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8만명 가두시위, "정부 교육개혁안 역부족"

연정 내외 중도보수는 우향후 압력

칠레 학생, 교사들이 보다 근본적인 교육 개혁을 위해 대대적인 가두 시위에 나섰다.

<산티아고타임스>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각) 칠레 학생과 교사 등 8만여 명이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의 교육 개혁안에 반대하며 거리를 행진했다. 이날 학생들은 대통령궁, 교육부를 비롯해 산티아고에 있는 6개 고등학교에서 연좌농성도 진행했다. 시위 말미에는 일부 참여자와 경찰 간에 충돌이 벌어져 물대포와 최루탄이 투입됐고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맞섰다. 대치 중에는 82명이 연행됐고 2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었다.

[출처: 레볼루션뉴스]

행진은 바첼레트 대통령 취임 후 일어난 3번째의 대규모 시위다. 시위에 나선 이들은 정부의 교육개혁안이 애초 교육운동 진영이 요구한 ‘모두를 위한 질 좋은 교육개혁’을 달성하기에 크게 미흡하고 정부가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에도 실패했다고 본다.

지난 5월 19일 바첼레트 대통령은 의회에 개인 부담, 영리학교와 선별적 교육제도를 근절하는 교육개혁안을 제출했었다. 이 개혁안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립학교에 대한 국가보조금을 금지한다. 학교법인이 국가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비영리재단으로 전환해야 하며 수익이 발생할 경우에는 재투자해야 한다. 또, 학생의 공동 부담을 원칙으로 했던 등록금은 국가보조금을 통해 폐지되며 중장기적으로 국가가 교육 재정에 완전한 책임을 지게 된다. 향후 9만개의 유치원이 신설되며 대학도 추가 설립되는 계획도 담겼다.

바첼레트 정부는 이러한 교육개혁에 필요한 예산 마련을 위해 연간 GDP의 3%에 달하는 82억 달러의 세금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업이 수익을 재투자할 경우 비과세했던 제도를 폐지하고 2017년까지 기업세를 현행 20%에서 25%로 늘릴 예정이다. 조세개혁안은 지난 5월 하원에서 통과됐으며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독재가 낳은 신자유주의 아닌 사회적 권리를 위한 교육을

그러나 시위 참가자들은 정부의 개혁안이 근본적인 개혁을 이루기에는 역부족하다고 본다.

교육개혁안은 무상교육을 중등학교까지로 제한하여 애초 학생운동이 요구했던 대학까지의 무상교육 요구는 반영되지 못했다. 정부는 단계적인 개혁을 통해 향후 반영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또 교육개혁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는 배제돼 밀실에서의 거래도 우려되고 있다. 이외에도 학생 참여를 금지한 현행 교육제도를 개혁하는 방안도 포함되지 않았다. 비판이 일자 니콜라스 에사께레 교육부 장관은 시민 참여를 허용하는 개혁안을 지난 7월 의회에 추가 제출했으나 학생들은 회의적이다. 교육부 장관부터 교육에 비전문적이고 자신들을 배제해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칠레 학생과 교사 단체는 정부의 개혁안이 피노체트 독재시절 관철된 신자유주의적 교육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21일 칠레학생연합(Fech)의 멜리싸 세풀베다 대표가 “오늘 우리는 교육제도에 대한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한다”며 “독재 시절 시작된 신자유주의 교육 모델을 중단시켜 교육이 진정한 사회적 권리로서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연정 내외 중도 우파와 보수 흔들기

바첼레트의 이러한 소극적 태도에는 정치적 이유가 있다. 바첼레트 연정 여당은 의회 내에서 과반수만을 넘기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이 중도좌파 정권에 참가하고 있는 보수적인 기독민주당이 교육개혁안을 공공연히 반대하고 있는 점도 큰 걸림돌이다. 지난 7월 초 기독민주당 당대표 이냐시오 왈케르 상원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교육개혁안에 대해 그렇게 많은 예산이 지원된다면 교육부는 학교부동산 중개인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사께레교육부 장관은 이를 무마하려 정부가 볼셰비키 혁명을 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가 더 많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야권의 반대도 완강하다. 보수 알리안사 연합은 지난 19일에는 교육개혁안에 반대하며 교육부장관에 대한 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연정 내 갈등이 빚어지자 피녜라 대통령을 배출했던 야당은 교육개혁을 위한 교섭에 직접 나서겠다며 정국을 주도하려는 꼼수를 보이기도 했다.

7월 중순 칠레의 한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2%가 정부의 교육개혁안을 지지하는 한편, 41%는 실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정부의 교육개혁안은 의회 내 교육위원회에서 통과되고 하원 표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은 2011년부터 시작된 교육개혁을 위한 학생운동의 대대적인 성공에 힘입어 우파 피녜라 대통령을 꺾고 지난해 말 대선에서 승리했다. 선거연합으로 출범한 중도좌파연합 누에바 마요리아 연합정부에는 칠레 기독민주당, 민주당, 시민좌파당, 사회당, 공산당 등 8개 정당이 참여하고 있다.

[출처: 레볼루션뉴스]

[출처: 레볼루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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