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1,400만 명 무르시 퇴진 요구 시위

10명 사망, 600여명 부상...무르시, 대화 제의

2년 반 전 18일 동안의 민중 봉기로 무바라크 독재의 막을 내리게 한 이집트 민중이 무르시 대통령 사퇴를 위해 더 큰 규모의 시위를 벌였다.

6월 30일 <로이터>는 군 출처를 인용, 전국에서 1,400만 명이 무르시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카이로와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만 100만 명이 시위에 나섰다. 대통령궁 앞에서도 수만 명이 “민중은 독재의 퇴진을 원한다”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무르시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거리에서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타흐리르 광장에만 50만 명이 모인 카이로에서는 모든 공장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왔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나일 삼각주에서 시위대는 지방 관청을 봉쇄하고 문에 “국민의 명령으로 폐쇄”라는 표지를 걸었다.

[출처: http://english.ahram.org.eg/ 화면 캡처]

이집트 전문가 미셸 한나는 <가디언>에, “시위 장면은 크기와 스케일 측면에서 무바라크를 내몬 지난 18일 봉기를 압도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이번 시위가, “야권만이 아닌 이집트 기층 사회, 풀뿌리 단체의 노력이라는 점에서 보다 놀라운 측면을 지닌다”고 보았다.

그는 “시위는 확장세에 있다. 조직과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반 대중이 국가와 이의 지도력의 현 상황에 대해 깊이 좌절하고 각성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시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시위에 나선 한 명은 “무르시는 무바라크와 똑같다”며 “무바라크에 이어 그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나는 종교 때문에 무르시를 뽑았다. 그러나 이제 물가, 실업률과 빈곤이 치솟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에게 언제까지 기회를 주어야 하는가? 우리 모두가 침몰할 때까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무바라크를 몰아내는 데 18일이 걸렸다. 무르시가 떠나지 않는다면, 180일이라도 이곳에 남겠다”고 말했다.

예술인과 지식인들도 시위에 나와서 공동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두 손에 신발을 들고 치며 “우리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 무르시가 떠나야 한다”고 외쳤다. “목소리를 높이자. 우리는 혁명이 사망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한 참여자는 말했다.

무르시 퇴진 시위는 전국 곳곳에서 친정부 세력과의 충돌을 동반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에 대한 총격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집트 당국은 최소 7명이 사망했고 613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디언>에 따르면 무슬림형제단 카이로 본부 앞 충돌 중 총에 맞아 사망한 또 다른 2명 등 모두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영통신사(MENA)는 총상을 입은 11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10명 사망, 600여명 부상...무르시, 대화 제의 고집

무르시 지지층은 크게 위축된 모습이지만 권력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무르시 대통령 지지자들도 카이로의 한 사원에 머물며 지지집회를 이어갔다. 지난 주 무슬림형제단의 한 국회의원은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많은 이들이 충돌에 대비해 헬멧을 착용했다.

일부 무슬림형제단의 고위층은 일신상의 보호를 이유로 이집트를 빠져나갔다. 무르시 대통령도 대통궁에서 나가 카이로 모처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슬림형제단의 한 정치인은 시위대가 쿠데타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무슬림 성직자들은 내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슬람주의자들은 대통령궁이 공격받을 경우 방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집트 곳곳에서 경찰이 무르시 반대 시위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다음 단계가 무엇일지에 대한 추측이 만연해 있다. 이집트에서 가장 잘 알려진 야권 지도자는 좌파 함딘 사바히(Hamdeen Sabbahi)와 모하메드 엘바라데이(전 국제 원자력 기구 사무총장)다. 무르시가 몰락할 경우 이 2명이 과도 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추측되고 있다.

군사 쿠데타를 지지하는 흐름도 강하다. 시위대 일부는 국방부 앞에서 현 상황에 대한 개입을 촉구했다.

대통령 대변인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은 잘못을 알고 있으며 이를 개선할 것이다. 국가적인 대화를 다시 진지하게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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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바라크 , 무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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