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여, 가난한 이의 절규를 외면 말라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교황 호소

  17일 아시아 청년대회 마지막 날 행사에 참석한 청년들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가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집전으로 봉헌됐다.

제6차 아시아 청년대회는 지난 8월 13일부터 23개국 2000여 명의 청년들이 모인 가운데,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추고 있다’를 주제로 열렸다.

해미읍성은 조선 후기 천주교 신자 수천 명이 처형된 곳으로 김대건 신부의 증조부 김진후가 순교한 곳이기도 하며, 여전히 순교 터, 순교자들의 머리를 매달던 ‘호야나무’ 등이 남아 있기도 하다. 현재 읍성 성벽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성벽 안은 대부분 공터로 현재 관광지가 되어 있다.

이날 미사의 제단은 읍성 서문 옆에 조성됐다. 박해 당시 서문은 처형 후 시신이 나갔던 곳으로 신자들 사이에서는 ‘천국으로 가는 문’으로 여겼다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다. 또 제대는 23개국 청년들이 함께 성령의 7가지 은혜와 9가지 성령의 열매(갈라티아서)를 주제로 그림을 그린 십자가를 조립해 만들었다.

이날 미사는 라틴어로 진행됐으며, 신자들은 각자의 모국어로 기도했다. 성경 독서는 타갈로그어(필리핀)와 인도네시아어, 보편지향기도는 일본어, 영어, 힌디어, 라오스어, 한국어로 낭독됐다.

  17일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에 앞서 해미읍성 인근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카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이날 강론에서 교황 프란치스코는 젊은이들에게 풍요로운 철학과 종교적 전통을 지닌 아시아는 그리스도를 증언할 거대한 개척지라면서, 이곳에서 두려워하지 말고 모든 것에 그리스도의 지혜를 불어넣으라고 당부했다. 또 어려운 이웃들을 외면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때, 그들이 그리스도의 자비를 절규하고 있음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아시아의 젊은이들, 여러분은 그리스도에 대한 고귀한 증언, 위대한 증거의 상속자들입니다.”

교황은 이날 폐막 미사에서 아시아의 젊은이들에게 “죽음을 이기신 그리스도의 승리에 대한 확신과 그 승리에 동참한다는 확신으로 이 시대와 환경에서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려는 도전을 똑바로 받아들일 것”을 주문했다.

교황은 특히 아시아라는 지역성을 강조하면서, “아시아의 젊은이여, 일어나라!”는 아시아 청년대회 주제에 비춰, 오늘날 젊은이들의 의무와 책임에 대해 언급했다.

교황은 우선 아시아는 풍요로운 철학적 · 종교적 전통을 지닌 대륙이며, 그리스도를 증언해야 할 거대한 개척지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아시아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은 자신의 사회생활에 온전히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지내고 있다면서, 두려워하지 말고 사회생활의 모든 측면에 신앙의 지혜를 불어넣으라고 독려했다.

이어 교황은 ‘젊은이’라는 화두에 대해서, “여러분은 젊은 시절의 특징인 낙관주의와 선의와 에너지로 충만해 있으니, 그리스도께서 그것을 그리스도교적 희망, 윤리적인 덕, 자신을 희생하는 순수한 사랑으로 변화시켜 주도록 주님께 맡기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그 모든 것이 젊은이들이 걸어가도록 부르심 받은 길이라면서, 삶과 문화에서 희망과 덕, 사랑을 위협하는 모든 것을 극복하는 승리의 길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젊은 그리스도인들은 노동자든 학생이든 결혼이나 수도생활 여부를 떠나 교회 미래의 한 부분일 뿐이며, 현재도 반드시 필요한 사랑받는 지체임을 강조했다. 또 복음의 제자들처럼 외국인과 궁핍한 이들, 가난한 이들과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멀리하고 싶은 유혹을 겪을 때, 이들이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라고 절규하는 이들임을 잊지 말고 응답하라고 당부했다.

젊은이여, 일어나라, 일어나라!

교황은 아시아 청년대회 주제의 마지막 부분인 “일어나라”는 말은 주님이 젊은이들에게 맡긴 책임을 일깨운다고 강조했다. 이 깨어있으라는 말은 복음의 기쁨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죄와 유혹, 그것에 대한 압력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라면서,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자비를 입었으므로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세상으로 나가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그리스도와 하나 되고 교회와 하나 되어, 분명 많은 기쁨을 가져다 줄 이 길을 걸어가며, 아시아의 모든 나라에서 언제 어디서든 예수님을 찬양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미사 마지막에 이어진 감사 인사에서 청년들이 닫힌 마음을 두드려 깨우며, 순교자들과 함께 걸어 나가 복음을 선포하기를 바란다고 축복했다.

또 이 자리에서는 다음 제7회 아시아 청년대회가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것이라고 발표됐다. (기사제휴=가톨릭뉴스 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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