의 틀을 파생시키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는 최근 추진되는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등 초국적 생산, 교역, 금융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한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의 공세화, 구조와 상황 변화에 따른 표현

이남주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구조적인 변화의 중국적 양상을 설명했다. 그는 시진핑 시대 개막 이후 중국이 보다 공세적으로 변했다는 표현들은 구조와 상황 변화에 따른 작용이라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변화를 추동하는 배경은, 해외 시장에서 중국의 상업적인 이익이 더욱 커졌다는 데 있다. 또한 중국내 사회적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변화되는 양상 중의 하나다. 갈등은 확산되고 있지만 지도력은 약화됐기 때문에 희토류 수출 제한, 항공모함 건설, 난샤 군도에서의 물리력 동원 등 민족주의와 공세적 측면을 강화해 외부 문제에 활용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인도의 관계가 긴밀해지는 것도 중국의 변화를 압박하는 하나의 요인이다.

중국은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군사적 외교적으로 대응하면서도 후진타오가 지난 5월 제시했듯 한편으로는 “신형대국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중미 간 경쟁은 계속 치열해질 것이며 특히 주변 국가들과의 영토분쟁은 중국 개혁개방 후 가장 심각한 외교적 도전에 직면하게 하고 있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아베의 일본, 환율갈등에서 시작된 동아시아 관계 후퇴 이미 현실화

아시아 환경과 일본의 변화는 권혁태 성공회대 일어일본학과 교수가 설명했다. 그는 아베의 승리요인에 대해 한국에서는 역사인식, 영토문제 등의 쟁점이 부각됐지만 실제로는 경제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장기불황에 대한 아베의 공격적인 양적팽창정책이 과거 성장시대를 살았던 세대에 어필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상호 의존된 아시아의 관계를 생각하면 쉽게 극단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지만 일본발 환율전쟁 등 환율갈등에서 시작된 동아시아 관계의 후퇴는 이미 현실화 되고 있다고 권 교수는 보았다.

한편으로는 같은 유신의 자손인 아베-박근혜의 등장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크고 밀월관계로 갈 것이란 말도 있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고 권 교수는 보았다. 김대중-노무현 당시 상대적으로 약화됐던 북한-중국을 포위하는 일본-한국의 심정적 공유가 기본적으로 커졌지만 일본이 고립된 면이 크며 외교안보라는 쟁점과 영토, 역사인식 사이에 양자가 불일치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권혁태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권의 대일정책이 이전과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지도 않겠지만 위안부, 야스쿠니 등의 문제를 회피하면 국내에서 여론이 악화될 것이기 때문에 현상유지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입장에서는 일본-미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한-일 군사교류나 미국에 의한 TPP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권 교수는 일종의 ‘돌발 사태’의 개연성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베는 7월 참의원선거 까지 계속 우경화 노선을 밟을 것이고 헌법 개정에도 매우 공세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며, 일본 우파들이 시마네 앞바다에서 출몰하는 등 이들의 돌발행동이 박-아베 사태를 악화시킬 순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경제적 요구에 따른 대북정책 변화의 가능성

마지막으로 김동춘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장은 권력 교체기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변화의 지형을 짚었다. 그는 박근혜 당선자의 외교 전망에 회의를 나타내면서도 중소기업에 대한 박 당선자의 입장에 따라 대북정책 변화의 가능성을 내다봤다.

김 소장은 우선 지난 대선 문재인 후보나 박근혜 후보 모두 약한 인물이었으며 외교정책에 대한 뚜렷한 방향이 없었다는 점을 특징으로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심지어 조중동이 걱정할 정도로 북한이나 외교가 쟁점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래 없이 높은 투표율은 2,30대가 가진 절망과 50대의 불안감 등 강한 위기의식을 반영한다며 박 당선자가 대면하고 있는 경제적 조건을 전제했다.

김동춘 교수는 이러한 조건에서, 박근혜 당선자의 가치관은 이명박보단 훨씬 냉전적 세계관에 가깝지만 박 후보가 중소기업에 대해 상당한 방점을 두고 있고 개성공단에 대해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안들을 수 없기 때문에 강경 입장을 취했던 이명박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고 보았다. 즉, 노태우 정권이 남북기본합의서를 성사시켰듯 극우들을 달래면서 대북정책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동춘 교수는 박근혜 당선자가 한반도 정세에 얼마나 넓은 시야를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인물과 리더쉽 부족 등을 문제로 매우 회의적이라고 보았으며 이러한 박 정권에 대응하는 야권에 대해서도 낙관하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정당은 몰락했는데 민족주의 경향의 통합진보당 리더십이 가졌던 목소리가 역작용을 일으켜 합리적인 대북이야기도 현재 제대로 할 수 없는 분위기를 초래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불안정한 정치 기반도 대북 관계를 낙관하기 어렵게 하는 하나의 이유라고 지목했다.

이러한 미국, 중국, 일본과 한국의 정치경제적 변화와 양상을 전제로 이날 토론회에서는 몇 가지 주요 쟁점이 형성됐다.

