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부터 이집트까지, 자본주의는 어떻게 변했나

“자본주의 세계화의 문제들”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국제학술대회 진행

세계경제위기 아래에서 변화하는 자본주의의 양상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제출됐다.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은 6, 7일 “자본주의 세계화의 문제들”을 주제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서 위기와 계급”, “이민, 세계화 시대의 노동” 등 현 자본주의 주요 양상에 대한 맑스주의적 분석과 비판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학술대회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미국 루이스앤클락 대학 마틴 하트-랜즈버그 교수는 “대안적” 경제위기 극복을 통해 세계적 이목을 모았던 아이슬란드를 중심으로 이의 성장 배경, 경제 위기 이후의 상황, 대응의 한계와 교훈에 대해 분석했다.


자본주의적 세계화, 위기와 반응: 아이슬란드의 교훈

하트-랜즈버그는 아이슬란드는 위기를 극복한 사례이지 모델이 아니라며, 이는 시장에 대한 국가 개입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지만, 사민주의 아래 주도된 개혁 정책이 다시 자본가 계급의 논리에 구속되는 한계를 보이며, 노동자의 필요에 기초한 시장 개입의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기본적으로 14개 문호가 경제와 정치를 통제해 왔지만 1990년대 중반 신자유주의 그룹 등장 후 기득권과의 착종 아래 신자유주의 정책이 도입됐고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 확대에 기초해 2005년 GDP는 세계3위로 성장, 주식시장, 부동산시장의 붐이 일어났다. 그러나 2008년 경제 위기 후 이런 부채에 기반한 경제 자체가 은행 파산으로 인해 커다란 위기에 직면한다. 당시 환율은 80%, 주가는 70% 하락했다.

이후 경제 위기에 책임이 있는 정부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퇴임하고 이후 집권한 사회민주당과 녹색운동당은 은행 국유화 및 개혁, 문제 은행 파산, 환율 하락, 자본 해외 유출 등 자본통제, 공공정책 활성화를 추진한다.

하트-랜즈버그 교수는 이에 대해 특히 아이슬란드는 인구 30만 명 정도의 작은 나라고, 오랜 기간 국가주도의 체제를 유지해왔던 반면, 신자유주의 체제는 상대적으로 짧았던 특정 경험 속에서 최저임금, 실업 급여, 부채에 대한 지원 등 국내 경제 강화를 통해 자본통제, 평가절하, 국내 수요 창출을 종합적으로 운용하며 위기를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민주의-녹색운동당 연정은 이후 국유화된 3개 은행 중 2개를 사유화했고 여기에 투기자본이 들어가도록 했으며, 자본 통제도 약화, 유로존에 가입하려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결별하지 못하며 패배로 이어진다.

즉 하트-랜즈버그는, 아이슬란드 사례는 신자유주의는 자본가들의 이윤 추구라는 일반 과정으로서, 자체 모순을 가지고 있고 불안정을 만든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국가의 시장 개입이 효과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모델을 보여준다고 짚고 사민주의 정권이 자동적으로 사회변환을 추동하는 것은 아니며 자본주의가 안정화되면 사실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모습까지 보이며 사민주의의 실질적인 한계를 나타낸다고 정리했다.

그는 이 점에서 자본가들을 위해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아닌, 노동자의 요구와 필요,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구현시키기 위한 개입이 필요하며, 이를테면, 국유화된 은행은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를 사회주의자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의 계급구조 변화”


이어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의 계급구조”를 발제한 장귀연 경상대 연구교수는 1990년대 이후 명맥이 끊겼던 계급분석을 되살려 신자유주의 양극화가 계급구조에 미친 영향을 살펴봤다.

