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집회 참석에 '중징계’, 교장은 '집단 무단이탈'

자사고 교장들, 자사고폐지 반대집회에 학부모 조직동원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교장들이 자사고 폐지 반대집회에 학부모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들 교장들은 또 집회에 참석하면서 출장 등 처리를 하지 않고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해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점 주고 학교버스로 실어날라...

지난 22일 오전 11시께 자사고 폐지 반대집회가 열리는 서울시교육청 앞으로 65인승 대형 관광버스가 들이닥쳤다.

버스에서는 시위용품으로 보이는 펼침막과 손자보를 손에 든 30여 명의 여성들이 줄지어 내렸다. 이날 자사고 폐지 반대집회에 참석한 경희고등학교 학부모들이었다.

버스에는 ‘경희고등학교’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자사고인 경희고등학교 소유의 학교버스였다.

평소 이 버스는 경희고 축구부 선수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경희고는 밝혔다. 또 학생들이 현장학습을 나갈 때도 이 버스를 이용하지만, 이날엔 학부모들을 자사고 반대집회장으로 실어나른 것이다.

경희고 측은 이 학교의 홍익표 교장의 지시에 따라 집회에 참석하는 학부모들에게 학교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홍 교장은 “논란이 있을 수 있어 당일 학교버스 운행에 소요되는 유류비 5만원을 내가 사비로 부담했다”며 “자사고 폐지문제는 학교의 일이고, 이 집회에 참석하는 학부모들에게 학교 버스를 제공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경희고는 자사고 반대집회에 참석하는 학부모들에게 매번 학교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자사고 폐지 반대집회는 지난 7월 26일 1차 집회를 시작으로 8월 6일에 이어 이날까지 한달 동안 세 차례나 열렸다.

학부모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한 자사고는 경희고만이 아니다. 지난 7월 26일 종각에서 열린 1차 집회에서는 종로구에 있는 ㄷ자사고가 집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의 출석을 확인해 자녀들에게 상점 10점을 줘 물의를 일으켰다.

자사고 교장 22명, 집회참석 위해 집단으로 ‘근무지 무단이탈’

22일 오전 11시 서울시교육청에서 학부모들의 자사고 폐지 반대집회가 열리기 직전, 교육청 인근 이화여고에서는 자사고 교장 22명이 모였다.

서울지역에 있는 전체 자사고 25곳 가운데 3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모인 것이다. 이들은 자사고교장협의회를 열고 서울교육청이 실시하는 자사고 재평가를 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

회의를 마친 자사고 교장들은 곧바로 학부모 집회에 참석했다. 현직 학교장이 업무시간에 학교를 비워둔 채 집단으로 학부모 집회에 참석한 것이다.

자사고교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용복 배재고 교장은 조희연 교육감이 추진하는 자사고 재지정 억제정책을 비난하면서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재평가를 거부한다’는 결의를 학부모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한 참석한 교장 대부분은 ‘출장’ 등 근태처리를 하지 않고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장을 대신해 집회에 참석했다는 장훈고 윤종훈 교감은 “출장 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희고 홍익표 교장은 “학부모들이 다른 단체와 싸움을 하는 등 불상사가 있을 수 있어 안전지도 차원에서 집회에 참석한 것”이라며 “정치적 발언이나 선동을 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사들이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돼 중징계 처분을 받은 것에 비춰볼 때, 교장들의 이 같은 행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북구에 있는 동구마케팅고 재단이 최근 파면조치를 내린 안종훈 교사의 경우도 ‘집회 참가’가 징계사유 가운데 하나였다.

김성보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우기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자사고 교장들이 서울시교육청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며 학부모들을 조직적으로 집회에 동원하고 있는데도 막상 교육청은 손을 놓고 있다.

최영규 서울교육청 중등인사담당장학관은 “교장의 집회 참석의 위법성 여부는 학교업무와 관련된 모임 또는 집회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학교버스를 지원한 것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교장들의 집회 참석이 공적 영역에 해당하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기사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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