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C, 정리해고 당일 문자로 "취소한다. 업무복귀하라"

노조 "임금삭감 협박용 정리해고 재확인", 회사 "노사화합 위한 결정"

두 번째 정리해고를 예고했던 ㈜KEC가 해고를 철회했다.

예정된 해고일 오전에 철회한터라 당초 금속노조가 주장한 “임금삭감을 위한 협박용 정리해고”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고, 정리해고제도의 문제점이 다시 한 번 지적됐다.

[출처: 뉴스민]

정리해고 예정일 오전, 업무복귀하라는 문자 한 통
“임금삭감 위한 협박용 정리해고, 정리해고제 철폐해야”


KEC는 지난 3월 17일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임금삭감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노동자 148명을 4월 17일 해고한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KEC측은 노사관계 악화가 우려된다며 정리해고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던 노동자들은 예정 당일인 17일 오전 “경영상해고를 취소하며 정상적인 업무복귀를 명합니다”는 문자메세지 한 통을 받았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정리해고 대상자였던 노동자에게 보낸 문자 [출처: 뉴스민]

회사가 정리해고 카드로 노동자를 압박해 임금을 삭감시키려 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KEC는 정리해고자 선정기준에서 근속년수를 포함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노동자를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미옥 금속노조 KEC지회 부지회장은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처음부터 임금삭감을 시키기 위한 정리해고였다. 임금삭감을 위해 정리해고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노동자 목숨줄을 가지고 장난치는 회사의 태도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미옥 부지회장은 “정리해고로 협박해 임금삭감안을 관철시키려 했지만, 정리해고제도가 존재하는 한 이 같은 일은 또 일어날 것”이라며 “KEC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정리해고제도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덕영 KEC인사그룹장은 “노조(KEC노동조합)와 밤샘 교섭을 했지만 협의가 안 됐다. 비용절감을 위해 정리해고를 예고했었다. 정리해고 하면 전에도 힘들었던 노사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라 여겨 안정적 노사관계를 위해 정리해고를 철회했다”며 “비용절감은 원가절감, 경영혁신, 기술개발을 통해 할 계획”이라며 정리해고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쌍용차, 유성기업, 코오롱, 재능교육 등 함께 ‘동병상련 봄소풍’

[출처: 뉴스민]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계획했던 금속노조 KEC지회는 정리해고 취소 결정에도 ‘동병상련 봄소풍’ 행사를 계획대로 진행했다.

KEC지회와 더불어 쌍용자동차지부, 재능교육, 코오롱 등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 300여 명은 17일 오후 12시 경북 구미 KEC 공장 앞에서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향한 ‘동병상련 봄소풍’ 투쟁문화제를 열었다.

정리해고를 몸소 겪고 있는 노동자들이 서로 연대하기 위한 자리였다. 참가자들은 집회와 더불어, 바자회와 문화제를 열고 정리해고제도 철폐를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공장 주변에 마련된 부스에서는 사진전도 열렸다. 공장 안팎으로 배치된 경찰 천여 명의 모양새가 우스워졌다.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은 "비록 자본이 정리해고를 철회했지만,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을 가슴에 담고 있어야 한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으로 남아있다. 장투사업장이라는 이름을 벗어버리는 첫발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춘우 KEC지회 조합원은 “정리해고가 두 번째다. 이제는 쓸모없으니 나가라는 것인가. 정년까지 조용히 지낼까도 생각했지만, 정년 1년 남기고도 정리해고 싸움을 하는 조합원을 봤다. 쪽팔리게 희망퇴직은 못 하겠더라”며 “회사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정리해고 박살 낼 때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은 “5년 전이 생각난다. 기술을 유출하고, 회계를 조작해서 노동자를 내쫓으려 했던 정리해고에 맞서 반드시 공장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일념으로 싸우고 있다”며 “경영자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민주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정리해고제도를 없애기 위해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싸우자”고 호소했다.
덧붙이는 말

천용길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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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미시

    지나가다가 보았는데 이걸 굳이 오늘 해야했던 건가요? 꽃도 피우지 못한 아이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