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선 튀니지 공공부채 감사 운동

외채 해결 열쇠 공공부채 감사법, 국제금융기구 방해로 1년째 표류

튀니지 공공부채 감사가 기로에 서 있다. 공공부채 감사 법안이 1년 전 상정됐지만 초국적기구와 국제금융기구들의 방해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좌초 위기에 놓여 있다.

튀니지 부채감시운동의 샤픽 벤 루이네(Chafik Ben Rouine)는 17일 제3세계외채탕감위원회(CADTM)에 기고한 글에서, 튀니지 공공부채에 대한 사회적 감시를 위한 노력이 국제금융기구의 압박 아래 좌절돼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http://cadtm.org/]

튀니지 외채규모는 2011년 기준 220억 달러로 튀니지 경제회복에 발목을 잡아 왔다. 때문에 튀니지 공공부채 감사는 혁명 후 사회, 경제적으로 제기된 가장 중요한 요구 중 하나였다.

튀니지 사회운동은 국제금융기구가 독재자 벤 알리 편에 서 튀니지 민중을 억압하는 데 일조했다고 비판해왔다. 1980년대 벤 알리는 집권 후 IMF와 세계은행 감독 아래 전면적인 사유화 조치를 강행했고, 유럽연합과 자유 무역 협정을 체결하며 유럽을 위한 값싼 노동시장으로 튀니지를 전환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튀니지 사회운동은 정부가 국제금융기관에 진 부채에는 각종 횡령과 부패 자금으로 흘러간 “더러운 부채(Odious Debt)”가 포함됐다며 공공부채 감사 운동을 벌여 왔다.

이러한 사회 운동 과정을 통해, 혁명 후 2011년 10월 튀니지 첫 번째 보통 선거 기간 튀니지의 공산주의자부터 이슬람주의, 사회민주주의자까지 모든 정당은 공공부채에 대한 국정조사를 약속했다. 이후 튀니지 제헌의회는 꼭 1년 전인 지난 해 7월 17일 공공부채에 대한 시민 감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처음으로 상정했다.

공공부채감시법안 상정되자, 금융자본의 외교적 압박 시작돼

그러나 국제 금융 기관의 압력 아래 집권당인 이슬람주의 엔나흐다 정권은 공공부채에 대한 사회적 감시 운동을 가로 막고 있다.

국제신용회사들은 튀니지 제헌의회에 관계 법안이 상정되자마자 튀니지 국가 신용 등급을 연속적으로 강등했으며, 초국적 자본을 대리하는 로비그룹은 외교적 압박을 시작했고 이는 경제적으로 경험이 없는 허약한 튀니지 연정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들이 공공부채 감사를 두려워하는 것은 2008년 에콰도르 꼬레아 정부가 공공부채 감사를 통해 에콰도르 외채의 70%를 ‘더러운 부채’로 규정하고 채무지불을 거부한 일 때문이다. 튀니지에서도 공공부채 감사가 이루어질 경우 벤 알리 독재 시절에 형성된 채무의 상당부분이 더러운 부채로 규정돼, 튀니지가 이자 및 원금 지급 중단을 강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튀니지 재정장관은 결국 공공부채 감사 법안 상정을 철회한다고 밝힌다.

샤픽 벤 루이네는 이 같은 처사는 행정부와 입법부 간 권력 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유린한 것이기도 하지만 튀니지 정부 뒤에 있는, 서구 열강과 초국적 금융자본을 대변하는 IMF가 가하는 압박의 정도를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루이네는 결국 튀니지에서 부채 문제는 발전의 걸림돌일 뿐 아니라 북반부에 빚진 남반구 국가들을 지원하는 과정에 내재한 약탈과 굴종의 도구라는 견해다. 이 때문에 그는 튀니지에서 정부 부채의 문제는 억압된 민중의 해방을 위한 열쇠라고 주장한다.

튀니지 공공부채 감시 법안은 제헌의회에 1년째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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