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익 내면 타인의 불행도 괜찮다?

국민연금, 대량살상무기 만드는 한화·풍산 투자 철회 요구 묵살

국민연금이 대량살상무기 확산탄을 제조하는 한화와 풍산 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 요구를 사실상 묵살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투자 철회에 관한 질의 단체에 대해 서한문 답변서를 발송하고 “귀 단체의 제언처럼 확산탄 생산기업을 투자에서 배제하기 위해서는 (...)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야 할 사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이 이유에 대해 “국민연금은 공적연금이므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을 투자종목에서 배제해야한다는 요구가 있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장기 수익제고를 통한 연금재정안정’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입장을 나타냈다.

기금은 또 투자 철회를 위해서는 “수익성(재무적 성과)과 공공성(기업윤리)의 조화로운 기준마련이 선행돼야 하고,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군사적 긴장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한국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량살상무기를 제조, 판매하는 한화, 풍산 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를 요구한 이들은 국민연금이 대표적인 공적기금이라는 점에서 크게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염창근 평화바닥 활동가는 “어떤 움직임이든, 여론이 있으면 반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쉽다”며 “기본적으로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연금이 만들어진 것인데, 타인의 불행에 바탕하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세계 8대 확산탄 생산기업 한화·풍산 주 16.6% 소유

  4월 3일 시민사회단체들이 국민연금의 확산탄 투자철회 캠페인 출범 기자회견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무기제로(www.wzero.org)]

투자 철회 요구는 개척자들, 경계를넘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등 14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철회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지난 4월 초부터 국민연금 투자 철회 서명운동에 나서며 시작됐다.

확산탄은 광범위한 지역에 수많은 작은 폭탄들을 흩뿌리는 산탄형 폭탄으로, 사용시에 군사표적과 민간인을 구별하지 못하고 넓은 지역에 피해를 발생시키는 무차별 살상무기다. 또 사용된 이후에도 수많은 불발탄이 남아 지뢰처럼 작용해 이를 발견하는 사람들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 무기이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확산탄을 대표적 비인도 무기로 규정, 2008년 확산탄금지협약을 체결(3월 말 현재 당사국 및 서명국 수: 111개국)하고 확산탄 사용, 생산, 비축, 이전을 국제적으로 금지했다.

확산탄 피해자 중 98%는 민간인이며, 이중 3분의 1은 어린이다. 이에 따라 현재 111개국이 확산탄을 불법화시켰다.

[출처: 무기제로(www.wzero.org)]

공동행동에 따르면, 특히 라오스의 경우, 40여년 전 미국이 투하한 2억 6천만 개의 소폭탄 중 약 30% 가량인 8100만개가 불발탄으로 남아 아직까지도 인명을 빼앗고 있다. 전쟁 이후 불발탄 피해자가 5만 명 가까이 발생했으며 지금도 매년 300명 이상이 예기치 못한 불발탄 폭발 사고로 사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최대 공적기금인 국민연금은 확산탄을 제조하는 한화와 풍산에 투자해 왔다. 국민연금은 한화 주식의 7.34%(2011년 12월 기준), 풍산 주식의 9.26%(2012년 9월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와 풍산 기업은 세계 8대 확산탄 생산기업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공동행동은 이 같은 “비윤리적” 투자를 하고 있는 국민연금에 즉각 한화와 풍산에 대한 투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공동행동은 또 비인도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금지를 명시한 윤리투자원칙 수립도 제안한다.

공동행동은 특히 유사 사례로 노르웨이연금기금을 꼽는다. 노르웨이연금기금은 비인도무기의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토록 하는 윤리 지침에 의거, 2006년과 2008년 각각 풍산과 한화에 대한 투자를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