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 LG, SK’ 4대 기업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까닭?

4대 기업에서 확대되는 ‘간접고용’, ‘노조탄압’ 문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을 시작으로, 삼성전자서비스, SK브로드밴드, LGU+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차례로 투쟁에 나섰다. 소위 4대 재벌 기업에서 불법적인 간접고용이 확산됐고,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노동탄압 사례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3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재벌 기업의 간접고용 및 노동탄압 실태를 고발하고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동자, SK브로드밴드 및 LGU+ 서비스 노동자들이 참석해 현장 실태를 증언했다.


3주째 전면파업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
“사람들 도태시켜 자발적인 퇴사 유도”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는 내근직과 외근 AS기사 등 간접고용 노동자 1만여 명이 일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AS업무를 하도급화 해, 노동자들은 전국 108개 하청업체 소속 간접고용 노동자 신분으로 전락해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AS기사들이 원청과는 상관없는 노동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노조의 주장은 다르다. 원청이 업무 전 과정을 지휘, 감독하고 있어 원청이 사실상 불법파견을 저지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경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지회장은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직원이 직접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고, 업무적인 문자 메시지도 많이 온다. 실적이 나쁘면 항상 문자 혹은 전화가 온다”며 “실적이 나쁘면 짧게는 반나절, 길게는 일주일 까지 일을 시키지 않는다. 대신 한 군데 모여 교육을 시키거나 해피콜 업무를 시킨다. 우리는 건당수수료로 임금을 받기 때문에 해피콜이나 회의 시간에는 임금이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만족도 조사도 노동자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노동자들은 원청이 경쟁과 갈등을 유발시켜 자발적인 퇴사를 유도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최경환 부지회장은 “서비스만족도 점수가 0~10점까지 있는데, 10점 만점이 아니면 무조건 반성문을 쓰게 한다. 심지어 8~10명 정도 되는 팀원들이 새벽시장 가서 구호를 외치고 사진을 찍어오게 시킨다던가, 휴일인 일요일에 산에 가서 사진을 찍어오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사진을 센터 사장에게 넘겨주면 사장은 이것을 본사로 넘긴다”며 “팀 동료라 하더라도 한 사람의 점수 때문에 다 같이 피해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이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삼성은 이를 빌미로 도태되거나 점수가 낮은 사람들이 알아서 회사를 나가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지난해 7월 노동조합을 결성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극심한 노조탄압이었다. 노조 결성 1년 만에 벌써 2명의 열사가 죽음을 맞았다. 현재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삼성의 직접 사과 및 열사 명예 회복 △노조탄압 중단 및 노조인정 △위장폐업 철회 및 고용보장 △월급제 생활임금 보장 및 임단협 체결 등을 요구하며 3주째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다.

‘삼성’이 시작하면 SK, LG도 똑같은 시스템 도입

SK브로드밴드와 LGU+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의 처우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노동자들은 삼성전자서비스가 도입한 노동자 관리 시스템이 SK와 LG에도 그대로 적용됐다고 입을 모은다.

LGU+서비스센터에는 외근기사 2천여 명과 내근직 1천여 명 등 총 3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전국 70개의 고객센터는 위로는 원청과, 아래로는 중간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있다.

경상현 LGU+지부 지부장은 “삼성에서 CS평가 등의 지표가 나오면 그것을 LG와 SK 등에서 똑같이 따라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실제로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너무 똑같다. 우리 역시 10점 만점에 10점을 받지 못하면 그냥 0점이다. 그것으로 차감을 한다”며 “인센티브나 점수, 심지어 교육까지 원청에서 나와 관리 감독한다”고 설명했다.

센터 위장폐업 문제도 삼성전자서비스 사례와 유사하다. 경상현 지부장은 “6개월 마다 폐업 하는 곳도 있다. 망해서 폐업을 하는 게 아니다. 폐업이 되면 노동자들은 근속도 인정받지 못하고, 수수료체계도 바뀌게 된다. 센터에서는 노조활동 계속하면 폐업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노동자들은 건당 수수료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는데, 노조 결성 이후 간부라는 이유로 오전 9시와 오후 9시에 한 건 씩 밖에 일을 주지 않는다. 오전 9시에 일하고 대기하다가 오후 6시에 일하고 퇴근하는 식”이라며 “그 사이 회사는 몰래 직원을 구했다. 고용된 노동자는 회사에 출근도 하지 않고 우리가 하던 일을 하루 온 종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K브로드밴드 역시 전국 91개 센터가 위로는 원청과, 아래로는 중간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식이다. 이곳에도 내근직 1천 5백여 명과 외근기사 3천여 명이 일을 하고 있다. 장연의 SK브로드밴드지부 조직부장은 “4월 중순 노조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지부장이 해고당했다”며 “원청 직원들이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불거지자 지금에 와서는 자신들이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년 넘은 투쟁, 현대차 비정규직
민주노총, “재벌 4사 노조 공동투쟁 나설 것”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은 벌써 10년을 넘겼다. 지난 2004년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결에 이어, 2012년에는 대법원까지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지만 아직까지 문제는 개선되고 있지 않다.

권수정 현대자동차 아산사내하청지회 교육부장은 “대한민국 근로기준법 8조에는 중간착취 금지조항이 있다. 우리는 현대자동차와 노동자 사이에 제3자인 하청사장이 들어와 중간착취를 하면 안 된다는 것으로 이를 해석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이 이윤을 나누기 싫어서가 아니다. 간접고용은 현대자동차가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안에서는 온갖 불법이 만연함에도 현대차를 비롯해 누구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노동자들은 현대자동차의 관리감독에 따라야 하는 의무, 일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노동3권이나 근로기준법의 권리는 없다. 이런 노동자를 노예라고 표현한다”며 “심지어 현대차와 같은 직접 생산 제조업에는 파견법이 허용되지 않는다. 노동부와 대법원이 불법파견을 인정 했음에도 대한민국 국가조차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4대 재벌 기업에서 간접고용, 노동탄압 사례가 확산되면서 민주노총은 향후 원청사용자성 투쟁 등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광규 민주노총 비정규전략본부 국장은 “재벌 대기업의 간접고용 문제는 원청 자본들이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원청 재벌이 책임있게 나서지 않는 한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재벌 4사의 노동자들을 한 곳에 모아, 공동투쟁과 공동파업까지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삼성, 현대차, SK, LG그룹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교섭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과 고통, 한숨에 의존하는 반사회적 사익 추구에 집착하여 노동자들의 요구 수용을 끝내 외면한다면 민주노총은 재벌 4사 노조를 필두고 간접고용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통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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