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무상의료 민영화, 스코틀랜드 독립 최대 이슈로 부상

파운드 사용 여부 제치고 의료민영화 쟁점...“TTIP 체결되면 NHS 악몽”

스코틀랜드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달아오른 논쟁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보수당 정부가 추진해왔던 ‘국가의료서비스(NHS)’ 민영화 정책이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15일 <가디언>은 “NHS에 대한 언쟁은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는 캠페인에서 가장 신랄한 문제가 됐다”며 “이는 스코틀랜드가 분리에 찬성할 경우 파운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란까지도 퇴색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출처: 가디언 화면캡처]

하지만 스코틀랜드 주민투표에서 NHS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일로 평가되고 있다.

스코틀랜드 의료 정책은 원래 중앙에서 이양돼 지역이 통제하고 있다. 지난 11월 발표된 650쪽의 스코틀랜드국민당 백서에도 NHS에 대한 기술은 단 7쪽만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스코틀랜드국민당은 NHS를 공적으로 소유하고 지금까지와 같은 무상의료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내용도 미흡하다.

그러나 지난달 5일 스코틀랜드 독립에 관한 첫 번째 방송 토론을 계기로 NHS 민영화 의제는 단번에 스코틀랜드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찬성 측, “독립해 TTIP 의료민영화 막자”

스코틀랜드 독립에 대한 주민투표에 NHS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이유는 스코틀랜드가 영국령에 남을 경우 잉글랜드처럼 NHS에 대한 의료 민영화를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스코틀랜드에 사는 31세의 전문의 로스 아치볼드는 “나는 향후 영국 정부가 치료비를 부과하고 NHS 예산을 삭감할 것이라고 우려한다”며 남부와 똑같은 운명이 스코틀랜드에 닥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아치볼드 뿐 아니라 스코틀랜드 전문의 수백 명은 이 때문에 ‘NHS for YES’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스코틀랜드 독립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이들은 의료뿐 아니라 독립을 통해 ‘유럽의 병자’로 불리며 빼앗긴 복지와 일자리 정책에 대한 통제권을 스코틀랜드인이 행사해야 한다고 본다. 스코틀랜드가 영국령에 있는 한 다음 총선에서 누가 이기든 긴축은 계속 진행될 것이고 NHS 민영화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NHS for YES’가 영국령에 스코틀랜드가 계속 남아있을 경우 NHS 민영화를 피할 수 없다고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유럽연합이 미국과 협상하고 있는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때문이다.

이들은 TTIP가 체결될 경우, NHS는 영구적으로 민영화될 것이며 아웃소싱된 의료서비스를 재국유화하려고 할 경우에는 기업의 소송에도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은 “스코틀랜드 정부는 지금까지 NHS를 예산의 한도 내에서 할 수 있는 만큼 보호해왔지만 TTIP는 우리에게 선택권은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유럽과 아메리카 다국적기업에 대한 NHS 서비스 개방이 강제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논쟁은 알렉스 닐 스코틀랜드 홀리루드 의회 보건비서가 최근 하원에서 “반대가 우세할 경우 민영화, 병원비, 의료진에 대한 분산지불제도, 긴축 정책으로 인한 비용 추가 삭감으로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밝히며 더욱 격렬해졌다.

잉글랜드 NHS 민영화 과정이 준 교훈

독립 반대 진영은 찬성 진영의 주장을 ‘빅라이(거대한 거짓말)’라고 비난하며 NHS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은 스코틀랜드 혼자만으로는 NHS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을 내걸며 영국(UK)에 남아 있는 것이 스코틀랜드에 더욱 이롭다고 반박한다. 일례로 영국 정부는 긴축 아래에서도 NHS 예산을 2009-10년에서 2015-16년 사이에 4%까지 증가시킬 계획이며, 1인당 보건지출은 스코틀랜드에서는 29%까지 증가했으나, 영국 전체에서는 43%까지 증가했다는 점이 그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석유 수입이 감소하고 인구 고령화가 진행될 경우 재정 마련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미 잉글랜드에서의 무상의료 민영화 조치가 낳은 경험은 많은 이들에게 부정적인 시각을 새겨 놓았다.

<가디언>은 “이 모든 것(영국 NHS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찬성측 대변자들은 잉글랜드 의료서비스 구조조정 과정이 스코틀랜드 NHS를 위협하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사보험 중심의 미국식 의료제도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2012년 영국 보수당 정부는 애초 공약과는 다르게 잉글랜드 NHS에 대한 부분적인 민영화 조치에 나서 민영/영리 조직이 참가할 수 있도록 개방해 논란을 낳아 왔다. 민영화 과정에서 NHS 기관은 450개로 분산돼 내부 경쟁으로 인한 폐해도 제기되며 영국 전역에서는 의료민영화에 대한 반대 운동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유거브(YouGov)가 실시한 독립 가부에 따른 NHS 개선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의하면, 스코틀랜드인의 37%는 독립할 경우 NHS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봤으며 반대 의견은 9%에 그쳤다. 유거브 대표 피터 켈너는 “NHS는 (무리해서 독립을 해도) 큰 이득이 없을 수 있다는 두려움 인자를 중성화시키며 찬성 측을 돕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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