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의장, 29일까지 세월호법 합의 촉구하며 본회의 연기 결단

새누리 4일도 못 참고 맹비난...새정치에 더 큰 압박될 듯

  정의화 의장이 산회를 선포하자 새누리당 한 의원이 항의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결단으로 국회 파행 장기화를 간신히 면했다. 정의화 의장은 26일로 의사일정을 확정한 91개 법안 처리를 위해 오후 2시 40분께 국회 본회의를 개의했지만, 여야 막판 세월호 대타결을 위해 법안 처리를 30일로 미루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본회의는 10여분 만에 산회를 선포했다.

정의화 의장은 본회의 개회 후 심경 발언을 통해 “오늘 본회의에서 계류 중인 안건을 의결하더라도, 국정감사, 국무위원 출석 등의 처리를 위해 국회는 수일 내 또다시 본회의를 열어야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제 새정치연합 지도부에서 금일 본회의를 며칠만 연기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번 주말이라도 당의 총의를 모아 정리할 시간을 달라는 요청에서 진정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야당이 협상 결과 번복을 두 번 한 것에 대한 심각한 문제 제기는 잘 알지만 국감 관련 본회의를 다시 소집해야하는 상황에서 야당의 진정성을 믿고 의사일정을 변경해 30일 날 본회의를 재소집 할 계획“이라며 ”의사일정 지연에 대한 비난은 제가 감당하고 가겠다“고 했다.

정 의장은 또 ”세월호 유족과 의견진전이 있다고 들었다. 여야는 이번 주말까지 세월호 특별법의 최종 합의를 이뤄 달라“며 ”예산안과 경제법안을 제대로 심의하기 위해서 30일이 국회 정상화를 위한 마침표를 찍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의화 의장의 이 같은 결단은 여당 의원들만으로 단독 처리를 할 경우 국회가 날치기 논란에 사로잡혀 더욱 파행으로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91개 법안을 처리한다 해도 국정감사와 예산안 처리를 위해 다시 본회의를 열어야 하는 상황에서 날치기를 당한 야당이 국회 의사일정에 제대로 응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국회 파행은 더욱 장기화 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무엇보다 정의화 의장의 결단으로 새정치연합도 9월 30일 본회의 의사일정을 거부하기는 어렵게 됐다. 여당 출신이었던 정 의장 자신이 여당에 엄청난 욕과 압박을 받으면서 새정치연합을 압박하는 수를 펼친 것이다.

애초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정국 정상화의 마지노선이 29일이라고 말한 바 있어 정의화 의장의 30일 본회의 카드는 새정치연합 내부 상황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최대한 29일까지 세월호법 협상을 타결 짓는다는 방침이지만, 새누리당이 여러 양보안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 29일 타결도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30일 본회의 의사일정이 다시 강행되면 비대위 체제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결국 정의화 의장의 결단은 표면적으로는 새누리당의 체면을 구긴 셈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정치연합을 강력하게 압박하면서 당내 중도파들의 본회의 입장 명분으로 크게 작용할 공산이 더 크다.

  법안 처리가 불발되자 당혹해 하는 이완구 원내대표

새누리 의원들, “정의화 의장, 귀 뜸도 안 해줘” 불만 성토
이완구 사의 표명 반려, 사실상 재신임


이날 법안 처리 강행을 위해 소속 의원 총 동원령을 내려 본회의장에 입장했던 새누리당은 당혹감을 표출하는 동시에 강하게 정의화 의장을 성토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본회의 산회 직후 열린 의총에서 원내대표직 사의 표명까지 하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완구 대표가 원내대표직 사의까지 표명한 데는 본회의를 개회하고 나서 정의화 의장이 발언을 할 때까지도 산회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결정족수 과반을 만들기 위해 외국에 있는 의원들까지 불러 왔지만, 산회는 전혀 예상을 못해 사실상 재신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이 원내대표 사임표명이 나오자마자 김무성 대표는 “국민에 대해 도리가 아니다”라며 만장일치 박수로 사의표명을 반려 시켰다.

실제 산회 직후 열린 의총에서 김재원 원내수석 부대표는 의원들에게 “성과를 내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 사실 의장께서 어제 오후 6시까지도 오늘 반드시 법안 처리할 테니 의원들을 독려해서 과반수 의석을 꼭 채울 수 있도록 하라고 저에게 몇 번이나 하셨다”며 “심지어는 ‘자신 있느냐. 과반수가 모이지 않아서 회의가 무산되면 그건 큰일’이라고 이렇게 까지 말씀하셨는데 오늘 일방적인 회의를 진행 하셨다. 저희들에게 사전에 단 한 번도 귀 뜸도 해주지 않으셨다“고 정 의장에 모든 책임을 돌렸다.

김재원 수석은 이어 “의장께서 9월 30일에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또 9월 30일 날 비상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의원님들은 모든 일정을 9월 30일에 맞춰서 해주시길 바란다. 9월 30일 본회의 약속은 당연히 지켜야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 의장의 산회 선포에 강하게 반발했다. 하태경 의원은 “153명이나 출석한 헌법기관들에게 아무런 발언기회를 주지 않고 기습적으로 산회를 처리했다”며 정 의장의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이완구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 자신은 이러한 사태가 올 때까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원내대표직 사임 의사를 밝힌 데 대한 입장을 말하려 했지만, 이장우 의원 등 원내 부대표단 4-5명이 이 원내대표 발언을 막았다. 부대표들은 ”대표님 말씀하지 마십시오. 사퇴 안 됩니다. 취소하십시오“, “(기자들에게) 말씀 안 하신 걸로 해 주십시오”, “말도 안 돼. 의장이 사퇴해야지” 등의 말을 뱉으며 이 원내대표의 추가 발언을 막고 원내대표실로 밀고 들어갔다. 사실상 사의표명은 강력한 재신임이 된 셈이다.
태그

정의화 , 세월호 특별법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용욱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