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 밥 한 끼 안주는 서강대, ‘보안직원’ 앞세워 면담 거부

최저임금 미달, 식대 조차 없어...면담은 번번이 거부 ‘분통’

서강대 청소노동자들이 또 다시 학교 기획예산팀 문 앞에서 출입을 저지당했다. 학교는 올해 들어 벌써 세 차례 청소노동자들과의 면담을 회피하고 있다. 식대가 지급되지 않아 식당에서 남은 밥은 얻어 한 끼를 때워야 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요구는 매번 봉쇄당하고 있다.

서강대 곤자가 국제학사에 근무하는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7일 오전, 기획예산팀장과의 면담을 위해 학교 기획예산팀을 방문했지만 보안직원으로부터 출입을 저지당했다. 학교는 학내 보안직원인 ADT 캡스 직원 3명을 기획예산팀 출입문에 배치하고 출입문을 봉쇄했다. 노조 측은 이미 지난 주 공문으로 면담을 요청해 놓았음에도, 기획예산팀장이 면담 시간에 맞춰 황급히 도망가고 출입문을 봉쇄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강대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익히 유명하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집단교섭에 참여한 경희대, 고려대, 이화여대, 연세대 등 9개 대학은 ‘시급 6,200원, 식대 90,000원, 상여금 180,000원(년 2회)’ 등을 약속한 상황이지만, 유독 서강대만이 노조와의 면담조차 나서지 않고 있다.

현재 서강대 곤자가 청소노동자들은 법정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으며, 식대도 지급받지 못해 기숙사 내 식당에서 남은 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현장 관리자가 상습적으로 고용불안을 조장하고, 심지어 자신의 명의로 전체 노동자에게 계약해지 통보서를 교부하며 부당해고 논란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청소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는 곤자가 국제학사는 대학과 민간자본이 특수목적회사인 ‘서강국제학사유한회사’를 설립해 민자기숙사로 운영하고 있다. 학교와 민간자본은 실체가 없는 특수목적회사를 원청으로 내세우며, 청소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지속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최다혜 서경지부 조직차장은 “당일 면담에 참가하고자 했던 청소노동자는 단 한명이었는데도, 학내 보안팀장은 사무실 출입 자체가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며 출입을 제한했다. 면담 약속을 잡기 위해 담당자를 만나게 해달라는 요청도 거부했다”며 “현재 용역회사와 원청인 서강대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어 임금인상, 식대 보장 등 가장 기본적인 노동조건 조차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강대 곤자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달 19일부터 매일 점심 학내 중식 선전전을 진행 중이다. 또한 서강대학교 학생들은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오늘부터 ‘서강대학교가 학내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학내 구성원 서명운동(가칭)’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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