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와 주말특근이 무슨 관계란 말인가?
“엔저는 지금부터 문제... 앞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아야..” - 한국은행 총재 김중수
“엔저정책 지속..대외신인도 악화 우려“ - 한국금융연구소 박해식
경제면을 연일 달구는 ‘엔저사태’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습니다. 달러당 100엔선 근접하자 경제수장들은 물론 각종 경제연구소에서도 엔저로 인한 수출타격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 1분기 수출실적이 흑자를 기록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니 일본과 경합하는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철강 등에서 영업이익 감소가 크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각종 언론에서는 현대차 노조의 주말특근 거부를 ‘엔저사태’를 외면하는 노조이기주의로 선동하고 있습니다.
'엔저' 외면하는 현대차 노조 – 4월 26일 조선일보 [기자의 눈]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엔저와 주말특근 거부가 무슨 관계냐는 질문이 바로 나옵니다. 엔저로 인해 물건이 안 팔리면 당연히 재고만 늘어날 텐데, 재고를 더 늘리는 주말특근을 해야 한다고 선동하는 어이없는 주장인 셈입니다. 오히려 현대차자본은 주말특근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 더 좋아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요? 앞뒤가 맞지 않는 이런 논리가 보수언론을 타고 여기저기서 횡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이런 기사도 나옵니다.
현대차 "엔저, 특근거부 피해 만회하자" 투자 핸들 중국으로 - 4월 28일 서울경제
국내영업이익 10.7% 감소, 북미시장 점유율 하락, 올해 1분기 초라한 성적표를 든 현대차는 이미 이러한 하락 추세를 감지하고 중국시장 공락으로 돌파하기 위해 몇 해 전 부터 전략을 짜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베이징 1, 2공장에 이어 3공장까지 설비를 확충할 계획입니다. 모두 더해 연간 105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의 멘트는 엔저와 특근거부 피해를 만회하기 위해 현대차가 투자를 중국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파하고 있습니다. 이 말인즉슨 현대차 경영진이 4개월 남짓 흐른 엔저 추세를 미리 간파하고 중국에다 미리부터 생산 공장을 짓고 있었다는 얘기인데, 자동차 공장이 그렇게 몇 달 만에 만들어진다니 초딩도 이해 못 할 황당한 설명이죠. 여기에 특근거부라는 말을 섞어 노조이기주의로 인해 국내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수출호황 거품 꺼져...노동비용 절감위한 노조공격 신호탄
만약 이러한 보수언론의 호도가 늘 있었던 노조공격이라면 차라리 항의성명 몇 번으로 끝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금에 벌어지는 현대차 노조에 대한 공격은 이들의 주말특근거부를 노린 협소한 공격만이 아닙니다. 바로 전체 국내자본의 노동비용 절감을 위한 신호탄입니다. 왜냐하면 가격경쟁력의 가장 큰 요소는 환율과 노동비용(노동생산성)이기 때문에 환율에서 손해 본 만큼 노동비용 절감으로 대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벌어지는 엔저현상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번 22회 연재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지금 엔저국면은 최근 수년간 비상식적으로 올랐던 엔화가치가 다시 예전 수준으로 회귀(하락)하는 현상입니다. 엔화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엔 대략 달러당 평균 110엔대였습니다. 그래서 최근 G20 정상회의에서도 엔저현상에 대해 추가적인 과도한 하락을 경계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한 것입니다.
이렇다보니 세계시장에서 일본제품과 가장 큰 경쟁관계에 놓인 우리나라만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는 셈입니다. 그 중에서도 일본과 업종별 수출 경합도가 가장 큰 조선, 자동차, 기계, 철강, 컴퓨터 순으로 큰 타격이 예상됩니다(산업연구원 자료).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면 앞선 기사에서 보듯, 현대차처럼 글로벌 생산기지를 가지고 있는 초국적기업들은 그 손실을 메울 기반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은 손실을 메울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엔저공습’에 따른 피해에도 양극화가 있는 셈이죠.
정리하자면, 엔저는 장기적으로 벌어질 현상(원상회귀)이며, 지난 MB 정부 시절 환율효과에 의해 누렸던 수출호황의 거품은 꺼졌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일본제품과 경쟁하는 업종들에서는 사라진 가격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노동비용 감축으로 대응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노동에 대한 공격으로 불거질 수 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여기에 대중을 자극하는 악의적 선동들(귀족노조, 노조근무태만)이 결합돼 노동자들을 갈라치기하는 이데올로기적 공격이 반복될 것입니다. 그래서 앞서 언급했듯, 이를 선동하는 보수언론의 두 가지 기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입니다. 현대차 노조에서만 그치지지 않을 노동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위한 신호탄인 셈이죠.
우리도 원화가치를 떨어뜨려봐?
