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과 한미관계

[주례토론회] 미중갈등 경계하고 대북정책 주도해야


1. 전쟁피로감과 미국의 패권하락

오바마 2기 행정부 대외정책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불확실한 대외, 대내적 환경 속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재건해야 하는 것이다. 오바마 1기 때 부시행정부의 일방주의와 군사주의를 폐기하고 협상외교와 다자주의로의 전환을 의욕적으로 선언했지만 큰 진전이 없었다.

그 동안 미국은 아프간과 이라크를 떠나왔지만 여전히 혼란과 분쟁이 지속되면서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리비아 사태에 개입해서 정권교체를 이루고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과정에서 나름의 지분을 확보한 듯했으나 시리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골칫거리로 부상했다. 이집트에서는 민주화로 등장한 정권이 군부쿠데타로 무너졌으나 중동의 세력판도에 대한 미국의 득실계산에 의해 민주화 지지라는 원칙과는 다른 행동을 보임으로써 비판을 받았다.

이란핵개발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도 개선의 전망이 있기는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또한 중동에서 문제가 끊이지 않으면서 두 개의 전쟁종결로 생긴 여유를 아시아로 돌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겠다는 '아시아로의 회귀(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전략은 정체상태이며,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정책도 해결은 커녕 오히려 핵기술 진전을 방임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여러 사항을 종합해볼 때 오바마 외교의 성격을 규정하고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미국의 역할과 해외개입에 관해 우유부단하다고 할 만큼 모호한 입장과 일관성 없는 행보를 해왔다. 한편에서는 지난 5년 내내 미국의 힘과 위신을 땅에 떨어뜨린 유화외교의 전형이라는 비난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다른 편에서는 스노든사건으로 폭로된 정보기관에 의한 사찰, 무인비행체 드론의 남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 등 부시와는 전혀 달라진 것 없다며 '조지 W. 오바마'라고 부르는 등 조롱 섞인 비판을 받고 있다. 2기 정부에서 협상파를 전진배치하면서 의욕적인 출발을 했지만 그가 당면한 외교적 딜레마로 인해 여의치 않다. 오바마정부의 외교적 성패여부의 차원을 넘어 미국은 지금 패권약화에 따른 외교의 방향 재조정을 놓고 큰 고민에 빠져있다.

극도에 달한 전쟁피로감과 미국 패권의 하락이 중심에 있다. 미국은 탈냉전 이후 20여 년을 쉼 없이 해외분쟁에 이모저모로 개입해왔다. 지난 10년간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지긋지긋한 전쟁을 막 끝낸 시점에 또 다른 전쟁은 신물이 날만도 하다. 2013년 9월 10일자 <뉴욕타임스>가 시리아 개입에 대한 질문을 약간 변형해서 ‘앞으로 미국이 계속 해외분쟁에 주도적 역할을 계속해야 하는가’라는 문항에 대해서 62%가 반대를, 그리고 ‘민주화를 위해서 미국이 개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더 높은 72%가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미국 국민들이 해외개입에 대해 얼마만큼의 부정적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피로감과 더불어 미국의 패권적 능력이 크게 약화된 현실도 크게 작용했다. 2차 대전 직후 전 세계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었고, 냉전붕괴 직후인 1990년대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하며 일극 패권체제로 세계를 호령했던 미국의 능력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되었다. 정부폐쇄에 이를 정도로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기축통화의 이점을 이용해 돈을 계속 찍어내는 양적완화로 버티고 있지만 미국의 경제기반을 좀먹고 있다. 미국만이 세계를 이끌 수 있으며, 또 이끌어야 한다는 태도가 자국민에게나 다른 국가들에게도 수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 신고립주의(neo-isolationism)의 등장

그러나 문제는 미국이 개입해야 하는 상황보다, 개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상황이 더 많은 현실임에도 섣불리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스스로를 딜레마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만이 세계를 이끌 수 있고, 군사력 사용 여부에 대한 가치판단을 독점해 온 미국예외주의 또는 십자군적 소명의식이 여전히 워싱턴을 움직이고 있다. 네오콘의 부시정부에 비교하면 오바마정부에 와서 이런 경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또한 전쟁에 지친 국내여론도 그 어느 때보다 해외개입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바마를 비롯한 미국의 엘리트들은 정당을 초월해서 이러한 미국외교의 존재론적 소명의식에 여전히 발목 잡히고 있다. 그것이 미국의 이익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의도적으로 이용하든, 아니면 실제로 그렇게 믿고 행동하든 결과적 해악은 마찬가지다.

