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한국 TPP 추진하면...기업 공격에 무방비”

“TPP가 중국 견제용이라는 거짓말, 너와 나의 싸움 유발할 뿐”

국제사회가 한국의 TPP 추진이 한미 FTA의 부작용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TPP 현황과 전망’ 국제 심포지움에는 미국의 로리 왈락 퍼블릭 시티즌 대표, 뉴질랜드의 제인 켈시 오클랜드 대학 교수, 비아캄페시나의 마시마 요시타카, 한국의 주제준 TPP-FTA 범대위 정책팀장 등이 발제자로 나섰다.

제인 켈시 교수는 “한국은 TPP 협상이 완료 된 후 가입이 허용될 것이어서, 이미 합의된 협상 결과를 수용해야만 가입할 수 있다”며 “또한 협상 참여국이 되려면 다른 참여국의 승인을 얻기 위해 개별협상을 해야 한다. 미국은 FTA+알파 수용을 요구할 것이며, 한국 정부는 한미FTA보다 높은 요구를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켈시 교수는 “예를 들어 의약품과 관련해 차세대 암 치료제의 경우 일반약으로의 진입이 연기되고 높은 가격이 유지될 것”이라며 “또한 미국은 한국 통화를 압박하기 위해 환율에 개입하거나 관세를 올릴 수 있다. TPP 규정은 정부가 국익에 맞는 최선의 정책이나 법을 선택하는 것을 제한하기 때문에 정부 규제에 대한 제재가 따를 것이며, 국영기업에 관한 새로운 규정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투자자-국가제소조항(ISD)으로 한국 정부가 기업들의 공격에 무방비하게 노출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로리 왈락 퍼블릭 시티즌 대표는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들은 한국에 1,700개 이상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떤 기업이라도 TPP를 이용해 한국 국내 정책을 공격할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정부는 지난 2011년 한미 FTA날치기 통과로 여론이 악화되자, 3개월 안에 ISD에 대한 재협상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ISD재협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올 4월 박근혜 정부는 ISD 재협상 약속을 사실상 파기한 상태다.

로리 왈락 대표는 “한국이 TPP에 가입하게 되면, 한국에서는 ISD가 일종의 시멘트처럼 굳어 말라버리게 된다. 다시는 변경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켈시 교수는 “프랑스와 독일은 범대서양 자유무역협정에 이 조항을 도입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고, 인도네시아, 인도, 남아공 등도 이를 재협상을 통해 삭제하려는 등 많은 국가들이 ISD를 거부하고 있다”며 “한국이 TPP에 참여하게 된다면 ISD가 고착화되는 등 한미FTA의 부작용이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아캄페시나를 대표해 참석한 일본의 마시마 요시타카 씨는 TPP가 일본 농업에 재앙적인 피해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TPP 영향을 분석해 봤을 때 곡물의 식량 자급률은 현재의 27%에서 2.6%로 급속히 감소할 것이며, 쌀, 밀, 설탕, 버터와 분유 등 주요 생산물들은 거의 전멸할 것”이라며 “TPP 하에서 3일 9끼의 총량 중 8끼가 수입농산물로 채워지게 된다. 이것은 일본의 식량주권에 대한 심각한 손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제준 TPP-FTA 범대위 정책팀장은 한국정부가 TPP추진 과정에서 국내의 의견 수렴 절차를 어기는 ‘통상독재’를 저질렀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주제준 팀장은 “2012년 통상절차법이 제정됐지만 정부는 여전히 통상 독재를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국회에 산업별영향평가조차 보고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비밀리에 추진 중인 TPP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로리 왈락 대표는 “많은 국가가 외교관계 때문에, 혹은 다른 나라들과 손을 잡고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TPP를 추진한다는 거짓말을 한다. 미국은 한미일 모든 국가가 함께 하면 중국에 대해 강력히 저항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중국이 우리를 다 잡아먹을 것이라 한다”며 “하지만 TPP로 중국의 힘을 제한한다면서 실제로는 중국도 TPP 가입 요청을 받고 있으며, 가입 의사도 밝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북미자유무역협정의 경우도 항상 위협국이 있었다. 그 때는 유럽이었고, 이번에는 중국이다. 만약 경제교역 협정이 부결됐다면 외교정책에 있어 어떤 상황이 왔을까를 연구 조사해 봤다. 하지만 그다지 큰 차이가 없었다. 경제협정은 나와 너의 싸움을 항상 유발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태그

TPP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지연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