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통신사, ‘70년대’ 위법적 노동환경...아무도 몰랐다

산재 은폐와 자비 부담은 약과, 임금 떼먹어 노동자 월급은 ‘마이너스’

거대 통신사인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의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70~80년대의 노동환경에 방치돼 있다. 회사가 수당이나 퇴직금을 떼먹는 건 일쑤고, 각종 패널티로 월급이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한 달에 하루 또는 이틀을 쉬며 매일 고강도의 노동을 하면서도 임금은 작년 상용근로자 임금총액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상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이지만, 이들은 주당 최대 77시간의 노동을 하기도 한다.

작년에만 SK브로드밴드에서 4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산업재해도 빈번히 일어나지만 회사는 산재 은폐에만 급급하다. 공상 처리는 고사하고, 노동자가 자비로 치료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센터에서 산재보상 명목으로 주유쿠폰을 지급하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패널티 등으로 임금 떼먹어 노동자 월급은 ‘마이너스’

민주노총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와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등은 16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 비정규직 노동실태 발표 및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이 날 공개된 재벌 통신사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충격적이었다. 근로기준법은 모두 무시됐고, 착취 구조는 노골적이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반드시 임금의 전액을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사용자가 임의로 임금을 공제해 지급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에서는 노동자의 고정급여의 12분의 1을 퇴직금으로 공제하고 있다. 노동자의 고정급에서 4대 보험료도 빠져나간다.

뿐만 아니라 각종 패널피를 부과해 노동자의 급여에서 이를 공제한다. 패널티 금액은 적게는 5만 원에서 30만 원이 훌쩍 초과되기도 한다. 패널티의 종류도 다양하다. SK브로드밴드의 한 서비스센터에서는 고객의 신청서 수거율을 정산해 패널티를 부과한다. 최대 18만 원 이상의 패널티가 차감된다. 가입자가 단말기를 분실한 경우에도 최소 18만 원의 손실액이 서비스기사에게 청구된다.

LG유플러스의 서비스센터에서는 영업실적과 관련해 패널티를 부과하기도 한다. 노동자가 ‘전략상품 실적’을 한 건도 올리지 못할 경우 10만 원의 패널티가 공제된다. 전략상품 및 일반상품 실적을 올리지 못할 경우 패널티 금액은 15만 원이다. 개통 후 장애가 발생할 경우 한 건 당 10만 원의 패널티가 부과된다. 검수불량이 발견 될 경우 건당 무려 30만 원이 차감되기도 한다. LG유플러스의 한 서비스센터 노동자는 한 달에 50만 원의 패널티가 차감돼, 한 달 급여가 마이너스 24만 원을 기록하기도 햇다.

산재처리 ‘거부’, 치료도 자비로...산재보상 명목으로 ‘주유쿠폰’ 지급하기도

서비스센터의 현장 기사들은 대부분 전신주나 건물 외벽에 매달려 일을 하고 있다. 전신주에서 떨어지거나 케이블 작업 중 감전되는 사고도 빈번하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안전화와 안전장갑, 안전벨트 등 모든 안전장비를 자비로 구입한다.

뿐만 아니라 업체의 산업재해 은폐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SK브로드밴드 S센터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2012년, 3m 높이의 아파트 담벼락에서 떨어져 발목 골절상을 입었지만, 자비로 치료비를 부담했다. 요양기간 2주 동안 임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LG유플러스 J센터에서는 지난해, 노동자가 가정집 담벼락에서 개통작업 중 추락해 다리인대가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동자는 센터 측에 산재를 요청했지만 센터는 이를 거부했다. 또한 지난 해, 같은 센터의 한 노동자가 개통작업 중 못이 손바닥을 관통하는 사고를 당했다. 센터에서는 산재보상 명목으로 2~3만 원짜리 주유쿠폰 30만원 어치를 수회로 나눠 지급했다.

2012년에는 AS기사가 고객 집을 방문했다가 만취한 고객이 부엌 칼을 들고 위협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팀장은 해당 가정을 또 방문하라고 지시했고, 기사가 반발하자 그제야 해당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해지했다.

SK브로드밴드 서비스센터에서 지난해 확인된 사망사고만 4건에 이른다. 용산센터 이 모 기사는 전신주에서 작업을 하다 뇌경색으로 실신해 사망했다. 전북센터의 김 모 팀장은 과중한 업무로 대장암 치료시기를 놓쳐 사망했다.

4단계 걸친 다단계 하도급...노골화된 착취구조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의 센터 직원들은 영업, 설치, 철거, A/S, 공사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의 고용형태는 매우 다양하지만 대부분이 기간제, 계약직이거나 특별한 근로계약 없이 고용된 경우도 다수다.

[출처: 노동과세계 변백선 기자]

산업노동정책연구소가 올 3~4월간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협력업체 직원 424명(SK브로드밴드 242명, LG유플러스 1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노동자들 중 40.5%는 기간제, 계약직으로 고용돼 있었다. LG유플러스 협력업체의 경우 기간제, 계약직이 36.3%로 가장 많았고. 근로계약이 없는 경우도 33%에 달했다.

정용식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의 고용구조를 보면 원청인 이 두 업체가 존재하며, 하위에 각 지역센터와 직접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각 지역 상위에 또 다른 중간업체가 존재하고 있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각 지역 센터를 포함해 3단계의 간접고용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파견, 용역과 근로계약이 없는 경우, 노동자는 4단계에 걸친 하도급 계약 속에서 근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노동도 만연한 상태다. 최진수 민주노총 서울본부 법률지원센터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상 주당 근로시간 한도는 52시간이지만, 개통기사의 경우 일요일을 제외한 주당 근로시간은 66시간이며, 장애(AS)기사의 경우 약 60시간”이라며 “여기에 일요일 근무시간을 합산하게 되면 1주간 근로시간은 최장 77시간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체는 휴일 및 시간외 근로수당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노동자 약 80%는 시간외 근로수당 없이 평일 시간 외 휴일 근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역시 시간외근무수당을 실제 지급하는 경우는 9.9%에 그쳤다.

정용식 연구원은 “80%가 시간외 근로수당을 받고 있지 않았으며, 또한 당직수당도 대부분 없거나 건당수수료로 대체하고 있었다”며 “비록 당직수당을 지급하더라도 시간외 근로로 시간급의 150%가 아닌 일당형식으로 지급되면서 미지급 임금이 발생될 확률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225.5만 원이며, LG유플러스 협력업체의 경우 월 257.2만 원 수준이다. 이는 2013년 상용근로자 임금총액 311.1만 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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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이다

    형이 니들때문에 열받아서 쉬지도 못하고 돈 벌어줬지? 그런데 니들이 형을 모른다고? 형아 지금 열받아서 니들 아구리를 뜯어버리고 죽방을 10방 날리러 달려간다~ 조심해라~ 아구리 찢여버린후 죽방인거 알고 있어~

  • 이승엽

    회사측의 횡포가 너무 심하네요. 경영자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최소한의 양심은 갖고 계신지요?" 근로자들이 일한 만큼은 공정한 대우를 받는게 당연할텐데... 그것도 어려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