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화 판결에도 현대차 노사 갈등 심화, 노동부는 수수방관

법원도 어찌 못하는 현대차 불법파견, “노동부도 판결 인정 안 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지난달 19일, 현대차 사내하청 1천 여 명을 정규직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규직 전환은커녕 노사 대립만 심화되고 있다. 노조가 법원 판결을 근거로 조합원 확대 사업에 나서자, 회사는 ‘신규채용 계획’을 발표하고 노조 간부 출입을 봉쇄하는 등 맞불 작전에 들어갔다. 노동계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행정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지난 13일부터 2주간 노조가입 운동에 돌입했다. 첫날인 13일에는 노조가 비조합원들을 상대로 법원 판결 설명회를 열고, 노조 가입 운동을 본격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사 측이 그동안 자유롭게 공장에 출입해 왔던 노조 간부들의 출입을 봉쇄하면서 갈등이 번졌다. 또한 회사는 13일 오후부터 전격 추가 신규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신규채용 모집 기간은 21일까지로, 노조의 비조합원 조직화 기간과 맞물린다.

이진환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은 “현재 공장 출입은 막지 않고 있지만, 현장에는 출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부지회장의 경우 해고자가 아니라서 현장 출입도 가능하지만 이조차 막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입원서가 들어오기도 하고, 비조합원들이 가입원서를 가져가기도 한다. 24일까지여서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지만 회사가 이를 막고 있어서 비조합원들도 적극적인 의사표현은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회사가 법원 판결도 무시하고 근속도, 체불임금도 인정하지 않는 선별적 신규채용을 강행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앞서 회사는 판결 5일 만인 지난달 24일, 유인물을 통해 “헌법상 권리인 상소를 통해 최종 판단을 다시 받을 것”이라며 항소를 제기했고, 재판과는 별도로 8.18특별합의에 따른 신규채용을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진환 수석부지회장은 “회사는 이번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비조합원 중 신규채용 합격자에게 ‘부제소 합의(‘관련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회사 제출 서류)를 받아 불법파견 규모를 축소하려 하고 있다”며 “신규채용으로 입사한 후에도 근속 등 여러 가지로 소송을 제기할 여지가 있다. 때문에 회사는 이를 차단하기 위해 불법파견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확약서를 작성케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판결에도 여전히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노동계는 고용노동부가 즉각적인 행정조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과 진짜사장나와라 운동본부 등은 16일 오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는 판결이 나고 한 달이 다 되어가는 동안에도 최종판결이 아니라며 판결의 의미를 인정하지 않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판결로 노동부의 2004년 불법파견 판정이 맞았다는 것이 확인됐는데도 당사자인 노동부가 오히려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노동부는 즉각 현대차에 대해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직접고용 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리고, 불법파견 업체에 대해 폐쇄조치를 해야 한다. 또한 제조업에 만연된 사내하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행정지침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남신 진짜사장나와라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노동계에서 악법이라고 비판하는 파견법만 준용을 해도 불법파견 업체 영업정지 및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노동부는 지금까지 아무런 후속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1차 하청, 2차하청, 의장, 비의장을 불문하고 모든 현대차 사내하청은 직접고용 정규직화 대상이다. 고용노동부는 주무부처로서 제 몫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민주노총은 노동부의 즉각적인 행정조치를 촉구하며 전국 고용노동부지청 앞에서 항의행동에 돌입했다.
태그

현대차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지연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