미국 대외정책에 대한 변화 움직임은 미국의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과 적극적인 해외개입을 주장해온 공화당 내부의 분열에서도 감지된다. 현재 공화당은 오바마에 대한 적개심에 가까운 반대로 단결력을 보이고 있지만 외교노선에 대해서는 이견이 크다. 오바마의 유화외교에 대한 최전선은 여전히 부시행정부를 이끌었던 네오콘들이 맡고 있다. 중동에서의 적극적인 개입, 중국에 대한 봉쇄, 대북 강경책 촉구도 이들의 주요 의제들이다. 대통령 후보를 지낸 매케인과 롬니는 오바마의 외교실패가 미국이 취약하게 만들었다며 카우보이 스타일의 레이건 외교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롬니는 대선 당시 러시아를 다시 주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발언까지 했었다.

그러나 자유지상주의자(Libertarian)를 선언하며 지난 대선에 후보경선에 나왔던 론 폴 상원의원과 공화당 내 극우집단인 티파티세력 등은 이러한 외교노선에 반대한다. 이들은 미국과는 관계없는 남의 전쟁에 계속 개입함으로써 결국 미국의 안보가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외교노선을 두고 매케인과 갈등을 빚고 있는 폴 의원은 현재 미국을 공격할 나라는 없기 때문에 성능 좋은 잠수함 몇 척만으로도 충분하다며, 불필요한 군비확장을 중단하라고 촉구한다. 티파티 역시 건국지도자 워싱턴과 제퍼슨의 충고와 먼로의 고립주의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렇게 공화당 내부에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소위 신고립주의(neo-isolationism) 경향은 민주당 일부에서도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거의 모든 이슈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이념대결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독특한 양당공조(bipartisanship)의 움직임이 아닐 수 없으며, 이것이 다음 대선에서 어떤 힘으로 작동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신고립주의는 미국이 냉전에 이어 탈냉전에 와서도 군사적 힘을 과잉확대(overstretch)함으로써 패권약화를 초래했다고 보는 반면, 네오콘들은 여전히 미국의 예외주의와 세계경찰로서의 역할이 곧 국제정치의 안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패권안정론(hegemonic stability)을 고수한다. 무정부상태의 국제정치에서 국제연합도 무력한 상황에서 미국이 세계경찰로서의 패권역할을 중단하면 이는 곧 혼란과 분쟁으로 이어질 것이고, 결국 미국의 안보도 위협받게 된다는 논리인 것이다.

현재 오바마는 신고립주의와 패권안정론 사이에서 자신의 노선을 결정하지 못한 채 사례별로 대증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시리아에 개입에서의 딜레마는 푸틴의 막판중재로 한 숨을 돌렸지만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푸틴의 영향력만 한껏 키워주었고, 아사드정권에게 면죄부를 주었을 뿐 아니라, 반군에는 치명타가 되었다. 중동의 민주화 지지라는 미국의 대외 신뢰성과 영향력은 타격을 입었다.

그래서 오바마 2기 행정부는 외교원칙으로 ‘가벼운 발자국 외교(light foot print diplomacy)’를 내세웠다. 이는 새로운 시도나 적극적인 주도권을 행사하지 않는 현상유지 위주의 접근을 말한다. 직접적이고 대규모의 군사행동을 배제하고 가능한 협상을 통한 해결을 선호하되, 개입하더라도 최소한의 개입만 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문제는 남는다. 미국의 영향력 약화와 능력감소는 협상력의 약화도 동반할 것이기 때문에 이 역시 녹록하지는 않다. 협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남은 옵션이 별로 없다.

