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에 이어...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도 전원 정규직 판결

기아차 비정규직 공정분리 ‘꼼수’ 안 통했다...법원, 전 공정 불법파견 인정

법원이 지난주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천여 명을 정규직으로 인정한 것에 이어,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 467명 모두를 정규직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1년 기아자동차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3개월 만에 나온 1심 판결이다.

기아차의 경우 현대차 불법파견 논란 이후 비정규직 공정을 분리해 불법파견 논란을 회피해 온 바 있어, 현대차와 다른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하지만 법원은 혼재 공정이던 공정을 분화했던 원청의 직접지시가 이뤄졌는지 여부 등을 근거로 노동자들의 정규직 지위를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는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이용한 공정을 비롯해, 사외 물류, KD, 출하 등의 공정도 연속적인 작업에 해당한다며 이들의 정규직 지위도 인정했다. 사실상 모든 자동차 생산공정업무가 도급의 형태로 위장된 불법파견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41부(부장판사 정창근)는 25일,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 499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소를 취하하거나 신규채용된 원고를 제외한 467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지위를 인정했다. 원고 중 1명에 대해서는 사내협력업체 입사 후 2년 이상 근무했다는 입증이 부족하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구 파견법 적용을 받는 고용의제 대상자 340여 명과 개정 파견법에 따른 고용의무 적용 대상자 120여 명 모두에 대해 “기아차와 사이의 실질적 근로자 파견관계가 인정된다”며 원고 측 청구를 받아들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노동자들이 기아차를 상대로 청구한 임금 및 손해배상금 111억에서 약 16억 원을 인정했다.

앞서 기아자동차 사내하청노동자 574명은 지난 2011년 7월, 기아자동차와 사내하청업체들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및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내하청노동자들은 그동안 정규직과 동일한 생산조직 및 생산시설에 편입돼 근로를 제공해 왔으며, 원청의 작업 지시를 받고 있어 불법파견 논란이 있어왔다.

특히 기아차는 현대차에서 2004년부터 불법파견 논란이 일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혼재해 있던 공정을 분화해 불법파견 의혹을 일축해 왔다.

노조 측 법률대리인인 금속법률원 송영섭 변호사는 “기아차는 2004년 정규직과 비정규직 공정을 분화시켜 불법파견을 은폐해 왔고, 대법에서 승소한 최병승은 조립공정 중에서도 혼재공정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신들은 불법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의 의미를 축소시켜 왔다”며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모든 공정을 막론하고 사내하청노동자들은 원청의 관리감독 하에 있다며 파견의 범위를 넓게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판결 직후 기하차 소하, 화성, 광주 사내하청분회는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아차에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양경수 기아차 화성분회장은 “회사 측은 지난주 특별교섭에서도 자신들은 단 한명의 불법파견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사법부는 소송에 참가한 모든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며 정규직 지위를 인정했다”며 “이번 판결은 현대기아차 만이 아닌, 이 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도급으로 위장된 불법파견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제 회사는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영섭 변호사 역시 “기아차는 조립, 도장 공정 등을 포함해 물류, 포장, KD, PDI, 사외 물류공정 까지 다양한 노동자들이 포함돼 있다”며 “이번 판결은 모든 사내하청이 원청의 근로자임을 밝힌 것으로, 원청은 노사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즉각 판결을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기아차 사내하청 3분회는 기아차와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주 교섭에서 회사는 현대차 8.18사내하도급 특별합의 내용을 기본으로 한 350명 신규채용 안을 제시해 노조의 반발을 샀다.

3분회는 이날 입장을 발표하고 “3년이 넘도록 끌어온 재판의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또 다시 항소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것은 최소한의 양심도 저버린 파렴치한 행위”라며 “정몽구와 현대기아 원청은 즉각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불법파견의 범위를 넓힌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판결은 현재 유사한 소송이 진행 중인 제조업 등의 사업장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쌍용차 등 완성차 공장을 비롯해 삼성전자서비스, 포스코, 현대하이스코, 금호타이어 등에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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