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 공청회, “주민번호 ‘만능키’ 해결 방안 배제됐다”

오병일, “6가지 대책 모두 한계...범용식별번호로써의 문제 해결돼야”

잇따른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주민번호 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주민번호의 범용성 문제를 해결할 만한 대안이 부족해 우려를 낳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지난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민등록번호 개선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안전행정부의 의뢰를 받아 마련한 ‘주민등록번호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기존 주민번호 체계를 유지하되 이를 보완하는 방법과, 신규 주민번호를 발급하는 방법을 포함해 총 6가지 대책을 내놨다. 우선 신규 주민번호를 발급하는 방법은 현재처럼 개인정보를 포함하는 것과 임의의 일련번호로 만드는 방법이 제시됐다.

또한 ‘주민등록증 발행번호’를 사용하되, 내부관리용으로 기존 주민번호를 사용하는 방법과 새로운 주민번호를 만드는 방법도 나왔다. 마지막으로 주민등록번호를 폐지하고 발행번호만 두되, 발행번호에 개인정보를 포함할지 아니면 임의의 일련번호로 만들 것인지도 대안으로 나왔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연구보고서를 두고 학계와 시민단체, 공공기관, 민간업체 등의 토론이 진행됐지만 각자의 입장만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끝나 쟁점 토론이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공공기관 측 토론자들은 “국민 누구도 주민번호가 바뀌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 것”, “우리나라 주민번호 체계는 나쁘지 않으며, 주민번호 체계 변경에 따른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며 기존 방침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공청회에 참여했던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무국장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연구보고서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30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6개 안 자체가 한계가 있다. 주민번호가 광범위하게 쓰이는 문제는 검토 자체를 배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시민사회는 주민번호 체계 문제와 관련해 △주민번호에 생년월일, 성별, 출신지 등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다는 점 △변경이 불가능해 유출 시 구제가 힘든 점 △일종의 범용식별번호처럼 광범위하게 수집, 이용돼 유출의 위험과 피해가 크다는 점 등을 꼽고 있다.

오병일 사무국장은 “새로운 주민번호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주민번호를 여러 영역에서 일종의 범용식별번호로 쓰게 되면 새로 만든 뒤 몇 년 후에는 또 다시 현재와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범용식별번호로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목적별 번호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 사무국장은 “주민번호는 애초부터 다목적용이 아닌, 주민들의 거주동향을 등록하고 행정서비스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 목적을 제한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조세목적으로는 납세자 번호를 만든다든가, 복지 목적으로는 사회보장 번호를 만든다든가 이런 식으로 각 영역별로 별개의 식별번호를 만드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하나의 번호로 모든 개인 정보를 엮을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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