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공무원 연금 삭감? ‘사적연금’ 시장 확대로 귀결

[공무원 연금①] 저임금 보전해 온 ‘공무원연금’, 일방적 밀실 삭감

‘공무원 연금’ 개혁을 추진해 온 정부가 공무원 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삭감하는 대신 퇴직수당을 인상해 이를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로써 애초 정부가 경제활성화 및 공적 연금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해 왔던 공무원 연금 삭감은 공무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삭감분에 대한 보전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여론은 이를 두고 ‘무늬만 개혁’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이 삭감돼도 퇴직수당 인상으로 삭감액에 큰 변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굳이 ‘무늬만 개혁’에 나선 이유는 따로 있다. 공무원들의 저임금을 연금으로 메우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연금 삭감은 공무원들의 노동조건 악화를 부추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결과적으로 ‘공무원 연금삭감’의 이면에는 ‘사적연금의 확대’라는 목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저임금 보전해 온 ‘공무원연금’, 일방적 밀실 삭감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칼을 뽑아들자마자, 언론은 공무원들의 ‘고임금’ 논란을 또 한 번 끄집어냈다. 공무원연금의 월별 평균은 219만 원으로, 국민연금 월 평균 수령액인 84만 원의 2배를 웃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임금과 퇴직금, 연금 등을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 공무원들의 생애소득은 민간기업 노동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직 공무원들의 저임금 문제는 하루 이틀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100인 이상 사업장 평균임금의 77%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사실상 민간기업에 비해 낮은 임금을 추후에 보상하는 ‘임금’의 성격을 갖고 있는 셈이다. 퇴직 공무원들이 매달 219만 원의 연금을 일괄적으로 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직급과 소득이 높은 행시와 육시 출신과 하위직 공무원들의 연금 격차도 상당하다.

게다가 공무원연금 수급자들은 기초연금을 동시에 수급 받지 못한다. 2009년 공무원연금법 개혁 이후 수급대상자가 된 공무원의 공무원연금 소득대체율은 퇴직금을 포함해 54.87% 정도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47% 수준임을 감안했을 때, 기초연금 소득대체율 10%를 제하고 나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실제 소득대체율은 별 차이가 없다.

또한 국민연금의 보험료는 4.5% 정도지만, 공무원연금 보험료는 7%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만약 재직 중 형벌이나 징계 등을 받게 될 경우 공무원연금 급여액은 2분의 1로 감액된다. 최소가입 기간 역시 국민연금은 10년인 반면 공무원연금은 20년이며, 퇴직수당 역시 민간 대기업보다 적은 수준이다.

‘철밥통’ 공무원 연금 삭감? 민간기업 ‘사적연금’ 확대로 귀결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이 추진되자 공무원노조 등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공적연금의 본질을 호도하며 정치논리로 이를 개악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연금개악이 공적연금을 축소시키고 사적연금을 확대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이충재, 공무원노조)는 “정부가 공적연금을 용돈연금수준으로 악화시키는 것은 연금수급자들을 빈곤계층으로 전락시켜 경제활성화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명백하다”며 “그럼에도 이를 강행하려는 이유는 거대자본가들이 장악하고 있는 사적연금으로 전환을 유도하려는 저의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충재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최근 민간자본에서 공무원들을 상대로 급격하게 사적자본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고, 연금학회라는 단체에서조차도 사적연금의 활성화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공무원연금 삭감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무원 줄 퇴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에 당사자인 공무원들이 배제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2009년 공무원연금법 개혁 당시, 논란 끝에 ‘사회적 대화’가 마련돼 어느 정도 논의 이뤄진 것과는 상이한 흐름이다.

한국노총 역시 “공무원 연금제도 개편은 공무원 노동자의 노후 생존권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임에도, 정부와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실에서 공무원연금 개악을 밀어붙이는 것은 100만 공무원 노동자를 무시한 오만한 행태”라며 “특히 우려스려운 것은, 공무원연금 개악을 시작으로 군인연금, 사학연금의 개악 시도가 끊이지 않을 것이며 이는 결국 국민연금의 개악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공무원노조는 지난 14일부터 ‘공적연금 강화와 공무원연금 개악저지 투쟁’을 전면화하고, 조직을 투쟁본부체제로 전환했다. 이충재 위원장 등 노조 지도부는 지난 13일부터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오는 11월 1일 ‘100만 공무원노동자 총궐기’ 대회를 개최하며, 하반기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으로 정부의 일방적 연금 개악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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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합원

    국민연금과 통합하고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처럼 높여주길 기대합니다.

  • 이은숙

    공무원연금은 7% 국민연금은 4.5% 라니...그리고...공무원 임금 민간기업에 비해 적으면서, 세금이나 연금보험료는 더 많이 꼬박꼬박 내고...퇴직금도 일시금으로 못 받고...공무원연금 개악 반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