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유족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까?”

[길바닥에서 대통령에게] 세월호 유가족 편지 (1)

[편집자 주] 지난 8월 23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청와대가 코앞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이틀째 신문지 몇 장으로 노숙농성을 하며 대통령이 면담에 응해줄 것을 기다렸다. 가로막은 경찰병력 외엔 응답이 없는 기다림 속에 유가족들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와 엽서를 썼다. 그들의 아픔과 분노, 간절함이 고스란히 담긴 그 편지와 엽서를 연이어 싣는다.

[출처: 최인기]

50년 기억을 더듬어보면 내 조국 대한민국은 정이 넘쳐나는 아름나라였습니다. 그러나 2014.4.16 이후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제 눈이 이상해진 걸까요? 나이가 들어 시력이 나빠진 탓일까요?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나라가 17년을 키워온 자식을 잃은 아비가, 왜 죽었는지를 알려달라며 40일을 굶어 죽음 직전까지 가서도 한 번 만나줄 것을 요청하는데 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만나주지 않는 겁니까? 우리 유족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입니까? 부산 자갈치시장 사람들의 대통령은 되고 우리 유족들의 대통령은 아니라는 겁니까?

진실을 알고 싶다고 외쳐온 지 130일이 지나갑니다. 계절은 봄을 지나 여름도 가고 가을로 접어드는데 우리 유족들의 계절은 4월 16일에 멈춰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은 깨어진지 오래입니다.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전천후 노숙에 익숙해져갑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눈을 들어 바로 코앞을 보십시오. 바로 당신 앞에 세월호 유족들이 피 흘리며 주저앉아있습니다. 상처를 보듬어주시고 안아주십시오. 당신의 자식들입니다.

2014년 8월 23일, 세월호 유가족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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