그럼 이런 질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원화가치를 떨어뜨려서 다시 환율효과를 되찾으면 되지 않겠냐고. 지난 MB 정부 시절 고환율 정책을 써서 수출대기업들만 배불렸다는 비판이 있었던 터라 이런 주장이 과연 실제 먹힐지는 모르겠습니다. 허나 논리적으로만 본다면 엔저에 대해서 원화도 가치를 떨어뜨리면 서로 상쇄가 돼서 똑같아 집니다. 그런데 정책 당국자들은 왜 이런 주장을 하진 않을까요?
현재 아베노믹스에서 추진하는 대대적인 양적완화책은 우리나라가 쉽게 취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닙니다. 만약 우리가 원화가치를 떨어뜨리겠다고(환율상승) 공언하면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들은 커다란 환율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입니다. 외국자본들의 손실에 대해서 우리가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문제는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을 포함하여 600조 원에 이르는 외국자본의 동요를 300조 원(3200억 달러)에 불과한 외환보유고로는 절대 막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IMF 외환위기를 떠올려 보면 쉽습니다.
실제 최근 환율동향을 보아도 달러당 1100원 대에서 등락을 반복할 뿐, 원화가치가 뚜렷하게 상승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면서 더 이상 외국자본이 한국으로 들어올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설령 더 들어온다 하다라도 대부분 투기성 핫머니들이라서 반길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최근엔 수출 저하와 성장률 둔화로 인해 반대로 외국자본이 슬슬 빠져나가는 추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화가치 하락을 공언한다는 건 불난데 기름을 붓는 격이죠. 더구나 그동안 수입물가(석유, 농산물) 상승으로 고통을 당해온 국민들에게 동의를 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엔저위기, 누구에게 위기를 전가할 것인가?
우리는 언제나 자본의 위기를 경제위기라는 말로 이해해 왔습니다. 그래서 지난 MB정부 5년 동안 열심히 일하면 그 과실이 골고루 전달될 것이라는 거짓에 항상 속아줬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쏟아지는 비는 일단 피하자는 논리가 우리를 지배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진짜 위기가 왔다고 난리네요. 앞으로 5년도 경제위기 속에서 또 한 번의 희생을 요구할 것입니다. 벌써부터 이런 조짐들은 도처에 들립니다.
“흔들리는 경제민주화, 부당 내부거래 하도급 규제안 후퇴” - 4월 28일 경향신문
재계의 반발과 여당 속도조절론에 힘입어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경제민생 개혁법안마저도 후퇴하고 있습니다. ‘엔저위기’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경제민주화 담론마저 경제활성화가 먼저라는 논리에 밀리고 있는 것입니다. 굳이 관계를 찾자면 엔저로 손해 보는 만큼 다른 데에서 메워야 하는데 부당 내부거래나 하도급 규제 법안들이 방해를 한다는 거죠. 일단 내 몫은 챙겨야 하니 무슨 방법을 쓰든 가져가겠다는 날강도 같은 심보라 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300조 원이 넘는 사내 보유금고에 얼마나 더 채워야 직성이 풀린단 말입니까?
이처럼 일본의 양적완화로 벌어진 ‘엔저위기’는 이제 우리의 생존과 노동을 공격하는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누구에게 위기를 전가할 것인가? 이제 또 한 번의 치열한 전쟁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 사진
-
재난 연극
- 영상
-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
쇠사슬 몸에 묶고 저항했지만, 끝내 비정규직..
오체투지, 비정규직 해고노동자의 희망 몸짓
영화 <카트>가 다 담지 못한 이랜드-뉴코아 ..
- 카툰
-
로또보다 못한 민간의료보험
건강보험료, 버는만큼만 내면 무상의료 실현된..
위암에 걸린 K씨네 집은 왜 거덜났는가
팔레스타인인 버스 탑승 금지
- 판화
-
들위에 둘
비정규직 그만
개자유
다시 안고 싶다
- 기획연재 전체목록
-
- 어서와요 소소부부네
-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상담소
- 99%의 경제
- 미디어택
- 비문명의 역습
- 초고령화 사회, 돌봄을 요구하다
- 나현필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사전
- 엄한진의 INTERNATIONAL
- 여성, 노동의 기록
- 녹색스트라이크
- 화성, 어쩌다 사회주의
-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항변
- 랑희의 질문들
- 배성인의 혁명을 꿈꾼 여성들
- 챗GPT가 말했다. "인간보다 더 많은 색임을 지게 될 줄이야!"
- 연정의 르포
- 약속의 8회, 위기를 돌려세우는 녹색 스트라이크
- 양지로 떠오른 국정원, 이적異的 행위의 기록
- 선을 넘는 사람들
- 연정의 바보같은사랑
- 2021위클리웨비나
- 이김춘택의 ‘무법천지 조선소’
- 파견미술-현장미술
- 러시아혁명 100주년 | 자코뱅 온라인시리즈
- 노동의 시대
- 배성인의 정치적 사유
- 비정규직의 세상보기
- 주례토론회
- 양규헌 칼럼
- 국제포럼
- 무슨 일 하세요?
