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특수고용 산재보험 또 발목...여당 의원 강력 반대

야당 의원들도 미지근...생명보험업계 관계자들도 회의실 앞서 촉각

22일 오전 10시30분께, 국회 본관 410호 법제사법 위원회 소회의실 앞엔 정현옥 고용노동부 차관 등 노동부 관계자들과 환노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 생명보험협회 관계자 5~6명 등이 초조하게 법안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법안심사제2소위에서는 환경노동위원회 최대 쟁점 법안으로 부상한 특수고용직 관련 산재보험법 개정안 심사가 예정됐기 때문. 이 법안은 택배기사,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등 6개 직종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의무가입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해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생명보험업계는 법안의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에서 보험설계사들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법사위에서는 권성동 새누리당 간사가 반대해 한 차례 계류된 바 있다.


앞서 회의 시작 직전인 10시 10분께 김성태 환노위 새누리당 간사가 회의장에 들어가, 이춘석 새정치연합 소위 위원장, 권성동 간사 등 여당 위원들과 악수를 하며 산재보험법 개정안 통과를 당부했다.

악수하는 손을 내밀던 김성태 간사는 같은 당 의원들에게 미소를 잃지 않으려 했지만, 권성동 간사는 얼굴이 약간 굳어 있었다. 김성태 간사는 바로 직전인 9시 40분, 공보부대표실에서 열린 법안 처리 조율을 위한 사전회의 중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권성동 간사에게 고성을 지르며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태 간사는 소위를 하루 앞둔 21일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들고 당지도부를 찾아다니며 산재보험법 개정안의 중요성을 설득하고 다녔다. 노동부 역시 여야 법사위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법안 통과를 요청했지만 여당 위원들의 기류는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시각 사활을 걸고 이 법안 통과를 막아왔던 생명보험협회 간부들 역시 법사위 의원실을 찾아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강하게 반대, 새정치연합도 강한 통과 의지 안보여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라운드도 생명보험업계가 승리했다. 여당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힌 이춘석 위원장이 법안 통과를 보류하고 심사를 계속하기로 결정한 것. 제2소위에서 통과되지 못한 1차 책임은 여당에 있었다. 새누리당 소속 위원들이 강력하게 법안 통과에 반대했기 때문.

김진태 위원은 정현옥 노동부 차관에게 “(특수고용직은) 근로자가 아닌데 이렇게 예외적인 경우를 밀어 넣느냐”며 “보험설계사들이 반대 성명서 낸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반면 정 차관은 “그 성명서엔 진정성이 없다. 근로복지공단 설문조사 결과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진태 의원은 이어 생명보험협회 측이 주장한 것과 같은 논리를 폈다. 김 의원은 “현행 체계의 단체보험에서는 수혜자가 약 11%인데, 산재보험으로 바뀌면 업무관련성 입증이 어려워 산재보험 수혜자는 0.1%에 불과할 것”이라며 “업무 관련성 입증 필요가 없이 단체보험이 지급되는데 왜 산재보험을 의무화해야 하느냐”고 강조했다.

같은 시각 <참세상>이 법안소위 회의실 바깥에서 만난 생명보험협회 한 관계자도 이 같이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보험설계사들이 일을 하다 다쳐도 산재보험에서 업무연관성을 증명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다른 특수고용직들은 직장이나 업무영역이 분명한데 설계사들은 그렇지 않아 역효과가 있다. 아주머니들이 보험을 팔러 다니다 다쳤는지 집에 있다가 다쳤는지 이걸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학용 의원도 “산재는 위험한 업종에 혜택을 주는 건데 보험설계사가 돌아다니면서 사고 날 일이 있느냐”고 했다.

권성동 간사는 “산재보험은 근로자를 위해 탄생한 보험인데 특수고용직 6개 직종은 반은 근로자이고 반은 사업자라 50:50으로 보험료를 부담한다”며 “5개 직종은 근로시간에 비례해 소득 증감이 있는 직종이지만, 보험설계사는 사업자성이 가장 강한 직종이라 보험설계사를 동일하게 법적 평가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고 반대했다.

또 “민간보험에 가입했을 경우 선택적 사항으로 해주는 게 뭐가 어렵느냐”며 “설계사 산재는 교통사고 밖에 없다. 다음에 논의하자”고 강력히 법안 통과를 반대했다.

  김성태 의원이 같은당 노철래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반면 새정치연합 소속 위원들은 대체로 법안 통과를 요청했지만, 이 법안이 사회적 약자 계층인 특수고용직의 건강권과 관련된 법안임을 감안하면 통과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보기 어려웠다.

전해철 새정치연합 의원은 “환노위에서 정부도 찬성했고, 여야 의원이 거의 만장 일치로 통과 시켰다”며 “우리 법사위가 반대하는 것은 맞지 않다. 입법정책 문제를 법사위에서 언급하는 건 다른 상임위를 무시하는 것으로 법사위 월권 논란이 다시 나올 수 있다”고 통과를 주장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도 “보험설계사가 적용제외 신청 서명을 안 하고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저렴하면서도 보장성이 높은 산재보험이 필요하다. 통과시키자”고 했다.

하지만 홍영표 환경노동위 새정치연합 간사와 함께 성명서를 내고 이번 회기 안에 산재보험법 처리를 약속 했던 이춘석 위원장은 “(고용노동부가) 여당 의원들에게 설명을 안했느냐. 고용노동부가 여당을 더 설득하라”며 법안 계류를 결정했다.

심사를 지켜본 환노위의 한 관계자는 “야당 위원들 태도는 ‘우린 할 만큼 했는데 여당이 반대하네요. 우리도 할 수 없네요. 끝~’”이라며 “통과시키겠다는 의지가 안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법안2소위 처리 무산으로 산재보험법은 11월에 가서야 다시 법사위 심사에 올라올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환노위에서 추진했던 촉구 결의안 등으로 강력히 요청할 경우 다시 마지막 남은 2소위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할 가능성도 없진 않다. 앞서 환노위는 '법사위 월권금지' 결의안을 상임위 차원에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신계륜 환노위원장이 법사위 위원장에게 구두로 약속받는 선에서 마무리 된 바 있다.
태그

산재보험법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용욱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