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연루 범죄 보도 관행, ‘성소수자 편견 조장’

범죄 기사에 불필요한 성적 지향 명시 문제점 지적

  27일 JTBC에서는 "동성애자 집단 '마약 파티'…동물 마취제까지 투약"이라고 보도했다. ⓒJTBC

동성애자가 연루된 강력범죄를 강조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경찰과 동성애자 범죄에 대한 언론사의 보도 관행이 성소수자 편견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마약을 소지하고 집단 투약한 혐의로 동성애자 2명을 구속하고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주요 언론사에 제공했다. 이에 연합뉴스 등 언론사들은 ‘도심 아파트서 마약파티 한 동성애자들 무더기 입건’ 등의 제목으로 보도했다.

종로경찰서는 보도자료에서 “도심 한복판 아파트서 마약파티 한 동성연애 피의자 10명 검거”, “피의자들은 모두 동성연애자이며 이 중에는 트랜스젠더 2명도 함께 있었다” 등으로 성소수자가 마약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명시했다.

이에 주요 언론은 종로경찰서로부터 해당 보도자료를 받아 동성애자 범죄를 강조한 기사를 내보냈다.

연합뉴스는 26일 ‘도심 아파트서 '마약파티'한 동성애자들 무더기 입건’이라고 보도했으며, 같은 날 MBN에서는 “도심 아파트에서 주말마다 '마약파티'를 벌인 동성애자들이 무더기로 붙잡혔습니다. 집을 마치 클럽처럼 꾸며 환각 파티를 즐겼습니다.”라고 보도했다. JTBC 또한 27일 뉴스에서 "동성애자 집단 '마약 파티'…동물 마취제까지 투약"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민주시민언론연합 유민지 모니터 활동가는 “동성애 성향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집단으로 마약을 투약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 되는데, 언론사에서 뉴스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선정적인 코드인 동성애를 사용한 것 같다”라면서 “사실 마약을 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층위에 존재하지만, 마치 동성애자가 특히 마약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호도해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조장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지적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도 27일 성명을 통해 “약 30년 동안 성소수자에 대한 대중 매체의 보도지침을 꾸준히 연구해온 미국의 성소수자 단체는 성소수자가 범죄로 구속당했을 때 이성애자 피의자에 대한 성적지향을 밝히지 않듯이 동성애자에게도 이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라고 소개하고 “이성애자, 동성애자를 막론하고 사람은 범죄를 저지르지만 직접 언급이나 인용을 통해 성적지향을 밝히는 것은 잘못된 편견을 불러일으킨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1년 9월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제정한 인권보도준칙 8장 성적 소수자 인권에도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경우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라고 명시한 바 있다.

  지난 26일 종로경찰서에서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 ⓒ종로경찰서

불필요하게 성적지향을 밝히는 경찰의 보도자료가 성소수자 편견을 조장하는 보도를 양산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친구사이는 “마약 강력 범죄 사건의 본질은 그 사람의 성적지향이 아니다. 사건은 결국 마약 사용에 대한 여부만을 따질 수밖에 없다.”라면서 “종로경찰서는 선정적, 차별적인 보도를 일삼는 언론의 보도 행태가 이루어지도록 만들었다. 소수자에 대한 인권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국가수사기관이 오히려 선정적 보도를 유도하고, 차별과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데 앞장섰다는 것은 백번 사죄해야 마땅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경찰 내부에서는 성적 소수자 문제에 대해서 조심하고 있지만, 언론에서 범죄자가 동성애자인지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동성애자라고 해서 마약을 많이 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언론에서 알 권리를 바탕으로 해서 동성애자인지를 물어보는데 우리도 그에 대한 답변으로 동성애자를 언급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민지 모니터 활동가는 “경찰이 동성애자라는 표현을 보도자료에 사용한 것은 사건과의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논란의 소지가 있다”라면서 “기자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동성애자임이 밝혀진다면 경찰이 책임질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범죄 내용과 상관없는 부분을 보도자료에 미리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활동가는 “경찰도 마약 범죄 검거 실적을 홍보하며 언론에서 다룰 만한 내용으로 동성애자를 표적으로 잡은 듯하다”라면서 “이는 동성애자가 범죄자라 낙인이 찍히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점에서 존중과 배려가 부족한 듯 보인다”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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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암

    적극 공감
    곳곳에 이처럼 편견을 조장하는 보도태도들이 그릇된 상식을 만들고있다.

  • 이런 무식한

    아래 holykim2011님아..아뒤에 holy가 들어가서 하는 말인데, 우연히 그 사람들이 기독교인들이었다고 합시다. 서울 한복판서 기독교인들 마약파티라고 기사가 나갔다고하면 괜찮겠어요? 마약파티 한거랑 기도교인인 것이랑 상관없듯이, 동성애자들이랑 마약파티랑 무슨 상관이라는 겁니까. 목사나 스님이 마약파티 한 것과는 다르 잖아요? 동성애자들이라서 특별히 더 엄격한 도덕율이 적용되야 하는 건가요? 그게 아니라면 그것이 편견이라고 지적한 것인데 말이죠. 언더스탠드?

  • 바다를보며

    동성애자들과 지지언론들은 동성애자들에게 불리한 기사에는 꼭 동성애를 삭제하라고 하지. 외국인노동자들이 마약잔치를 하다 잡히면, 국내노동자들도 마약한다는 구실로 외국인노동자라는 팩트를 삭제하는것이 옳은가. 장애인들이 마약잔치를 벌이다 잡히면, 비장애인들도 마약을 한다는 구실로 장애인이란 팩트를 삭제함이 옳은가 생각해보라. 설마, 국내노동자, 비장애인이란 용어를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겠지, 이 무식한 갈홍식 기자양반아ㅎ

  • 이런 무식한

    동성애자들과 지지언론들은 동성애자들에게 불리한 기사에는 꼭 동성애를 삭제하라고 하지. 외국인노동자들이 마약잔치를 하다 잡히면, 국내노동자들도 마약한다는 구실로 외국인노동자라는 팩트를 삭제하는것이 옳은가. 장애인들이 마약잔치를 벌이다 잡히면, 비장애인들도 마약을 한다는 구실로 장애인이란 팩트를 삭제함이 옳은가 생각해보라. 설마, 국내노동자, 비장애인이란 용어를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겠지, 이 무식한 갈홍식 기자양반아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