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 재계, 근로시간 연장 요구...노사정 소위 결렬

근로시간 60시간, 휴일 할증 미지급...한국노총 반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소위원회가 17일 오전 근로시간단축과 통상임금, 노동기본권 관련 막판 협상에 돌입했지만 결렬됐다. 이날 협상은 재계가 가장 안달이 나 있던 근로시간 단축을 먼저 합의하고 최종 타결을 시도했지만, 재계의 무리한 요구로 협상 여지는 생기지 않았다.


애초 협상을 중재한 정치권은 협상 과정이 마무리되지 않아 협상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계의 태도에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한국노총이 세부 제시안을 전격 공개하고 여론화에 나섰다. 한국노총이 이렇게 공세적으로 나온 이유는 그동안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기준이 되는 ‘1주일’의 정의를 ‘주말 휴일을 제외한 5일’로 행정해석을 내려왔다가, 조만간 대법원에서 ‘주말 휴일을 포함한 7일’로 바로잡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법에서 이렇게 판결할 경우 노동계는 그냥 있어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재계, 52+8시간(60시간) 영구 허용 주장”

한국노총은 협상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재계가 52시간+8시간(60시간)을 영구적으로 허용해 달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정부·여당·재계 모두 ‘52시간+8시간’을 주장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이 근로시간 상한을 52시간(40시간+12시간 추가근로)까지 허용한 것보다 대폭 후퇴하는 안이다. 대법 판결이 나면 재계의 부담이 커진다는 재계와 정치권의 우려 때문에 이번 협상이 시작됐는데도 되레 재계가 더 공세적으로 나온 것이다.

한국노총은 이어 “재계는 ‘일주일은 7일’임을 인정하면서도 휴일근로에 대한 할증임금(휴일근로+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고 버텼다”고 밝혔다.

애초 이날 회의는 1차적으로 근로시간단축이 합의되면 통상임금 문제와 정리해고 요건강화 등을 두고 주고받기 협상(패키지딜)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환노위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임금 문제와 정리해고 요건 강화 문제가 어느 정도 의견이 접근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훈 의원은 협상 결과 브리핑에서 “노총이나 경영계 모두 현장에서 요구가 빗발치기 때문에 그 요구를 받는 입장에서 상대방과 근접한 안을 내거나 대안을 적극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솔직히 입법이 쉬워 보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의외로 노동계, 경영계 양측 다 마지막까지 좀 더 열심히 노력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가 빠지고 한국노총과 경영계만의 비공식 협상을 21일 환노위 법안소위 이전까지 추진하기로 했지만 아직 일정을 잡진 않았다.


신계륜, “근로시간단축의 목표를 잃어버리면 혼선이 온다”
홍영표, “40+12(52시간)도 불법적 상황임을 인식해야”


사실 이날 협상 기류는 비공개 협상 시작 전 언론에 공개한 여야 의원들 사전 발언에서도 일부 감지됐다.

신계륜 환노위위원장은 “근로시간단축의 목표를 잃어버리면 혼선이 온다”며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영표 새정치연합 의원도 재계를 향하는 듯한 작심 발언을 했다. 홍 의원은 “소위 논의 마지막 단계에서 근로시간단축 문제가 최종 타결 될 수 있느냐 쟁점이 됐다”며 “근로시간단축을 해야 일자리 문제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산업현장의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고심했다”고 토로했다.

홍 의원은 “우리는 주 40시간을 10년 전에 법으로 제도화하고 나서 지키지 않고 있는 불법적 상태를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감안해 연착륙할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주 40시간+초과시간 12시간으로 해서 52시간이 넘는 것도 불법적 상황이란 걸 인식하면서 연착륙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재계의 어려움을 감안해 노동계의 많은 양보를 이끌어 냈는데도 재계가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홍 의원이 작심발언을 하며 일부 세부 협상 내용을 드러내자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너무 길게 하는 것 아니냐, 그만하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어느 날 갑자기 이 문제가 나와서는 안 되니 내가 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종훈 의원도 “공개적으로 말하겠다. 노사정 대표자들이 최대한 상대방을 압박해 자기들이 유리한 안으로 도출하려 하고 자기주장을 극단적으로 내서 압박하고 나중에 입법이 되면 국회 탓을 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국노총은 “노사정 소위에서 근로시간단축, 통상임금 정상화, 노동기본권 확대 등을 합의하지 못하면, 올해 임금단체협상투쟁과 집단 소송투쟁 등 지원을 통해 장시간 근로의 해소와 통상임금 범위확대, 노동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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