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장 5곳 팽팽한 긴장감

“한 명이라도 오면 힘 된다”

부북면 평밭마을 127번 움막을 지키는 윤여림(75) 씨는 매일 새벽 3시 30분이면 2시간 동안 절을 한다. 그는 “레미콘 차를 혼자 막으니까 역부족이야. 사진 찍는 사람 한 두명만 와도 레미콘 차를 막았어”라며 한 사람이라도 밀양을 지키러 와주길 부탁했다. 윤씨는 지난 9일과 10일에도 서울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6천배를 하며 송전탑 건설 중단을 요구했다.

  부북면 평밭마을 127번 송전탑 부지에 주민들이 천막 주위로 깊은 웅덩이를 파 놓았다. © 용석록 기자 [출처: 울산저널]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장 52기 가운데 5기만을 남겨둔 나머지가 완공됐거나 공사에 들어가 있다.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나머지 5기가 들어설 철탑 자리에 움막을 치고 24시간 농성을 벌이고 있어 막판 극심한 대립이 예상된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지키는 송전탑 건설 예정부지는 단장면 용회마을 101번,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부북면 위양마을 127~128번, 부북면 평밭마을 129번이다. 주민들은 천막 진입로나 천막 바닥에 깊은 웅덩이를 파고 쇠사슬을 준비하고 한국전력의 공사에 대비하고 있다.

주민들은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경찰이나 한전 직원이 천막 동태를 살피는 것 등을 경계하며 긴장하고 있다.

한전은 101, 115, 127, 129번 농성 천막에 대해 두 차례 철거를 고지했다. 한전은 “관련 법률에 따라 움막 철거를 위한 법적 절차를 완료했다”며 주민들에게 퇴거 명령을 내렸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법률가 검토에 따르면 한전의 움막 철겨 명령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움막은 송전탑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직접 건축하여 숙식을 해결하는 건축물로서 한전이 밀양시에 행정대집행을 신청하거나 법원에 움막에 거주하는 주민의 퇴거 및 철거 소송을 제기하여 판결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의 철거 고지는 위법하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한전의 퇴거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으며 비폭력 직접행동으로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밀양 송전탑 공사가 재개되면서 경찰 병력이 한국전력을 보호하자 밀양 주민들은 격렬히 저항했다. 주민 100명이 넘게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고 90여 건의 경찰 연행조사가 있었다. 상동면 고정마을 고 유한숙 어르신은 송전탑에 반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아직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저항하던 주민들은 경찰에게 끌려나와도 싸움을 계속했으나 완공된 철탑이 늘어나면서 절망에 빠졌다. 단장면 바드리마을과 동화전마을 주민들이 한전과 합의, 산외면 보라마을 합의, 상동면 여수마을 일부 주민 합의 등으로 경과지 4개면 마을은 어수선하다. 주민들이 싸웠던 자리마다 송전탑이 치솟아 상처가 깊다.

한편, 울산지역에서는 밀양송전탑 반대에 연대하며 단체와 개인이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히 농성장을 찾고 있다. 이들은 교대로 농성장에서 1박을 하며 밀양 주민과 연대하고 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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