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개방에 성난 농심, 서울 도심서 강력한 저항 선언

“쌀 전면 개방/WTO 통보 선언 중단 촉구” 2차 범국민대회...대정부 투쟁 예고

정부의 쌀 개방 정책에 성난 농민들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이고 전면 중단을 촉구했다. 행진 중에는 도로 2곳에 불을 놓고 쌀 개방에 분노한 농심을 표현했다.

27일 오후 서울 시청 광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3천여 명의 농민들이 쌀 개방에 반대하는 ‘쌀 전면 개방 저지! WTO 통보 중단’ 2차 범국민대회를 진행했다. 농민, 노동, 빈민, 소비자, 종교, 시민사회 등 5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식량주권과 먹거리 안전을 위한 범국민 운동본부’가 주최한 이날 시위에는 우리 쌀을 지켜 농민과 먹거리를 지키려는 각계 인사와 많은 시민들도 함께 했다.



정부는 지난 7월 18일 기습적으로 쌀 관세화 방침을 밝히고, 2달 후에는 쌀 관세율을 513%로 하겠다고 통보했다. 정부는 9월 말에 관세율을 WTO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농민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쌀 관세화 방침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6월 말에는 서울 도심에서 3천명 규모의 1차 범국민대회를 진행했으며 이달 18일부터 전국 70여개의 시군에서 농민대회를 비롯해, 논 갈아엎기, 농기계 반납 등의 항의를 전개하고 있다. 정부 청사 앞 농성은 벌써 9일째다. 그런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 농민들은 강력한 저항을 선언했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을 비롯해 농민의길 대표단은 선언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지만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쌀 개방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협상도 하지 않고, 아무런 대책도 없는 관세화 통보는 식량주권 포기행위”라고 규탄했다.

단체 대표들은 또, “대통령은 513%의 관세율을 위협하는 어떠한 국제협상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공개적인 약속이 있어야만 ‘TPP에서 쌀을 제외하겠다’는 농식품부장관의 약속을 신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만약 이달 말까지 대통령이 약속하지 않으면 정부기관의 모든 말들은 거짓이고 사기로 치부될 것이고, 박근혜 정부에 대한 대정부투쟁을 본격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쌀 개방을 막기위해 각 지역에서 올라온 농민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전북 영광에서 논 갈아엎기를 벌였던 강민구 농민은 “정부에 정말 할 말이 없다”라면서 “그대로 욕이라도 해라라고 해서 나왔다”며 “정부의 개방 정책 때문에 농촌에서는 제정신으로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에 오면서 논두렁에 ‘쌀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는 새누리당의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을 보면서 더욱 분통이 터졌다”고 전했다.

제주도에서 올라온 한경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부의장은 “가격 폭락으로 인해 한우, 양배추, 마늘 어느 하나 빼놓을 수가 없어 다 농사를 졌지만 올해도 마찬가지”라면서 “우리 농민은 지난 20년 동안 농촌을 살리라고 그렇게 외쳤지만 새누리당은 눈깜짝 하지 않고 있다. 10월 식량주권 대장정에 나서 11월에는 30만 농민의 투쟁을 보여주자”고 제안했다.


소비자 단체를 비롯해 종교, 정치 등 각계 참여자도 농촌의 심각성을 전하고 연대 투쟁을 약속했다.

오미혜 아이쿱생협 대표는 “정부는 협상도 하지 않고 마치 결정이 난 듯 농민과 소비자에게 밀어붙이고 있다”며 “우리 밀도 지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아무 대책도 없는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최종수 농촌사목위원회 신부는 “수박농사 1천 평을 지었는데 수박 1덩이에 1천원도 받지 못했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며 “밭작물 모두 폭락한 상황에서 쌀이 개방되면 농민은 농사지을 게 없다. 농민이 없으면 국민도 살 수 없다”도 말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정부가 국회를 무시한 건 말도 아니고 농민의 뒤통수를 쳤다”며 “그러나 23년 전 우르과이협상에 반대해 1,300만명이 반대 서명을 했던 국민의 의지와 판단은 지금도 유효하다. 쌀을 지키고 쌀을 재배하는 농민을 지켜 국민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은 “감자, 수박, 양파, 요즘 농사 되는 것이 없다”며 “거기에 더해 우리를 먹어살려온 농민을 이제는 이 땅에서 나가라고 한다. 농민들이 힘을 합쳐 반드시 우리 농촌을 지켜나가자”고 발언했다.

이유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정부는 쌀 개방에 대한 쌀산업 대책 마저 기업과 대농을 위해 준비했다”며 “진짜 농사짓는 이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한 대장정에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집회 중 경찰은 시종일관 농민들의 행사 물품을 문제로 집회 대오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고 농민들은 이에 격분해 갈등이 계속됐다. 가두 행진에 나선 농민들은 기습적으로 도로 2곳에 불을 놓고 성난 농심을 표현했다. 한 곳은 농민들과의 대치 끝에 경찰이 진화했지만 다른 곳은 행진이 마무리 될 때까지 타들어갔다.

농민단체들은 정부청사 앞 농성 등 쌀 개방에 반대하는 행동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말에는 우리 농업 찾기 대장정 전국 순회가 진행되며 11월에는 3차 범국민대회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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