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기초법 개별급여 통과 '여론몰이'

지난달부터 주거급여 방문조사 진행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기초생활수급가정에 보낸 '임대차계약관계 등 확인을 위한 방문조사 실시 안내문' [출처: 동자동사랑방]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의 급여체계를 개별급여로 전환하는 개편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국토교통부(아래 국토부)가 사실상 기초법 개편안 국회 통과를 압박하는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지역공동체 '동자동 사랑방'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주민들에게 보낸 안내문을 공개했다.

'임대차계약관계 등 확인을 위한 방문조사 실시 안내문'이라는 제목의 이 안내문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2014년 10월부터 '맞춤형 개별급여 체계'로 개편됨에 따라 주거급여와 관련한 가구별 방문조사 계획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알려드립니다"라고 시작된다.

국회에 계류 중인 기초법 개편안이 기존의 최저생계비 개념을 해체하고 실제적인 보장수준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토부가 사실상 개편안 통과를 기정사실로 한 안내문을 배포하고 있는 것이다.

안내문을 보면 LH공사는 국토부로부터 임대차계약, 주거실태 등에 대한 조사 전담기관으로 지정되어 지난 3월부터 기초생활보장가구에 대한 방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LH공사의 이번 방문조사는 올해 1월 제정된 '주거급여법'에 근거하고 있다. 그런데 주거급여법은 기초법이 그 실질적인 근거를 제공하고 있어, 기초법 개편안이 통과되어야만 실제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에 동자동사랑방 조승화 활동가는 "아직 기초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는데 일사천리로 이미 법안 통과가 기정사실인 것처럼 조사한다"라며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들도 많은데, 통과된 적도 없는 법안이 통과될 거니 빠른 적용을 위해 조사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성북주거복지센터 김선미 센터장도 "기초법 개편안이 논쟁 중인 상황에서 이러한 조사가 법안 통과를 압박하는 여론몰이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라면서 "국토부가 주거급여만을 홀로 밀어붙이는 모습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겠다는 정부의 약속과도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LH공사 관계자는 "주거급여법의 주요 내용이 실질적인 임차료 상황에 따라 지급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사전조사가 필요하다"라며 절차상의 문제는 없음을 강조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기초법 개편안이 통과되어야만 이런 부분이 실효성을 갖는다는 지적은 옳다"라고 인정했다.

한편, 지난 13일 연합뉴스 등 다수 언론은 기초법 개편안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서 '지급대상을 넓히고 지원금액을 늘린' 주거급여 시행에 차질이 생겼다는 식의 기사를 쏟아냈다.

연합뉴스는 기초법 개편안이 “작년 12월에도 국회에 상정됐지만 통과되지 못했고 2월 국회에서도 처리가 불발돼 4월 국회로 넘어오게 됐다”라면서 “문제는 이 법이 개정돼야 10월부터 저소득층에 최대 월 34만 원의 주택 임대료를 지원해주는 새 주거급여 제도가 시행될 수 있는데 여전히 법안 처리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연합뉴스는 "이미 국민에게 약속했던 사업을 예정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까 우려된다"라는 국토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주거급여법과 기초법 개편안이 갖는 문제점의 본질을 호도한다는 지적이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주거급여법은 기초법과 많은 연관이 있어 충분한 논의 후 제정되었어야 하나, 실제로는 한 차례의 공청회도 없이 졸속으로 처리됐다”라면서 “수급자 선정과 지급 방법을 국토부 장관이 임의로 정하는 대로 따르도록 해 급여의 권리성을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34만 원 지급이라는 액수도 1급지인 서울에 사는 일부에만 해당하는 것"이라며 "애초에 임대료 지급 기준이 너무 낮고 소득과 연동해 급여액을 낮추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급여향상 효과는 미비하고 사각지대를 방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처음부터 잘못된 제정과정을 거친 주거급여법을 빌미로 기초법 개편안을 밀어붙이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말

하금철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하금철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