그는 1990년 이후 경제활동인구조사와 가계동향조사 등을 통해, 노동자대투쟁으로 노동권이 신장된 시기를 시작으로 신자유주의 공격이 본격화 된 기간동안 계급구조가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고, 양극화의 현상 뿐 아니라 계급간 계급내 편차가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장귀연 교수는 가장 뚜렷한 경향을 보이는 것은 구 중간계급의 비중 축소라며, 이전 농림어업의 고용 축소와는 대조적으로 이들 부분이 계속 축소세에 있기는 하지만 전통적으로 자영업을 하는 구 중간계급이 차지했던 산업에서도 자본이 침투함으로써 구 중간계급이 몰락하고 노동자계급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제기했다. 특히 최근 대기업들이 유통, 판매, 관광, 레저와 같은 부문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다.

장 교수는 또 신자유주의적 경제적 불평등과 격차 확대 아래 포드주의적 축적체제의 성격을 보였던 1990년대 전반기까지는 대체로 분배지표가 개선되는 경향을 보이다가 1995년을 전후로 하여 반전되기 시작했고 1998년 IMF체제 후 큰 폭으로 악화됐으며, 그 이후로도 소득분배가 개선되기보다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계급별 소득격차에 대해서는 구 중간계급 가구의 소득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반면, 신 중간계급의 가구소득은 대체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장 교수는 지적했다. 계급별 변동계수 또한 IMF 체제였던 1998년 급격히 높아져 경제위기 시 계급내 소득격차가 매우 극심해져 신자유주의 시기에 계급간 격차 뿐 아니라 계급내 격차도 심화됐다고 제기됐다.

이외에도 장귀연 교수는 신자유주의적 선전과 노동의 질 악화에도 불구하고 임금노동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부르조아계급은 계급적 이익에 걸맞게 시장자유주의에 대해서 확실히 찬동하고 있지만, 다른 계급들은 계급 위치와 무관하게 모호한 상태로 시장자유주의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제기했다. 그러나 계급위치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는 데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다양한 균열선들도 발견된다는 견해다.

“세계 경제 위기에서의 동아시아 노동 이주”

3번째 발제자로 참여한 장대업 영국 런던대 SOAS 교수는 세계 경제위기 아래 동아시아 이주 노동의 변화 양상을 분석했다.


장 교수는 우선 동아시아 많은 개발도상국의 발전이 역내 무역에 의해 좌우되며 독립적인 발전에 대한 기대가 많이 모아졌지만 2007, 2008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동아시아 경제가 자본주의 중심부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의 근거로 동아시아 국제 분업 안에서 사고 팔리는 부속과 부품의 최종 완성품의 목적지는 서구라는 점에서 세계 경제는 빚을 토대로 성장하는 서구 시장 경제, 이러한 서구에 값싼 노동을 동아시아의 바탕으로 상품을 수출하며 의존하는 구조를 보이며 이 때문에 구매력이 있는 쪽의 경제가 무너지면 수출 국가의 경제도 무너지는 세계 시장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대업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위기로 인해 이주노동 또한 위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이주노동은 세계 경제에 이미 구조화 돼 있고 전지구적인 자본 순환의 지역화가 심화되며 이주노동자들을 형성, 흡수, 탄압하고 추방하기도 하는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제기했다.

그러나, 90년대 말 아시아 경제위기 아래 홍콩 이주노동자들은 20% 임금삭감에 대응하지 못했지만 2008년 위기에서는 홍콩이주노동자들이 연맹을 만들어 대응하는 등 이주노동자의 정치적 대응도 강화되며 잠재됐던 정치적 주체성이 나타나고 보다 공세적이고 자신감이 있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집트와 아랍 혁명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

국제학술대회에 앞선 6일에는 “이집트와 아랍 혁명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이라는 주제로 북아프리카와 아랍 봉기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발제에 나선 아담 하니에 영국 런던대 SOAS 교수는 이 혁명은 요구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지속되고 있고 수백만 민중에게 여전히 중요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주요 양상을 분석했다.


