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차 회담 파행..“유족이 양보 안 가져와야 협상”

여당, 유족 양보 끌어내는 전략 되풀이..주호영 목소리 높이며 강경 발언

세월호 유가족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의 3차 회동이 파행으로 끝났다. 새누리당 쪽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 문제에 대해 전혀 논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목소리를 높이자, 유가족 측은 “또 똑같은 소리만 한다. 더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며 회담장에서 나왔다.


추석을 일주일 앞둔 1일 4시 50분께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세월호 유가족 대표자들을 만났다. 이날 회동 파행은 표면적으로는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 수석부대표의 언론플레이와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의 협상 태도가 원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완구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 협상 기조가 문제였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3차 회동이 파행으로 끝나자 기자들에게 “나는 쓸개도 빼놓고 대화를 하겠다고 한 사람이다. 또 감정이 누그러지면 다시 만나서 얘기를 들을 것”이라며 대화를 강조했지만 협상 파트너는 유가족이 아니라고 강경하게 선을 그었다.

이 원내대표는 “특별법안 자체는 유가족들이 동의만 하면 바로 통과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동의 동의하는데 우리는 유가족 말씀을 듣는 것이다. 분명히 하자. 나의 협상 대상은 야당”이라며 “유가족들 얘기를 경청하고 듣지만 그건 그 선이다. 유가족과 협상을 하거나 조건을 주고받지 않는다. 유가족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협상 대상은 야당이다”고 못박았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협상 기조 때문에 3차 회담 파행은 불가피했다. 애초 유가족들은 회담이 시작되자 새누리당에게 지난 2차 회담보다 더 진전된 안을 기대했지만 여당은 유가족의 양보만 기다렸기 때문.

김병권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오늘 저희들이 마주앉은 게 3차인데. 1차와 2차 같은 그런 만남은 하고 싶지 않다. 1-2차와 똑같이 우리를 설득하려는 취지면 지금 당장 일어나서 나가겠다“고 이완구 대표에게 진전된 안을 요구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말씀을 전부 해주시고 서로 예의는 좀 지켰으면 좋겠다. 일단 쭉 해보시고 제가 하겠다”고 했다.

이어 김형기 가족대책위 수석부위원장도 “3차까지 만나면서 유가족들을 여론몰이에 악용해서 이렇게 만나는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1차 때 대표님께서 전향된 자세로 만나겠다고 했는데 저희들을 설득하려고만 한다면 저희는 아니다. 김병권 위원장이 말한 (진전된) 내용에 대해서 대표님께서 답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전명선 부위원장도 “새누리당에선 세월호 특별법안에 대해서 더 이상 논의된 그런 게 없었는지 그 부분을 먼저 정확하게 얘기하고 대화에 임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박종훈 대한 변협 변호사도 “서로 불신을 털어내기 위한 작업들이 있었는데, 오늘은 똑같은 얘기의 반복 없이 좀 더 진전된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추석연휴에 가족들은 물론 국민들이 편안히 보낼 수 있도록 여당에서 전향적 내용으로 결단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강경발언으로 일관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호영 의장은 “우리는 지금 양보할 수 있는 게 없다. 더구나 오늘 전임 변협회장 몇 분이 현 변협 지도부에 편향된 시각을 갖지 말라고 항의하러 갔다. 그런 상황에서 새정치연합과 두 번의 협상을 거치면서 수많은 쟁점을 정리해가면서 줄 것은 다 줬다. 그게 1차 협상이었고, 2차는 유가족 동의까지 얻은 걸로 안다. 협상 당사자인 저로서는 더 양보할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저는 (특검법으로) 진상조사를 합의해 놓은 게 진상규명에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진상조사특위 1년 6개월 하면서 17명 중 10명이 유족 측이 된다. 진상조사위를 주도하는 데 아무 장애가 없다”며 “수사권과 기소권도 줬지 않았나. 특검이란 게 완벽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것이다. 그런데도 피해자 측이 특검을 임명하게 하라는 것은 헌법 원칙 상 못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병권 위원장은 재차 “계속 똑같은 얘기다. 저희들을 여기 불러낸 이유가 뭐냐”고 지적했다. 박종훈 변호사도 “저희가 왜 왔는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양보가 안 되고 아무 고려도 안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김재원 원내 수석은 “특검 임명 부분을 가지고 여야 협의를 해서 단일 협상을 만드는 단계까지 왔는데 그것을 전부 무효화 시키고 새로 유가족 대표들과 하긴 어렵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귀속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수 없이 말했다”고 협상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주호영 의장도 재차 “자꾸 수사권 기소권을 달라고 하니까 국민들은 안주는 줄 아는데 가장 수사권과 기소권이 강력한 게 특검 아니면 뭐냐.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다”며 “저는 진상조사위 상임위원에 상설특검을 임명하는 것에 찬성한다. 단 중립적인 사람이 해야 한다. 그런데 유가족이 얘기하는 것은 중립적이지 않다”고 맞받았다.

결국 김병권 위원장은 유가족들에게 일어나자고 했고 회담은 파행으로 끝났다. 주호영 의장은 자리를 떠나는 박종훈 변호사에게 “자꾸 우리에게 뭘 내놓으라고 하는데 유족 측이 양보할 안을 가지고 오라고 한 것이다. 우리보고 무조건 양보하라는 것이 협상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이날 회담 파행을 두고 “우리는 새누리당이 '유가족 얘기를 듣고 열심히 만났다'고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뻔히 알고도 회담에 들어갔다”며 “우리가 청원한 특별법에 대해 여야가 우리에게 설명이라도 제대로 들어야 하는데 우리와는 그런 과정을 밟으려고 하지 않고 자신들이 해놓은 것이 모두 다 인냥 우리에게 강요하면 우리더러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이어 “주호영 의장은 2차 회담 때도 ‘나는 할 거 다했고 줄 거 다줬는데 또 달라고 하니 더 이상 협상 할 게 없다’며 협상에서 빼달라고 했다. 이게 말이 되는 얘기냐”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회담 파행으로 양쪽 입장을 좁히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확인 되면서 세월호 정국은 추석을 넘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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