3. 미국의 아시아 정책

자신의 회고록(Hard Choice)에서 힐러리전장관은 아시아중시정책(Pivot to Asia)이 아시아의 미래가치를 중시한 자신의 직관에 의한 것이라며, 회고록의 상당 부분을 아시아와 중국에 할당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아시아중시정책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하나는 중국의 부상(China Rise)으로 인한 아시아의 불균형(imbalance)를 수정하기 위한 재균형(rebalance)이라는 측면이고 다른 한편으로 동남아시아의 전략적 지위상승에 따른 미국의 국가이익의 장기적투사(deployment)라는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아시아중시정책은 유럽이나 중동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같은 전통적 우선순위를 지닌 미국 대외정책의 지정학적 선호에 일대혼란을 가져온 레토릭일뿐이라는 비난이 비등해졌다. 2013년 연말 시퀘스트(재정삭감) 사태로 APEC 회담에 오마바가 불참하자 이 같은 비판은 더욱 거세졌고, 미국의 아시아중시정책에 의거해 중국과의 영해분쟁에 나서려던 동남아의 몇 개국들은 닭 쫓던 개라는 비아냥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필리핀은 중국과 화해할 수 없는 길에 들어섰고 결국 20년 전 내몰았던 미군기지를 수빅만에 다시 불러들이는 협정을 체결하는데 까지 이르렀다.

결국 현재까지 아시아회귀정책은, 중국에 대한 견제를 국익의 최우선적 과제로 삼아 21세기 국가개조에 나서고 있는 일본 우익의 신전략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 외에 다른 역할을 한 것이 별로 없다. 2013년 4월 일본을 방문한 오바마가 직접 조어도(센카쿠열도)에 대한 미일방위조약 5조의 적용을 공인해 줌으로써 일본의 손을 들어주고, 뒤이어 아베가 일본헌법 9조 재해석에 의한 집단자위권 공식화라는 수순을 밟게 됨에 따라 미국의 재균형 정책이 중국발인지 일본발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아직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어떤 구체적 전략으로 추진될지는 미지수이나, 구체적 추진은 2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이란 핵 문제이며 두 번째는 미국의 국내정치경제 문제이다. 이란이 핵개발을 추진하게 되거나,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이란을 무력공격하게 된다면 중동문제는 미국 대외정책 어젠다 중 우선과제로 떠오르게 될 것이며, 아시아 재균형정책의 적극적 추진은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하지만 2013년 11월 24일 잠정적으로 해결됨에 따라 첫 번째 장애물은 일단 사라졌다. 또한 1기와 마찬가지로 미국경제가 회복되지 못하고 이것이 오바마 정부에 대한 정치공세로 이어져 정치적 역기능을 초래한다면 적극적 아시아정책에 또 다른 장애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다른 변수도 있다. 향후 10년간 국방비 5000억 달러를 삭감해야 하는 재정압박 속에서 아시아로의 회귀가 과연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부호가 달린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간에서의 오랜 전쟁이 마무리됨으로써 아시아로 돌릴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생긴 것은 맞지만, 중동의 안정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알 수 없다. 또한 중동의 전략적 가치를 생각할 때 과연 아시아에만 집중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해서 치고 올라오는 중국을 내버려두기도 쉽지 않다. 결국 워싱턴이 생각하는 해법은 중동에서 직접적이고 대규모의 군사행동을 배제하고 협상을 통한 해결을 선호하되, 개입하더라도 최소한의 개입만 한다는 소위 ‘가벼운 발자국 외교(light-foot print diplomacy)’를, 아시아에는 중국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들에게 아웃소싱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아시아 전략이 대중봉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부상이 미국에게는 분명 큰 도전이고 위협이 될 수 있지만, 오늘날 국익증가의 수단으로서 전쟁의 효용가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과, 미중의 높은 경제적 상호의존도를 고려할 때 반드시 패권의 ‘세력전이(power shift)’가 충돌로 간다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4. 미국이 중국 봉쇄한다? 성급한 분석


2013년 11월 23일 중국이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자 미국은 지역안정을 위협하는 일방적이고 공격적인 행위로 규정하며 곧바로 전략폭격기 B-52를 띄우는 등 무력시위로 대응했다. 중국이 설정한 구역이 자신들과 겹치게 된 한국과 일본도 크게 반발하면서 중국과 맞서는 구도를 형성했다. 우발적 충돌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긴장고조는 미국패권의 침체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세력전이가 빚어내는 갈등의 전초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막으려는 미국과 막히지 않겠다는 중국의 기싸움이다.

