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독립, 기업은 반대 노동자는 찬성

독립 찬성, 역사나 민족 아닌 사회적 정의와 평등에 초점..사회적 대안 건설 위한 대중운동 계기

스코틀랜드 독립은 좌초됐지만 이번 주민투표는, 영국 보수당 주도 긴축 문제를 통해 기득권층에 맞서 새로운 사회적 대안을 건설하려는 대중적 운동이 형성된 계기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스코틀랜드사회당(SSP)의 앨리스터 블랙은 20일 <링크스(links.org.au)>에 “스코틀랜드 45%는 지배 계급의 극심한 공포에도 불구하고 찬성을 택했다”며 “기업은 늘 그렇듯이 선택지가 없었고, 노동자는 독립을 택했다”고 투표 결과가 계급적으로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찬성이 우세한 4개 지역은 보수당의 긴축조치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이며 주요 의제 또한, 보수적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선언이나 또는 역사나 민족 문제가 아닌, 사회 정의와 평등의 문제였다.

[출처: http://links.org.au]

긴축에 희생된 가난한 이들이 독립 찬성 주도

블랙의 이러한 견해는 주민투표 결과를 분석한 언론 보도에서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영국 언론 <미러>는 19일(현지시각) “궁핍한 지역의 가난하고 어린 유권자일수록 독립 스코틀랜드를 보다 원했던 것 같다”며 “스코틀랜드 32개 주 중 유일하게 찬성표가 많았던 4개 주는 던디(찬성 57%), 웨스트던바턴셔(54%), 글래스고(53%)와 노스래너크셔(51%)로, 스코틀랜드에서 저소득층과 실업률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스코틀랜드 각 지역 평균 저소득층 규모는 13.4%지만 찬성표가 우세한 4개 주의 저소득층은 던디 17.8%, 웨스트던바턴셔 19.1%, 글래스고 21.5%, 노스래너크셔 16.8%로 나타난다. 이 4개 주의 실업률도 스코틀랜드 평균 12.8%를 훨씬 초과해 각각 17%, 17,8%, 19.1%, 16.4%를 보였다.

분리 독립에 찬성한 유권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도 주로 영국 보수당의 정책에 대한 불만과 함께 국가의료서비스(NHS)와 공공 지출 등의 문제로 나타났다.

20일 <가디언>의 분석 투표 결과 분석에 따르면, 찬성 지지자들은 최종 선택을 결정한 가장 중요한 2-3개의 문제는 순서대로 웨스트민스터 정책에 대한 불만(74%), NHS(54%), 세금과 공공 지출(33%)이었다고 꼽았으며, 반대자들은 파운드(57%), 연금(37%), NHS(34%)를 들었다.

앨리스터 블랙은 “찬성이 우세한 4개 지역은 긴축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으로 이 지역의 많은 인구는 생존을 위해 푸드뱅크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랙에 따르면, 사람들은 배고픔 때문에 푸드뱅크에서 나눠주는 통조림을 즉석에서 열고 손으로 식은 음식을 먹는 경우도 있다. 경찰은 음식물을 훔치려고 가택을 침입하는 사건이 늘고 있다고 보고했다. 글래스고 일부 지역 남성 평균 수명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 보다 낮은 58세일 정도로 열악하다.

독립운동, 사회적 대안을 위한 대중운동의 토대

이러한 조건에서 분리 독립 찬성 운동은 사회적 대안을 건설하기 위한 대중적인 운동의 토대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난다.

앨리스터 블랙은 “찬성 운동의 가장 큰 장점은 더 이상 기성 정치인에 이끌리는 것이 아닌 진보적이며 민주적인 생각을 중심으로 결집하게 한 대중 운동이었다”고 짚는다.

블랙은 우선 “주민투표에서는 스코틀랜드 전역에서 전례 없는 정치적 참여와 토론이 이뤄졌다”며 “이는 최근 수십년 간 줄어든 투표율 경향을 역행하는, 거대하며 유례없는 84.59%라는 투표율에서 볼 수 있으며 일부 지역에는 100%를 보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블랙은 이러한 독립 운동에 대해 “찬성 지지자들은 지난 며칠 간 지상전에서, 말 그대로 대중 궐기대회와 행진을 위해 큰 마을과 도시의 거리를 접수하며 압도적으로 승리했다”고 소개한다. 그에 따르면, 에딘버러의 크래익밀레어와 같은 일부 지역에서 유권자들은 투표 당일 이른 아침 투표소로의 행진을 조직했으며 배너와 피리 소리에 맞추어 아이 엄마, 아빠들은 유모차를 끌고 노인들은 휠체어를 밀며 투표를 하러 나가는 등 대중적인 ‘투표 운동’으로까지 나아갔다. 젊은 사람들은 특히 이 사회 운동의 맨 앞자리에 있었다.

이러한 독립운동을 기반으로 드라마틱하며 급진적인 대중 운동이 스코틀랜드 지역 사회 전역에서 활성화됐다는 평이다.

앨리스터 블랙은 “급진독립캠페인(RIC)’과 스코틀랜드사회당(SSP), 스코틀랜드녹색당(SG) 등 좌파의 대중성도 캠페인을 통해 확대됐으며 조직들은 독립운동 과정에서 단결했고 활동가들은 이를 지속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정치적 경험이 전혀 없는 이들도 지역 커뮤너티 ‘예스그룹(YG)’, RIC 또는 ‘독립을 위한 여성들(IFW)’, ‘전국집단예술단체(NCAG)’에 찾아왔고 비민족주의 좌파 지식인과 유명인들의 ‘커먼윌(Common Weal)’이라는 캠페인그룹 등 운동도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독립운동, 새로운 정치세력 건설 운동으로 발전시켜야

블랙은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 우리는 새로운 헌법적 논쟁에 직면하고 있다”며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에게 새로운 권한과 영국에 대한 새로운 헌법적 합의의 가능성을 약속했지만, 보수당과 노동당은 애초 그들의 약속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 때문에 보수당은 자신의 이득과 우익을 달래기 위해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봤다. 한편으로 스코틀랜드국민당은 알렉스 새먼드 당수가 사임했지만 지지세를 모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블랙은 “좌파는 독립 운동으로 출현한 사회 운동을 향해 나아간다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45%의 찬성은 대단한 성취이지만 보다 더 대단한 것은 대중적인 사회운동을 건설한 것이며, 이 운동을 새 정치세력 건설을 위한 운동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이제 정치를 재편하고 흔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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