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에겐 대통령 면담신청 용지도 없다?

경찰, 청와대 민원인·민원절차 이중잣대 논란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는 청와대 민원신청서 작성·접수가 다른 민원인에 비해 세월호 참사 유족에게만 까다로워 경찰의 월권뿐 아니라 청와대 민원인에 대한 이중잣대 논란이 인다.


12일부터 15일까지 종로경찰서 경찰관들은 유족에게 “청와대엔 면담신청서가 없어 유족이 직접 만들어 작성해 와야 한다”거나 “경찰의 동행 하에 한명만 민원실 방문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지난 4월 4일 청와대 민원실에 방문한 안철수 의원실 측은 청와대에 면담신청 양식이 있고 그 양식에 작성해 직원에게 전달했다고 밝혀, 경찰이 민원 절차에 대해서도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 측은 11일 “청와대는 민원실이 없고 민원신청은 등기우편으로 접수하거나 국민권익위원회에 낸다”고 유족에게 잘못된 정보를 알리며 사실상 민원 신청 접수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다.

안철수 의원 사용한 청와대 면담신청서 유족에겐 없어

청와대 외곽 경비 업무를 맡고 있던 서울지방경찰청 202경비단, 종로경찰서 관계자 등은 지난 12일 오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오영석 군의 어머니 권미화 씨가 청와대 민원실로 가려고 하자, 청운동주민센터에서 2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권씨를 막았다.

경찰 측은 11일 등기우편으로 민원을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말을 바꿔 “면담신청을 위한 최소한의 절차”를 요구했다. 청와대에 면담신청서 양식이 없기 때문에 민원인이 A4용지에 직접 신청서를 만들어 작성해야 하며, 경찰의 동행 하에 한 명만 민원신청을 넣으러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권씨는 “대통령 면담을 위한 민원 신청을 내려고 한다. 왜 못 가게 하는가”, “면담신청서가 없으면 경찰이 견본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등 경찰에 30여 분간 항의하다가, 결국 직접 면담신청서를 만들어 경찰 동행 하에 경찰차를 타고 청와대 민원실로 갔다.

권씨는 “방문증을 쓰고 민원실에 갔다 오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간단히 다녀올 수 있는 데, 민원실에 다녀오기가 그렇게 어렵다. 허무했다”며 “그래도 대통령에게 확실히 전달되고 대답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권씨는 이어 “우리가 만든 면담신청서를 본 종로서 경찰이 ‘이거 어디서 났냐’고 놀라며 핸드폰으로 찍어갔다”고 덧붙였다.

15일 오후에도 민원 신청을 둘러싸고 경찰과 유족 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이창현 군의 어머니 최순화 씨와 아버지 이남석 씨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청와대 민원실로 가서 면담신청서를 작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 측은 “면담신청 내용을 분수대에서 작성하고 가야 한다”, “청와대엔 면담신청서가 없다”, “면담신청서는 노란 서류봉투에 담아가야 한다”, “경찰 동행 하에 한 명만 민원실로 갈 수 있다” 등의 주장을 펴며 “세월호 유족에 대한 경찰의 배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족은 “우르르 몰려가는 것도 아니고 두 명이 민원신청을 넣으러 가는 것인데 왜 이렇게 막는지 모르겠다”며 “단 한 명만 민원신청서를 넣으라는 규정이 있는가”라고 따졌다. 최순화 씨는 “경찰이 언제부터 우리를 배려했는가”라며 “배려의 결과가 유족을 감시하고 채증하고 찬 길거리에서 자게 하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결국 유족은 분수대 앞에서 직접 만든 민원신청서에 내용을 작성하고, 경찰이 서류봉투를 가져오는 것을 기다리는 등 40여분이 지난 뒤에야 최씨 혼자 경찰 동행 하에 민원실로 갈 수 있었다. 민원실에 다녀온 최씨는 “경찰은 걸어서 민원실에 다녀올 수 있다고 했다가 경찰차로 갈 수 있다고 또 말을 바꿨다”며 “민원 절차를 알면 알수록 답답하고 화가 난다”고 전했다.

  분수대 앞에서 직접 만든 민원신청서에 내용을 작성하고, 경찰이 서류봉투를 가져오길 기다리는 등 40여분이 지난 뒤에야 최씨 혼자 경찰 동행 하에 민원실로 갈 수 있었다.

청와대 민원실을 방문한 관계자들이 청와대에 면담신청서가 있다고 밝혔다고 하자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면담신청서가 있는 지 없는 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유족은 분수대 앞에서 직접 만든 민원신청서에 내용을 작성하고, 경찰이 서류봉투를 가져오기를 기다리는 등 40여분이 지난 뒤에야 최씨 혼자 경찰 동행 하에 민원실로 갈 수 있었다.

"청와대 경호 필요 넘어 과잉대응, 직권남용"

세월호 가족대책위 법률지원단 박주민 변호사는 관련해 “청와대 민원 신청에 대해 청와대 민원실 측이 관여하지 않고 경찰이 왜 개입하는지 모르겠다”며 “경찰은 직권 남용에 불법 공무집행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경찰의 민원 절차 개입은 청와대 지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민원실은 그 목적에 맞게 민원을 접수받으면 되는 곳”이라며 “청와대 경호의 필요성을 넘어 과잉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청와대 민원 관련 경찰 직무규정은 없다”면서 “경찰은 법과 규칙을 따르지 않고 권위주의적이고 상관의 명령에 따라 만들어진 관례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원인에 대한 이중성 논란과 까다로운 민원 절차에 대해 그는 “민원인에 대한 청와대 측과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과 차별”이라며 “설사 면담양식이 없다면 공무원인 경찰이 만들어 주면 되는 일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원재민 변호사는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 씨도 단식 중에 경찰과 두 시간 실랑이 끝에 청와대 민원실에 방문해 그곳에 있는 면담신청서에 작성하고 종이에 따로 적어간 면담요청서를 함께 냈다”면서 “유족이 민원실에 가지 못하게 근거 없이 차단하고 절차를 따지는 것은 청와대 경호 목적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찰의 과잉 대잉이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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