이번 사태는 미국이 일본 집단자위권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해 공식적으로 지지한 것을 두고 중국이 대중봉쇄의도로 해석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대응한 것이다. 특히 중국정부 내의 군부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긴장이 고조되자 다시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미국도 수위조절에 나서며 오히려 한국과 일본을 달래는 모양새를 취했다.

앞으로 10년간 중국을 이끌 시진핑 정부가 제시한 신형대국론은 2013년 6월 첫 미중정상회담에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었다. 몇 가지 쟁점현안에도 불구하고 향후 양국이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의 신형대국론은 이전 정권들의 조심스런 행보에 비해 적극적이고 또 때로는 공격적인 측면까지 보인다. 특히 자신의 앞마당으로 간주하는 아시아에서만큼은 미국에게 밀릴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중국의 신형대국론은 미국이 자신의 핵심이익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중국도 미국의 글로벌 패권에는 정면도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핵심이익에 대한 양국의 속내가 다르다는 점이다. 영토 문제와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는 중국이 생각하는 핵심이익이지만, 미국으로선 중국이 말하는 핵심이익을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은 곧 미국의 아시아에서 가졌던 영향력을 상실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수용하기 곤란하다.

앞으로 미중은 상당기간 이런 강온양면의 방식을 통해 상대의 의도와 능력을 테스트할 것이다. 반복하지만 최근에 진행된 일련의 미일동맹 강화를 두고 미국이 중국봉쇄로 방향을 틀었다고 보는 것은 성급한 분석이다. 아직은 대중협력과 경쟁을 병행한다는 전략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보기도 어렵다. 미국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일본의 국방력 증강과 동맹으로서의 적극적인 분담을 환영하지만,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고 대립하는 것은 우려한다.

그런데 미국의 이러한 의도에는 또 다른 장애물이 있는데, 그것은 동북아 역내국들이 공통적으로 국내정치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는 것이다. 신생정권들로서 권력기반을 공고화해야 하는 것과 더불어 동북아의 세력전이가 가져다주는 불안정성이 합쳐져서 각국의 강경한 대외정책을 추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도 자신의 의도대로 관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5. 한반도 정책 전망

○ 대북정책과 관련, 오바마 행정부의 평가는 상반됨.
- 북핵폐기에 대해 아무런 성과 없이 북한 핵개발을 지속시켰다는 비판이 있음.
- 그러나 북핵문제 해결 과정과 북한제재를 취하는 과정에서 UN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폭넓은 협조를 형성시켰다는 점, 북한 핵과 미사일개발은 동북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군배치를 증강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논리로 중국의 협조를 얻어낸 점, 대북 정책 관련 한미동맹이 강화된 점, 일본과의 폭넓은 협조강화로 인해 민주당 정부와의 미일동맹 위기상황을 잘 넘겼다는 점 등은 오바마의 성과로 들 수 있음.

○ 일단 2기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임.
- 여전히 미국은 북한 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정책목표로 추진할 것이며, 이를 위해 투트랙 방식을 유지할 것임. 즉, 북한이 핵폐기의 진정성을 보인다면 대화를 재개하고 북한이 요구하는 사안들(경제원조, 관계 정상화 등)을 수용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제재로 일관할 것임.
- 그러나 CVID 원칙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존재하며, 북한 비핵화 추진보다는 상황악화를 방지하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존재함.
-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북핵폐기를 추진했으나,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하지 못하였으며, 현재 대북제재를 통한 강경책을 구사하고 있음.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는 향후 대북 정책에 있어 유연한 접근법이 가능함.
- 이에 2013년 10월 미국이 전제조건을 완화하고 북한도 회담 사전 사후 조치로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석방, 핵실험 유예, 핵시설 가동 중지, 국제감시 기구에 의한 검증 등의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함. 이 가운데 북한이 우선 영변 핵시설의 재가동을 중단하는 것도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음.
-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 세 가지 원칙은 첫째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국제적인 공감대 넓히기, 둘째, 다자 및 양자 차원의 대북제재와 연합군사훈련을 통한 대북 압박 증대, 셋째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HAAD) 설치 등을 통한 강력한 억지력과 방위력.

