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실수로 사고, 회사는 고의성 짙다며 노동자에게 2억대 소송 제기

"고의로 사고를 내는 경우가 어디 있나", 노동자와 노조의 호소

“직원이 고의로 사고를 내는 경우는 없다”

전북 완주군 봉동읍 3공단에 위치한 아데카코리아는 플라스틱 첨가제를 제조하는 화학공장이다. 이 공장에서는 지난해 6월 화학제품을 만드는 반응탱크의 중간 밸브가 잠기지 않은 상황에서 원료가 투입되어 화학물질이 유출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약 6톤의 화학물질이 유출됐고, 해당 생산라인과 일부 라인이 약 25일 동안 가동이 중지됐다.

당시 작업자인 김모(36, 10년차)씨는 2개월의 정직 처분을 받았다. 중간 밸브가 제대로 잠겨있는 지 확인을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김모씨는 실수를 인정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5개월이 흐르고 지난해 12월, 회사는 김모씨에게 2억2천70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아데카코리아는 14일 회사 해명자료를 통해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확인된 손해액이 약 2억원이상”이라면서 “근무경력이 10년이 넘었고, 그동안 상시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여 왔던 점에 비추어 그 고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엄청난 과오를 범하였기에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1시간 가까이 6톤 이상의 화학제품이 누출되는 동안 조치가 없었다는 점과 안전점검 기록부 상 확인절차를 거쳤다고 기재한 점 등을 들어 단순 실수가 아닌 고의적 행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억대 손해배상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사소한 사고가 아니어서 징계 당시부터 손해배상을 검토하고 있었다. 직원들의 의식(경각심)도 심어줘야 하며 징계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징벌적 성격도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그러나 김모씨와 노조는 회사의 입장에 대해 실수는 인정하지만 고의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민주노총 아데카코리아지회 박현철 지회장은 “해당 탱크는 총 4층 규모의 크기로 맨 위에서 연료를 투입한다. 당시 김모씨는 연료를 투입하고 있었고, 유출된 3층에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 원료를 투입하고 내려와서 가장 먼저 확인하고 현장 직원들에게 방송을 해서 보고하는 등의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3층에 있는 중간 밸브의 개·폐 유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과실로 인정하지만, 고의적 행위라는 회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또한, 이미 2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상황에서 추가로 손해배상을 억대 규모로 청구하는 것은 너무 과한 처사라고 이들은 밝혔다.

노조, “인원 충원과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먼저”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밸브 잠금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는 모두 7건으로 상당히 자주 발생했다. 특히 해당 반응탱크에서도 모두 4차례 유출 사고가 벌어졌다.

그래서 노조는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우선이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박현철 지회장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가 있을 수 있다. 회사가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먼저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유출사고 있고 나서 회사는 급하게 자동벨브를 설치하고 각 층마다 가스 감지기를 설치했다.

보완장치가 마련되고 나서부터는 이런 사고가 현재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박 지회장은 중요한 작업에 대해서는 추가로 인원을 충원하여 초기 사고가 발생할 당시 대처가 가능하도록 하는 작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했다.

사고 당시에도 작업자가 연료를 투입하는 동안 주변에 근무자가 없었다는 점이 사고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이런 점이 고려되지 않은 상황에서 손해배상 2억 이상 책임을 묻는 것은 김모씨 개인이 감당하기 힘들다. 김모씨는 한 달 월급이 200여만 원으로 회사의 손배액이 법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질 경우 9년 9개월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납부가 가능하다.

민주노총, “노동자에게 손배 청구는 기획적 노동탄압”
아데카코리아, “순수한 회사 경영권 행사”


한편,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14일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의 손해배상 청구가 심각한 노동탄압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북본부는 “아데카코리아는 민주노총 아데카코리아지회가 설립된 지난 2011년 7월부터 노조 탄압을 자행한 회사”라면서 “손해배상 청구는 민주노조를 말살하고 조합원을 탄압하는 고의적이고 기획적인 노동탄압이다”고 주장했다.

아데카코리아지회에 따르면 노조 설립 직후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됐지만, 회사와 제대로 된 교섭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여러 마찰도 있었다.

교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던 2012년 2월경, 회사 한 임원은 신입사원 교육을 진행하면서 “노조 요구는 절대 들어주지 않을 것이고, 노조원들에게는 어떻게든 불이익을 주겠다”, “민주노총은 노동자들 근로조건에는 관심 없고 인원동원 및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결성했다”는 등 민주노총을 음해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발언은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중심으로 징계가 집중되기도 했다. 그로 인해 임금도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 아닌 이들과 임금 차이도 컸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취업규칙이 변경되면서 징계받은 이들은 연말 성과급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2013년과 2014년 임금인상조차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 대부분이 징계를 받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이 인정되든 안 되든, 청구한 사실만으로도 당사자와 노조가 위축될 것”이라면서 노조 탄압의 연장선에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의 이런 주장에 대해 아데카코리아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아데카코리아는 “이번 사안은 노조와의 부당노동행위의 문제가 아니고 안전사고 발생으로 빚어진 것으로 공장에서 안전한 생산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순수한 회사 경영권 행사의 일환”이라고 선을 그었다.

법원은 이번 사안에 대한 공판을 모두 3차례 진행했으며, 오는 10월 24일 4번째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일상적인 회사 업무 중이 실수까지 손해배상 청구가 인정된다면, 민주노조를 말살하려는 모든 현장에서 강력한 노조탄압 무기로 전락할 것”이라면서 “결국, 한국 사회의 노동기본권과 노동인권은 심각하게 후퇴할 것”이라며 기각을 호소했다.
덧붙이는 말

문주현 기자는 참소리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참소리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

전북 , 완주 , 화학공장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문주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