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한길, 보수 기독교에 ‘차별금지법’ 굴복 논란

“차별금지 가치 무너져” VS “작전상 후퇴, 인권 포기 아니다”

민주통합당의 유력 당대표 후보인 김한길 의원과 최원식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던 차별금지법안을 철회한다고 밝히면서, 민주통합당이 보수기독교계에 밀려 보편적 인권 지향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반면 김한길 의원 쪽은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포기한 게 아니라 실질적인 법제정을 위한 작전상 1보 후퇴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연대는 22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한길, 최원식 의원이 차별금지법안 발의를 철회한다면, 보수기독교 세력이 국회의 입법 활동을 저지하거나 개악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초유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제정연대는 “두 의원을 비롯한 민주통합당은 정치적 입지와 부담을 이유로 국가가 수호해야 할 인권의 가치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법안 철회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조혜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이미 발의한 법안의 철회는 초유의 상황”이라며 “일부 보수 기독교계가 법안에 있지도 않은 왜곡된 내용을 퍼뜨리고, 사실상 차별할 권리를 달라는데도 이를 받아들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법안 철회 의미를 설명했다.

조혜인 변호사는 “책임을 지고, 법을 제정하겠다고 한 의원실이 말도 안 되는 이유에 밀려 철회를 한다는 것은 애초 발의를 안 하는 것만도 못한 상황”이라며 “2007년 이래 시민사회가 몇 년 동안 싸워왔던 원칙인 ‘어떤 사유로도 사람은 차별받아선 안 된다’는 원칙들을 한방에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덧붙였다.


게이인권운동단체인 김조광수 친구사이 대표도 “차별금지법안을 만들겠다는 의원이, 차별을 조장하는 사람들의 압력을 받아 법안 자체를 철회하겠다는 것은 인권 후퇴적인 상황을 만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권미혁 여성단체연합대표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왜곡과 민주당의 섣부른 후퇴는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 수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감”이라며 “민주당은 본인들이 지향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법을 제정하려고 했을 텐데, 왜곡된 압력에 의해 법을 철회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염형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장도 “국회의원은 국가의 중요한 의무인 평등 가치 실현법 제정에 앞장서야 한다”며 “제1야당의 유력한 차기 당대표로 거론되는 분이 평등의 가치를 무시하면 자유와 평등의 가치는 어디서 보장할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염형국 위원장은 “국회라는 공론의 장에서 함께 논의하고 대안을 모색하기보다 법안 철회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절대 민주적인 사회나 차별 없는 사회는 불가능하다. 시민사회는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한길 의원실, “합리적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

인권단체들의 이 같은 비판을 두고 김한길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한 분들의 비판은 수용하지만 포기란 표현은 맞지 않다”며 “합리적인 논의가 불가능할 정도의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일단 법안 철회를 하되 공론 과정을 다시 거쳐 단일안을 만들어 다시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1라운드는 반대하는 소수의 목소리가 부각돼 1차적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다시 공론화를 거치면서 우리도 다수 여론의 공감을 차근차근 조직하면서 싸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법안 철회가 보편적인권의 가치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두고도 “현실적으로 지역 교회들까지 여야 법사위 소속 의원들을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법안을 만드는 과정이 무력화됐다. 이 상황을 그냥 두면, 법제정 절차 자체가 실종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보편적 인권의 가치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다시 법제정을 시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법무부가 정기국회에서 차별금지법안을 다소 보수적인 안으로 발의할 것으로 보고 정부와 한축으로 보조를 맞추면서도, 진보적 내용으로 견인하기 위한 사회적 공감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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