노동자들의 자살, 개별 국가들의 문제 아냐
국가주의적 접근의 한계, 전면적으로 얘기해야


우선 백원담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장이 지적했듯, 복합적 상호의존성 아래 아시아라는 공간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문제로 제기됐다. 중심축이 대서양에서 아시아로 왔다면 이 공간에서 살아내야 하는 기층민중은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서재정 교수는 국가 간 상호의존성은 심화되는 동시에 소비자의 소비는 확대시키지만,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악화되는 상호모순적인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을 문제로 “상품과 세계는 국경 없는 세계를 누리고 있지만 노동자는 배제”된 상황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에 대한 국가주의적 접근을 문제로 제기하고 복합적 상호의존성이 낳는 노동의 구조적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거 후 한국 노동자들의 자살, 중국 팍스콘 공장 노동자들의 자살, 필리핀 노동 분규 심화 등은 개별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연결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표적 사례로 한진중공업을 들었다. 한진중공업은 장사는 잘 됐지만 얻은 수익을 한국의 재투자나 노동자에게 쓰는 것이 아니라 임금이 싼 필리핀으로 투자를 돌리며 양국 노동자들에 대한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은 이렇기 때문에 국가주의적 접근이 가지는 한계를 전면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단계라고 그는 제안했다.

같은 측면에서 현실의 자본은 TPP 등 현재의 복합적 상호의존성을 제도 차원으로 구조화하는 단계인데 그에 비해 복합적 상호의존성의 피해 당사자들은 아직까지 국가주의적 틀에 갇혀 제도화는커녕, 국가 안에서도 대응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민주당이 들어섰더라도 이 부분에 큰 변화가 있었을지 회의적이라며 이를 동아시아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로 재차 강조했다.

새로운 질서로의 전환을 향한 아시아의 다양한 주체 드러내야

이러한 상황에서 참여자들은 새로운 질서로서의 전환이 논의되지만 모델이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과연 아시아의 조건과 새로운 질서를 위한 아시아적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백원담 소장은 아시아는 유럽에 의해 규정된 아시아이자 국민국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아시아 발전모델에 의해 추동돼 왔지만 이제는 상호의존성 주변으로부터 재중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우선 돌이켜 봤다.

이남주 교수는 아시아는 여전히 ‘발전’의 문제에 매어 있지만, 이는 격차, 환경과 자원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80년대 후 아시아는 전쟁에 둔감해져 있는데, 지금 이런 문제를 생각해봐야하지 않는가라며 기존 냉전 유산의 잔재, 발전 문제 등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에서 아시아가 새로운 중심이 되는 것은 좋을 수 있지만 국제관계 질서 역사에서 보면, 새로운 질서로 전환되었을 때, 설득, 대화로 진행된 건 드물다며 평화적인 질서 전환이 가능한가라고 우려했다.

서재정 교수는 이 상황에서 현 국면을 주도하고 있는 개발국가가 외부충돌을 야기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하고 새로운 질서를 얘기하기 위해서도 현재 전쟁의 문제도 적극적으로 개입해 평화 공간으로 만들어 내는 새로운 단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동춘 소장은 아시아 4개국 권력 교체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세습사회 현상을 짚으며 이를 모든 나라에 존재하는 내부 위기의식이 보수적으로 돌파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동북아시아가 갖는 천년의 관료주의 아래 자본이동만 편해진 상황에서 국가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며 아시아적 성찰적 근대라는 사고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지식인들의 과제를 지적했다.

김동춘 선생은 또한 52년 샌프란시스코 체제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한중, 한일, 중일 등 양자간 체제들이 지속되는데 여기에 남북관계가 중요한 고리가 될 것 같다고 제기했다.

백원담 소장은 후발 자본주의국인 민족해방 국가에서 비동맹운동, 저항의 요소가 있었는데 경제논리로 이것들이 없어지는 과정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주체의 형성이 국가에서도 안 되고, 민족적 정체성도 아니고, 계급적 정체성도 해체되고 있고 대만이나 홍콩에서처럼 이중 삼중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아시아의 재편이라는 것은 굉장히 다층적인 세력전이와 상호의존성이 조직되는 과정을 세밀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특정 다수의 노동과, 결혼, 문화적 교류, 탈경계적으로 흐르고 있는 과정을 지목하며 이 흐름들을 잡아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자들은 이외에도 아시아 내에서 각 정치주체의 전략과 변동과정, 세계 무대에서 보다 중요해진 아시아와는 대비되는 동아시아론의 퇴조, 변화된 지형에서 한국이 가지는 추동성의 중요성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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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

    아시아적 성찰적 근대???? 복합적 상호 의존성????
    이건 학자들만이 사용하는 암호인가?
    관념에 현실을 끌어다 낑궈 맞추고 있는 것 아닌가?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말하면 되고, 예전의 제국주의에 비해서 복잡다단해 졌다고 분석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들은 제국주의와 노동자 민중 국제 연대 대신에 다른 용어를 자꾸 끌어다 쓴다. 결국, 계급성의 탈각으로 이어질 것이다.

    아니, 중국, 일본, 필리핀, 한진등 상호 연결된게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인가? 1940년대 전쟁, 한국전쟁, 70년 베트남전쟁, 한국의 가발신발 공장 붐, 한국사양산업의 동남아중국이전등등 기사에 적시된 복합적 상호의존성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신조어는 좋으나, 계급성 탈각만은 말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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