- 소셜파워
- 반올림 이어 말하기
- 원영수의 국제칼럼
- 박병학의 글쓰기 삶쓰기
- 정영섭의 낮은 목소리
- 윤성현의 들풀이야기
- 세월호 1년
- 제갈현숙의 봉당풍경
- 이정호의 보수언론 벗거보기
- 기사로 풀어보는 경제
- 유럽 민중의 오디세이
- 2015 총파업
- 쿠오바디스 진보정치 그리고, 노동자 정치세력화
- 편집장 칼럼
- 참세상 특강
- 마르하바, 팔레스타인!
- 일본사회운동의 편지
- 유럽경제위기
- 김한울의 표본실
- 오늘, 이곳의 투쟁
- 북아프리카 혁명
- 월드컵에 정의의 슛을
- J에게 경제를
- 명숙의 무비, 무브
- 비정규직 사회헌장
- 감시·통제 벼랑 끝 감정노동자
- 불붙는 세계교육투쟁
- 여성 살해, 침묵하는 사회
- 탈핵
- 끝나지 않은 용산참사
- 언론노동자들의 공정방송 되찾기
-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의 눈물
- 4대강 논란
- 진보전략회의 진보논평
- 참세상 책방
- 노조파괴, 그림자 정부
-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
- 조성웅의 식물성 투쟁의지
- 이득재의 줌인 줌아웃
- 통합진보당 분당
- 18대 대선과 노동자정치세력화
- 투쟁하는 세계노동자
- 복수노조, 약인가 독인가
- 참세상 국제통신
- 박진의 인권이야기
- 희망뚜벅이
- 편집위원회 정세좌담
- 무상급식
- 이원재의 예술,대화
- 쿡! 세상 꼬집기
- 방방곡곡 99절절
- 최인기의 빈민운동사
- 양한승의 정세이야기
-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 G20 서울 정상회의
- 전노협 창립 20주년 - 내가 함께한 전노협
-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
- 천안함 국민미스테리
- 근로시간면제(Time off), 충돌
- 의료 민영화 논란
- 전교조 명단 공개 파문
- 2011년 최저임금은?
- 김병기의 호주통신
- 기후변화와 노동자
- 쌍용차와 파업
- 지방선거 2010
- 2010 교육감 선거
- 임성용의 달리고 달리고
- 빛바랜 취재수첩
- 세미나네트워크 새움
- 콜트콜텍 미국원정투쟁
- 용산 철거민 대참사
- 용산참사범국민장 릴레이 기고
- 홈리스문제, 이렇게 하자
- 두 책방 아저씨
- 이수호의 잠행詩간
- 철폐연대-참세상 기획: 비정규직 10년 전망
- 콜트콜텍일본원정투쟁
- 그들만의 비정규법
- 해방을 향한 인티파다
- 혁명50년, 사회주의 쿠바 이야기
- 1단기사로 보는 세상
-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의 죽음
- 배고프다! 영화
- 가자의 재앙
- 강우근의 들꽃이야기
- 박수정의 사람이야기
- 뉴코아 - 이랜드 비정규직 철폐투쟁
- 한미FTA를 저지하라
- 이정호의 미디어 비평
- 도요타반대세계공동행동
- 한반도 대운하를 가다
- 진보정당, 길을 묻다
- 38 여성의 날 100주년
- 또 하나의 왕국, 삼성
- 1·26 세계행동의 날
- 박영균의 철학으로 보는 세상
- 사이버 정치놀이터 미끄럼틀
- 2007 대통령 선거
- 대선후보들, 성소수자 인권과제 좀 들어보슈
- 아프간 피랍 사태
- 2007 남북정상회담
- 소통/연대/변혁 - 사회운동포럼
- 아그네스 쿠의 흐르는 강물처럼
- 리얼리스트 작가 선언
- 한상진의 레바논통신
- 백원담의 시와 모택동
- 맹세야, 경례야 안녕∼
- 제3회 맑스코뮤날레 - 맑스와 함께 상상하기
- 금속노조 한미FTA저지 총파업
- 비정규법 패기! 폐기!
- 한진의 사회복지노동자
- 정혜주의 바리오 아덴트로
- 평택,철조망을 걷어라
- 고길섶의 쿠바이야기
- 개토의 우울과 몽상
- 석궁이야기
- 민주노총 5기 지도부 선거
- 유영주의 전망좋은談
- 북한 핵실험과 한반도평화
- 조선남의 옥중수고
- 정대성의 독일통신
- 이영채의 일본사회운동
- 월드컵보다 아름다운 진실
- 에뿌키라의 장정일기
- 홍실이의 이상한 제국의 앨리스
- 이종회의 한미FTA 뒤집기
- APEC 밟고 WTO 돌려차기
- 민주노총 보궐선거
- 박석준의 의학철학이야기
- 황우석 사태 진단
- 2005년 하반기 비정규법 총파업투쟁
- 박영자의 북쪽이야기
- 하현의 미디어비평
- 2005세계여성대행진
- 박기범의 어떤 동화책
- 손호철의 남미이야기
- 박기범의 기소인 인터뷰
- 2004년 하반기 총파업투쟁
- 전범기소이야기
-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 김병돌의 그림세상
- 이현준의 지나가다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