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왜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소송 택했을까?

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사법부의 모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오는 5일 통상임금 소송 공개변론을 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양측의 변론을 듣고 연말경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재계와 노동계의 팽팽한 줄다리기인 통상임금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관련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은 재계의 요구였다. 결국 재계의 요구를 받은 모양새가 됐다. 대법원이 판례에 따라 각각의 통상임금 소송 사건을 판결하면 되는데, 전원합의체를 거쳐 판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발언이 대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딘 에커슨 GM회장이 통상임금 해결을 요구하자 박 대통령이 ‘합리적인 해결’을 약속하면서 통상임금 논란이 불붙었다.

이번 공개변론 대상 사건은 논란이었던 한국GM 사건이 아닌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제기한 2건의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소송이다. 관리직 퇴직자 K씨는 정기상여금(연월차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논의의 핵심인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다. 또한 전현직 노동자 295명은 복리후생비(여름휴가비, 김장보너스 등)가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GM 소송이 아니라 우리라고?”...의아한 갑을오토텍 노동자
조속한 판결 촉구했더니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대법원은 갑을오토텍 사건이 통상임금 범위에 관한 쟁점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는 사건으로 보고 공개변론 대상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은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295명의 노동자가 제기한 통상임금 집단소송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까지 갈 줄 몰랐다. 3년 전 제기한 집단소송은 1, 2심에서 승소하고 작년 10월 말부터 계속 대법원에 계류됐다. 노동자들은 대법원의 조속한 판결을 촉구해왔다.

  자료사진 [출처: 미디어충청]

또한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공개변론까지 연다면 한국GM 통상임금 소송 사건이 적합하다고 노동자들은 생각했다. 한국GM 소송은 박 대통령의 방미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갑을오토텍 사건보다 소송 규모가 크고, 통상임금 범위에 관한 쟁점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생산직, 관리직 퇴직자 등의 정기상여금과 복지후생비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다. 또한 두 개의 사건은 불과 한 달 차이로 비슷한 시기에 대법원에 함께 계류됐다. 당시 대법원에 계류된 통상임금 소송 사건은 모두 7건으로 알려졌다.

한정우 전국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부지회장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통상임금 판결을 하면 되는데, 시간을 끌다가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니까 ‘정치적 개입’, ‘의도 불순’ 등 말들이 많다”며 “상식적으로 한국GM 통상임금 소송 사건을 다뤄야하지만 대통령 발언이 논란이 된 상황에서 독립적인 사법부가 한국GM을 택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사건을 고르다가 여러 정황상 덜 부담스러운 갑을오토텍 사건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집단소송과 별개로 관리직 퇴직자 K씨의 개별사건이 뒤늦게 전원합의체 심리에 회부된 일도 도마 위에 올랐다. K씨를 비롯해 관리직 퇴직자 7명은 처음에 통상임금 개별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가 회사의 태도에 마음을 바꿨다. 7건의 개별소송에다 1인 당 520만 원가량의 소액재판 사건이다. 한 부지회장은 “소액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것은 대법원 역사상 전례가 없다고 한다”면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도 다뤄야 하기 때문에 대법원이 K씨 사건을 고른 것이다. 의도적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대법원이 끼워 맞추기 식으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사법부는 지난 199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무노동무임금’을 적용하면서 “노동자가 사용자의 지휘를 받으며 노동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보수”가 아닌 가족수당, 주택수당 등 생활보장적 부분은 지급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임금이분설)을 폐기했다.

그러나 무노동무임금을 모든 임금성 항목에 적용하면서 1개월 단위로 노동시간에 비례해 지급되는 임금과 별개였던 복리후생성 임금도 통상임금으로 보게 됐다. 대법원은 1996년 2월 9일,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것도 정기성, 일률적으로 지급되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노동자들이 승소한 2012년 3월 29일 대법원 판결(금아리무진 정기상여금 소송 사건)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 부지회장은 “사법부가 이미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하고 결정한 내용이 있는데, 이제 와서 다시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회부한 것은 굉장히 모순된 행동”이라며 “사법부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 받고, 복잡한 임금체계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알아야 한다. 이왕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린다면, 다른 꼼수를 부리지 말고 기존 판례의 타당함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소송은 통상임금을 둘러싼 재계와 노동계 간의 대리전이라 양쪽이 각각 총력전에 나선 상황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논의 결과는 현재 진행 중인 160여개의 통상임금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갑을오토텍지회와 금속노조는 이 사건에 대해 민주노총 법률원, 금속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등 모두 7명의 변호사가 참여한 공동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사측도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대리인으로 나섰고, 4명의 변호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는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전원(13명)이 참여해 대법관 다수의견으로 결정된다.(기사제휴=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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