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회계부정 특권학교 직권취소 안 된다"

교육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입법예고 예정

교육부가 입학비리나 회계부정, 교육과정 부당운영 등 중대한 사유가 발생한 국제중이나 특목고, 자사고 등을 교육감이 직권으로 지정취소 할 수 있는 권한을 봉쇄하기로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해 서울 영훈국제중 입시비리로 사회적 물의가 빚어졌을 때, 자신들이 만든 법령내용을 1년 만에 180도 뒤집은 것이다.

지정취소 '협의'를 '사전동의'로 바꿔... 사실상 교육감 권한 박탈



[출처: 비마이너]

1일 교육부가 입법 예고한 시행령에 따르면, 시·도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 국제중 등 이른바 특권학교의 지정을 취소할 때는 반드시 교육부의 사전동의를 받도록 했다. 특권학교의 지정취소 권한을 사실상 교육감으로부터 박탈해 교육부장관에게 부여한 것이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9월3일 안으로 입법 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 2015년도에 평가를 받는 특권학교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현행 시행령에는 교육감이 특권학교의 지정을 취소할 때는 교육부와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지난 13일 경기 안산동산고에 대해 경기교육청이 지정을 취소하자 교육부가 훈령을 근거로 ‘부동의’해 위법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교육부 자신이 주도해 도입한 입학비리나 회계부정, 교육과정 부당운영 등 사유가 발생했을 때 교육감이 직권으로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뒤집었다.

교육감의 직권취소 권한은 지난 해 서울 영훈국제중 입시비리가 터지자 교육부가 지난 해 8월 시행령을 입법 예고해 지난 5월19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교육부는 입법예고 당시 “특성화중, 특목고, 자사고 운영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교육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해 공교육 정상화 의지를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 교육부가 발표한 자사고 등 평가계획에도 “회계부정, 부정한 학생선발, 교육과정 부당운영 등에 해당되는 자사고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언제든지 지정취소 가능”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이번 입법 예고로 시행된 지 3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이 조항이 사라지게 됐다.

교육부는 입법 예고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과 다양한 교육수요 충족을 위해 운영되는 특성화중, 특목고, 자사고의 지정 취소를 보다 신중하게 검토해 추진함으로써 다른 학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학교들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지정 취소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해 학교의 안정적인 운영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1년 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법안을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

"비리 저지른 특권학교는 지정취소" 1년 만에 뒤집어

이는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지난 달 8일 취임한 뒤 처음 시행하는 정책으로, 이명박 정부의 특권교육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13명의 진보교육감들이 특권학교를 폐지하지 못하도록 미리 단속하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

박성민 교육부 학교정책과장은 이에 대해 “경기는 부동의하고 서울은 또 재평가를 하는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회계부정 등에 대해서도 협의를 하도록 돼 있다. 5년 평가기간이 도래하지 않아도 회계부정 등이 적발되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4년 3월1일 현재 전국의 국제중은 4곳, 과학고는 21곳, 외국어고는 31곳, 국제고는 7곳 등, 특목고 135곳과 자사고 49곳이 있다.

진보교육감 지역에서는 교육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반발했다. 인천교육청 관계자는 “인천에서는 내년부터 자사고 평가가 시작되는데 아직 평가도 안 한 상태에서 교육감의 권한을 가져가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교사에게 시험문제를 내라고 해 놓고 교장이 직접 출제를 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김재석 국제중·자사고폐지 공동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이는 교육감 권한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이고, 교육부가 특권학교의 비리를 바로잡을 의사가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한 마디로 교육계를 기망한 꼴”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기사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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