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집회·새정치 당사·국회 농성, 짝퉁 특별법 파기 요구 폭발

나머지 패키지딜 난항...새정치 내부 반발 커져 11일 의총 주목

박영선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원내대표)의 전격 양보로 합의된 수사권조차 없는 세월호 특별법 핵심 쟁점 타결안에 대한 각계 반발이 갈수록 커지면서 오는 11일 새정치연합 의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대학생들은 9일 국회와 새정치연합 여의도 당사 점거 농성, 박영선 의원실 점거농성 등을 통해 의총에서 합의파기를 통과시키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세월호 국민대책회의는 9일 1만 여 명이 모인가운데 광화문 집회를 열고 합의파기를 촉구하고 나섰고, 집회가 끝난 후 새정치연합 당사에 모여 촛불집회를 이어가기도 했다. 또 가수 김장훈 씨가 2차 단식 농성에 들어간 가운데 영화인들도 광화문 농성장에 합류하고,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학계, 인권단체, 학생단체까지 한국사회 각계 각층이 전국 곳곳에서 새정치연합 의총 합의파기와 제대로된 특별법 통과 요구를 전면화 시키고 있다.

반면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당사 점거 유가족들과 만난자리에서도 여전히 합의안 설득에 힘을 쏟아 의총 합의안 파기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가족대책위는 주요 가족대표단과 각 반별 대표와 부대표 사인이 적힌 ‘원내대표 합의사항 즉각 철회’ 등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물과 소금까지 끊고 국회 단식농성에 재돌입한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박영선 위원장 회동 결과를 두고 페이스북에 “박영선 의원은 원내대표 합의사항에 대한 명확한 반대와 철회요구를 임원과 반대표들의 서명을 첨부해 전달하였음에도 다시 가족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했다”며 “분명 가족 내에도 다른 의견이 있을 거라는 헛된 희망(?)을 갖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이럴 때 저는 풉!! 웃지요”라고 비난했다.

  국회 본청앞 현관 유리문 앞에 막힌 농성 가족들 [참세상 자료사진]

“선거에 유가족 이용하고 선거 끝나니 내쳤다”

농성에 돌입한 유가족들도 입장서를 통해 새정치연합에 대한 배신감을 쏟아냈다. 단원고 2학년 4반 성호 아빠 최경덕 씨는 “어두운 새민련 사무실밖에 도착해 누웠을 때 세월호 속에 갇힌 아이가 된 느낌이 났다”며 “나도 아들 옆에 있었다면 우리아들이 덜 무서웠을 텐데, 나도 같이 죽어야 했었는데, 왜 나는 살아 있는지 화가 난다”고 밝혔다.

10반 경주엄마 유병화 씨는 “새정치연합 11층에 내렸더니 온통 깜깜하고 출근한 사람 하나도 없었다”며 “이렇게 우리를 다 버려두고 휴가들을 갔구나. 이런 상황에 당사조차 비우고 다들 어디 갔는지“라고 했다.

9반 예지 엄마 엄지영 씨는 “그토록 유가족을 도와주겠다던 새정치연합이 부모들을 이용한 것밖에 안된 결과를 내놓았다”며 “끝까지 믿어달라며 도와주겠다고 한 박영선 원내대표를 세 번 이상 만났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지 모른다. 여야 합의를 폐기하고 진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5반 성호 엄마 홍영미 씨는 “짝퉁 특별법으로 가족을 두 번 울리다니요! 야당은 쓸개가 빠지고 여당은 간이 부은 것 같네요”라며 “우리는 물에 빠진 국민을 구할 수 있는 건강한 나라를 바다”고 호소했다.

가족들은 새정치연합 당사 입구에 놓인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동상 주변에 “야당! 끝내 침몰하는가?”, ”박영선은 여당인가 야당인가“, “선거에 유가족 이용하고 선거 끝나니 내쳤다”, “야당 끝내 침몰하다” 등의 구호를 붙이고 박영선 위원장과 새정치연합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단식 27일 김영오 씨, “8.15 10만 촛불” 호소

이날 저녁 광화문 광장에서도 1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세월호 특별법 야합 규탄 목소리가 서울 시내에 울려 퍼졌다. 이날로 단식 27일째를 맞은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 씨는 광화문 광장을 메운 시민들에게 큰절을 하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영오 씨는 “27일을 굶어도 배고픈 것을 모르겠다. 너무 감사드리고 이걸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 싸움이 끝나면 사회봉사 등 궂은일을 마다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오 씨는 “힘들어도 버티는 것은 이 정권을 무너트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법을 바꿔 달라는 것”이라며 “아직 투지가 꺾이지 않았다. 국민여러분도 꺾이지 마시고 끝까지 잊지 말고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어제 오늘 청와대에 걸어 간 것은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라며 “내 투지가 이렇게 강하니까 나를 꺾으려면 법을 제정해라, 그래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청와대에서 민간참여해서 특별법 하겠다고 해서 가는 것”이라며 “박영선 의원도 실수 하셨다. 우리와 의논 한번 없었다. 그래서 여야 의원들 못 믿겠어서 대통령 뵈러 가는 것이다. 대통령이 의원들을 설득하라고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오 씨는 “저는 16일까지 단식을 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 했었는데, 그때까지 법제정이 안 되면 관을 짜서 죽을 때까지 한다. 병원에도 안 갈 것이고, 링거 맞고 또 할 것”이라며 8월 15일 촛불을 밝혀 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패키지 합의 난항, 새정치 내 합의안 무효 목소리 더욱 커질 듯

한편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합의안 파기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어 11일 새정치연합 의총에서 합의안을 파기 할 지 여부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우선 새정치연합 개혁성향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는 특별법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새정치연합 대선 후보였던 중량급 인사들도 의총 재협상을 거론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자신의 트위터에 “세월호 특별법 합의는 잘못됐다. 세월호 유가족의 요구와 동떨어진 여야 합의는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새정치연합은 의총을 열어 재론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문재인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세월호 특별법을 마련하게 된 힘도 사실 유족들 덕분”이라며 “그분들이 동의하지 못한다면 여야가 다시 머리를 맞대는 게 도리”라고 사실상 재협상을 거론했다.

일각에선 합의안과 패키지딜을 했던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와 특별법 실무협상을 통한 나머지 쟁점 타결 여부가 11일 의총의 향방을 가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패키지딜 합의에 따르면 청문회는 18일에서 21일에 열기로 했지만,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정호성 제1부속 비서관, 유정복 인천시장(전 안전행정부 장관) 3인의 증인채택 문제가 전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18일 청문회 증인 채택을 위해선 늦어도 11일까지 증인 명단을 확정해 출석요구서를 보내야 한다.

또 특별법 실무협상도 진상조사위원회 활동 기간 등 일부 쟁점에서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쟁점 타결이 전 국민적인 반발에 직면한 상황에서 나머지 패키지딜까지 새누리당이 전혀 양보를 하지 않고 있어서, 새정치 내 패키지 합의안 무효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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