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경제살리기 명목 규제완화 프레임 전쟁 시작

보수언론-여당 전면 기획양상...“세월호 만든 규제완화로 경제 살리겠다니”

세월호 이후 침체된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전면적인 규제완화 프레임 전쟁이 시작됐다. 규제완화 프레임 전쟁은 일단 보수언론에서 시작된 것처럼 보이지만, 새누리당이 민생경제활성화 종합상황실의 기능과 역할을 격상하겠다며 프레임을 더 견고하게 짜고 나와 보수언론-정부여당의 전면적 기획으로 드러나는 양상이다. 전쟁은 새정치연합 ‘을(乙)’들을 지키는 의원 모임인 ‘을지로위원회’를 공격하는 데서 시작됐다.


지난 4일 중앙일보는 4면과 5면에서 7.30 재보선에 패배한 새정치연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들을 싣고 그 중 한 꼭지로 “'을' 보호한다며 완장 찬 '갑' 행세... 길 잃은 을지로위원회”라는 기사를 배치했다. 기사는 제목 그대로 을지로위원회가 비정규직이나 대기업 대리점주들인 ‘을’을 지킨다며 기업 사장을 불러 호통치고, 국감증인 채택 등의 협박을 일삼았다는 전형적인 왜곡기사다.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다음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일보 기사를 전면 반박했다. 을지로위 의원들은 “재벌 기업 입장에서는 을지로위가 ‘들이닥쳐 호통쳤다’고 느낄 수밖에 없겠지만, 숨 죽여 흐느낀 을들은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간 을지로위 해결방식에 이제야 야당다운 정치를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중앙일보야 말로 과도하게 재벌기업들의 편만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미경 의원은 “야당의 역할과 새정치연합이 나아가야 할 역할을 왜곡하는 기사다. 갑의 횡포가 심각한데 이것을 바로 잡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고, 늘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생각으로 어려운 사람을 찾아갔다. 오히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홍종학 의원도 “현장에 내려가 보면 정부가 재벌체제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시장경제가 왜곡돼 있고, 서민들은 피눈물을 흘린다”며 “시장경제를 바로 잡기 위해선 갑과 을이 상생하고, 갑과 을의 목소리가 공정하게 담기도록 공권력이 그에 맞춰 행사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새누리당 브리핑과 유사한 기사, 7.30 이후 왜 재탕했나

을지로위원회는 특히 이날 중앙일보 기사를 단순히 을지로위원회만 공격하기 위한 기사로 보지 않았다. 사실 중앙일보 기사는 지난해 11월 15일 새누리당이 낸 을지로위원회 비판 현안 브리핑 내용과 거의 비슷하다.

당시 홍지만 새누리당 대변인은 “사회적 약자인 을을 지키겠다며 출범한 ‘을지로위원회’가 실제로는 ‘갑(甲) 중의 갑’ 노릇을 하며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며 “특정 기업을 찾아가 계약서 등 서류를 내놓으라고 하고 응하지 않으면 국회 청문회나 국정감사에 불러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몇 개 월 전에 나온 재탕 기사를 새누리당 선거 승리 이후에 내보낸 것은 을지로위 관련 핵심 역할을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을지로위는 정부여당이 7.30 재보선 승리이후 세월호 침체 경제살리기 명목으로 유가족 비난 강도를 높이고, 본격적인 규제완화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최근 규제완화가 세월호 정국으로 잠시 주춤하자, 세월호 국가대개조를 내세우며 규제완화 정책을 통한 부동산 시장 투기열풍과 의료시장 영리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을지로위원회 의원들 중앙일보 반박 기자회견

은수미 을지로위 현장조사 분과장은 “특정언론이 새정치연합과 을지로위를 악의적으로 비방했기 때문에 기자회견을 연 것이 아니”라며 “새누리당의 선거 승리 이후 세월호 진상규명과 한국사회 갑을 관계 해결이 사실상 어려워 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그에 발맞춰 이런 기사가 나왔다”고 의구심을 보냈다.

을지로위원회가 새정치연합의 경제민주화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로 대변되는 ‘재벌 대기업 규제완화 반대’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보수언론발 을지로위 공격은 규제완화 프레임 전쟁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또 을지로위원회 참가 의원들 상당수가 세월호 국정감사나 특별법 단식 등에서 가장 선두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세월호 이후 규제완화 드라이브 공격 시작점으로 효과적인 지점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지난 8월 4일자 조선일보는 규제완화와 세월호 출구전략의 관계를 정확히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5면에 “['세월호' 딛고 부강한 나라로] 부양책만으론 內需(내수) 한계… '덩어리 규제' 풀어 기업에 멍석 깔아줘야”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는 ['세월호' 딛고 부강한 나라로] 기획기사 마지막으로 8월 1일자 첫 번째 기획에서부터 안전 문제와 경제발전을 세월호 극복의 양대 축으로 제시하며 출발했다. 이 기획의 마지막 단계인 4일자 기사는 “한국 경제가 세월호 쇼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규제 개혁의 발상을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규제 천국 한국은 '법에 정해진 것이 아니면 다 안 된다'는 식의 규제 보신주의로 일관하고 있다“며 세월호 극복을 위해선 규제개혁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 4, 5면 모두 각 부문의 규제개혁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에 희망이 없다고 강조하는 기사들로 채웠다. 이를 위해 “국회가 여야를 넘어 입법으로 규제 개혁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규제완화로 세월호가 생겼는데 세월호 경제살리기 한다며 또 규제완화”

여기에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5일 열린 원내대책회의 비공개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 합의 통과 없이는 다른 법안의 통과는 없다”는 새정치연합의 입장에 대해 큰 우려를 표시하고, 국민경제와 민생을 위해 새정치연합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한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를 위해 현재 법안소위 구성이 안 된 7개 상임위에서 야당 위원들과 적극적인 접촉을 당부했다.

특히 이날 비공개회의에선 새누리당 민생경제활성화 종합상황실의 기능과 역할을 격상시켜 제2기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활성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고강도의 민생경제 활성화 종합대책을 추진하는 기구로 만들기로 했다. 이번 회기에 세월호 특별법 논의만 할 때가 아니라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 살리기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윤영석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세월호특별법, 세월호 국조특위 증인채택 문제 등으로 국회가 마비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을 타개하고 서민의 삶과 심각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19개 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월 16일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국회 세월호 출구전략을 7.30 승리 이후 규제완화가 담긴 19개 법안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은수미 의원은 “이번 조선이나 중앙 기사는 향후 정기국회 등에서 경제 살리기를 이유로 규제완화 같은 기업에 이익이 되는 입법을 추진하기 위해 미리 걸림돌을 없애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세월호부터 을지로위 갑을 문제까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같은 맥락으로 공격이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규정했다. 은수미 의원은 환경규제법안이나 노동관련 법, 상가임대차보호법 등이 규제법안으로 규정돼 규제완화를 시키려 할 것으로 봤다.

우원식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규제완화 때문에 세월호가 생겼는데 세월호 경제살리기 한다며 또 규제완화를 한다고 한다”고 비꼬았다. 우원식 위원장은 “을지로위는 세월호 선령을 늘리고 학교 앞에 호텔이나 경마장을 짓는 식의 기업들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규제완화는 끝까지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최근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행보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민생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법안에 대해 철저히 살펴 국민의 삶을 지킬 수 있는 정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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