하니에 교수는 혁명이 일어났을 때 서방과 중동은 똑같이 기존 체제가 유지되길 바랐다가 이후에는 “질서있는 전환”이라는 말로 혁명을 축소시키려 했다고 전제한 뒤, 북아프리카 혁명과 반혁명을 이해하는 데 △신자유주의적 변화, △2008년 전세계 경제위기의 영향 그리고 △중동 전체에서의 제국주의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제기했다.

하니에 교수에 따르면, 이집트는 아랍민족주의에 기초해서, 나세르 아래 토지개혁, 일자리 확대와 함께 공공부문이 강화됐는데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이후 이는 역전되기 시작했다. 이집트 혁명이 축출한 무바라크는 신자유주의 구조개혁 추진자로서, 임대료 상환제 철폐, 임대 소작료 권리 축소 등으로 농민들은 더 이상 농촌에 살수 없게 됐고 농업은 수출 농업으로 변화했다. 공공부문 사유화로 공공부문 노동자 50%가 줄어들었고 각종 규제 완화와 함께 노동권 축소, 부의 양극화도 확대됐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 아래 혁명은 경제위기에 대한 아랍세계의 대응이었다고 아담 하니에 교수는 본다.

2008년 GDP는 성장했지만 대중의 빈곤은 증대됐다. 세계 송금액이 크게 줄었다. 수출이 감소했고, 식품가격 상승하며 이집트와 튀니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하니에는 독재 얘기만하면 안된다고 본다. 정치와 경제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중동 내 증대된 걸프국의 영향력이 북아프리카 혁명의 주요 지점으로 분석됐다. 걸프 국가들은 산유국의 왕조국이다.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수혜자. 기업들을 사들이는 나라. 계급 양극화 뿐 아니라 지역에서의 권력 양극화가 나타났다. 이들 국가가 이집트 식품과 부동산을 장악하고 있었다고 하니에는 밝혔다.

하니에 교수는 혁명 후 무슬림형제단은 반혁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집트에서는 무르시가 봉기의 대표자로 등장한 듯 했지만 이집트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무바라크와 비슷한 구실을 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수에즈 운하 근처의 토지들을 사유화하고 있다. 이 근처를 경제특구로 지정했고 카타르가 무르시 정권을 후원하는 대신에 이 프로젝트에서 지분을 갖는다는 후문이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커다란 저항이 있기도 하다.

무슬림형제단이 권력을 수권한 이유는 군부의 용인과 가장 큰 네트워크와 자원, 사회적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지도부 자체는 이슬람부르주아지이자 자본가 계급이고, 이들이 정치경제 방향을 주도하고 있다고 하니에는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무슬림형제단의 반여성 프로그램을 주목해야 한다며, 반혁명이 옛날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사회화와 젠더에 대한 인식을 다시 공격하고 있고 무슬림형제단은 분명 반혁명 세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하니에는 혁명의 영향으로 좌파 노동운동이 강화돼 모든 부분에서 새로운 노조가 건설됐다는 점도 중요하게 지적했다. 기존의 노동조합에서도 새로운 목소리가 나타났고 이집트 뿐 아니라 튀니지와 알제리에서도 좌파들이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혁명운동의 영향으로 대중이 정치화되었고, 반혁명은 이러한 대중의 급진화를 되돌리려고 한다는 것이 중요한 지점이다.

한편 하니에는 시리아는 반제국주의이지만 시리아 정권은 자본가들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좌파 일부가 아사드 정권이 반제국주의라고 생각하지만 경제정책은 신자유주의라는 것이다. 한편 서방이 자신의 구미에 맞게 개입하려고 하고 내부의 종파들의 분열을 부채질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에는 이외에도 남아공 콰줄루-나탈대의 차이나 응구바네의 “남아프리카 이주, 인위적 경계들, 외국인 혐오, 국가의 탄압, 경찰의 잔인성, 그리고 ‘이동의 권리’ 저항”, 영국 런던대 SOAS 아담 하니에 교수의 “노동 이주와 걸프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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