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노동자, 정리해고 반대 ‘보스납치’ 시위

‘굳이어프랑스’ 노동자, 경영진 2명 보스내핑...정리해고에 맞선 보상 요구

프랑스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 경영진을 인질로 잡고 시위하는 ‘보스내핑(boss-napping)’에 나섰다.

6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프랑스 아미엥 북부에서 타이어를 생산하는 미국계 기업인 ‘굳이어프랑스’ 노동자들이 2명의 경영진을 인질로 잡고 공장 재가동 또는 보상을 요구하는 ‘보스내핑’ 시위를 단행했다. ‘보스내핑’은 ‘보스(boss)’와 ‘키드냅핑(kidnapping)’의 합성어로 2009년부터 확산된 프랑스 노동자들의 경영진 납치 시위를 지칭하는 신조어다.

  2009년 '굳이어프랑스' 노동자들이 노사분규 중 타이어에 불을 지르고 바리케이트를 쌓고 저항하고 있다. [출처: http://www.theguardian.com/ 화면 캡처]

노동자들이 인질로 잡은 경영진은 회사 생산 감독인 미셸 델리와 인적자원 감독 버나드 글레서로 이들은 6일 오전 ‘굳이어프랑스’ 노동조합 대표부를 만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0여 명의 노동자들은 트랙터 타이어로 회의실 문을 봉쇄한 후 2명을 감금하고 사측이 요구사항을 이행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굳이어프랑스는 아미엥 공장에서 일하는 1,173명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고 폐쇄한다는 방침이며 이달 정리해고를 통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에 반대, 공장을 재가동하거나 폐쇄하더라도 노동자들에게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공장을 폐쇄할 경우, 노동자들에게 8만 유로와 근속 연수에 따라 2천 500유로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프랑스 최대 노조연합인 프랑스노동총동맹(CGT) 소속 굳이어 노동조합은 경영진 인질 시위에 대해 “우리는 도움을 얻기 위한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강구했지만 허사였다”며 “이제 우리는 방침을 변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조합은 또, “우리는 자발적인 공장 운영 계획을 모색하기 위한 협상테이블로 돌아가길 원하며 누가 공장을 인수할 것인지 알고자 한다”며 “아무도 인수할 계획이 없다면, 우리는 사측에 보상금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다”라며 인질 시위에 대한 강경 입장을 표명했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공장 내 분위기는 고요하며 인질이 된 경영자 측은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고 물도 제공받고 있다.

2009년 경제위기 후 ‘보스내핑’ 바람

굳이어 공장에서의 분쟁은 2007년 시작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에 위치한 ‘굳이어’ 본사는 여러 해에 걸쳐 프랑스 아미앵 공장 구조조정 계획을 밀어부쳤지만 CGT 노동조합은 반대했고 경영진은 이에 대해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후 노동자들은 정리해고가 불법이라며 분쟁을 시작했다.

이후 굳이어는 미국계 타이어 회사인 ‘타이탄인터내셔널’에 인수를 제안했지만 타이탄 측은 굳이어 노사 분규가 해결돼야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타이탄인터내셔널’에 대한 노동자들의 입장도 좋지 않아 인수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아르노 몽트부르 프랑스 산업부 장관이 ‘타이탄인터내셔널’ CEO 모리 테일러에게 인수 의향을 묻자 그는 “당신은 우리가 바보라고 생각하는가”라며 “프랑스 노동자들은 높은 임금을 받지만 그들은 점심식사를 위해 1시간을 쓰며, 잡담에는 3시간 그리고 나머지 3시간 동안에만 일할 뿐이다”라고 비꼬아 노동자들을 포함, 프랑스인들로부터 반발을 산 바 있다.

프랑스에서 ‘보스내핑’은 상대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시위문화 중 하나다. 프랑스 경제 위기 이후 특히 노동 분규가 가속화되며 ‘보스납치’ 시위는 더욱 확산됐다. 2009년 기업들이 경비를 줄이기 시작하자 정리해고 방침에 성난 노동자들은 캐터필러, 소니, 3M 등 외국계 기업의 경영진을 납치하고 시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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