○ 따라서 한국정부의 주도적인 대북정책이 중요함.
- 대북정책에 마땅한 해법도 없고 우선 순위를 두고 있지 않은 미국으로서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이며,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주도와 한미 간 긴밀한 대북정책 조율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임.
-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입장이 유연해질 필요가 있음. 미국과 협의할 때 전제조건에 엄격한 기존 한·미의 접근법을 바꾸는 쪽으로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함. 한국은 핵심 당사국이기 때문에 교착 국면을 풀기 위해 그런 역할을 해야 할 책무가 있음. 그리고 북한이 중국을 통해 미국과 간접 협의하는 번거로운 절차 대신 북·미 간 비공식 접촉을 제의할 수도 있음. 그렇게만 된다면 절충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임.

○ 미국의 대북정책에 있어서 북한의 태도도 중요함.
-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제재에 대해 북한이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으로 대응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지만 여전히 대화 가능성은 존재함.
- 중국 역시 북한의 또 다른 도발에 더 이상 인내하지 않으리라고 보이며, 따라서 추후 북한은 북핵폐기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는 쪽으로 대미 접근법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음. 도발보다는 IAEA 사찰단의 북한방문,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의 중단, 대량살상무기(WMD) 모라토리엄 등 2.29합의(2012) 내용의 보장을 재차 약속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음.

○ 중국정부의 대북정책은 지난 정부의 대북정책 즉, 한반도의 안정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지속될 것임. 미국 오바마 2기의 대북정책은 현재는 제재를 중시하는 쪽으로 방점이 찍혀있지만, 기본적으로 투트랙에 입각하여 대화 가능성도 유연하게 열어놓고 있기 때문에 추후 한반도 상황에서의 주요변수는 한국과 북한일 것임.

○ 현재 한미관계는 최상은 아니지만 그리 나쁘지 않음.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지속적으로 견지해나갈 것으로 보임.
-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정책으로 인해 한미관계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며, 미일관계 보완, 중국 부상에 대한 견제, 한반도에서의 중국 영향력 감소 등을 그 목적으로 할 것임. 그래서 오바마는 한중관계에 대해서 의혹을 갖고 있음.

○ 가장 큰 문제는 한일관계인데 미국의 압박과 설득 양동작전으로 한국이 일본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음. 미일대화를 통해서 미국이 일본을 설득하여 한국과의 대화를 권유, 한국에게 쥐어질 카드 모색 가능함.
- 그 외 전작권 전환 이후 군사지휘체계 구성문제, 미2사단 일부를 연합군체제로 개편해 동두천에 잔류시키는 방안 등도 주요 쟁점임.

6. 정책적 고려사항

1) 한반도에서 미중갈등을 방지할 필요

○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정책이 본격화되고, 이에 대해 중국이 핵심 이익을 확대할 경우 한반도는 다시 미중갈등의 장이 될 수 있음.
- 지난 2010년 천안함, 연평도 포격, 2013년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등의 전례를 고려해서 한국은 한반도가 미중 간 갈등의 장이 되지 않도록 미중 양국과의 관계를 모두 개선할 필요가 있음. 남북관계를 개선시켜 북한이 또다시 통미봉남을 시도하지 않도록 해야 함. 보다 전략적인 외교가 필요한 시기라고 보임.

2) 한국의 주도적인 대북정책 필요

○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확실한 해법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 상태임.
- 오바마 1기 행정부 초기의 대북정책이 대화 없이 제재로 일관한 것은 일부 한국정부의 대북정책 영향 때문도 있는바, 보다 현실성 있는 대북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음.
- 또한 현실적으로 적절한 대북정책 대안이 없는 미국에게 북 핵폐기 이외의 대북정책을 추진토록 조율해 보는 것도 고려해야 함.

3) 한미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추진해야

○ 2013년은 박근혜 정부, 오바마 2기 행정부, 시진핑 정부의 출범과 그리고 김정은 정권으로 인해 한반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함.
- 새로운 국면에 걸맞게 외교정책의 다변화와 새로운 관계 모색이 필요함.
- 미중과는 등거리 정책을 통해 대화와 설득을 해야 하며, 북한과는 대화와 교류 협력을 통해 관계 개선이 필요함. 또한 미국과의 동맹 강화는 중국과 북한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면서도 새로운 관계개선이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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