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후 적자 공포 강조, 고통분담 연금개악안 발표

이한구, 하후상박 강조...공무원들 “총파업과 대통령 신임 투표 검토”

새누리당이 공무원들의 일방적인 고통분담을 호소하며 공무원연금을 대폭 삭감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공무원연금에 직접 연관된 공무원노조 등은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며 총파업과 박근혜 대통령 신임 투표를 검토하겠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한구 새누리당 공무원연금 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 위원장과 김현숙 위원은 27일 오후 2시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재정 부담이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을 위해 너무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선에서 줄여나가겠다”며 “공무원연금이 일반 사기업체나 국민연금에 비해 지나치게 후한 측면이 다소 있어 후한 측면을 개선해야 한다”고 공무원 연금 개혁 목표를 제시했다.

이한구 위원장은 특히 “정부에서 공무원연금 기금에 도와주는 재정 보전금을 이대로 놔두면 2080년까지 1,278조원이 들고, 퇴직금까지 감안하면 2,037조원이 든다”며 “이번에 우리가 1,680조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조정했다. 이렇게 별별 수단을 강구해도 (앞으로 65년 동안) 357조 밖에 절감이 안 된다. 이런 부분을 공무원 사회에서 잘 인식을 해주시면 좋겠다”며 재정적자 공포를 통한 감정에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 또 공무원 사회 반발을 두고도 “공무원들이 다 반대할 것 같나? 현행대로 놔두면 10년 후에는 연금을 못 받을지도 모른다. 10년 뒤면 매년 보전금만 10조 이상이고 20년 뒤면 20조로 거의 이건 재앙”이라며 “그 때쯤 예산규모는 450조밖에 안 될 텐데 그 예산 규모에서 연금에 15조를 더 집어넣으라면 (국민이) 가만히 있겠나?”라고 재차 연금 공포를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의 국민연금화 목표

여당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핵심은 일단 2080년까지 공무원연금을 하후상박(하위직에겐 후하고 고위직엔 박하게)으로 설계해 나가 국민연금과 장기적으로 동일해지는 구조로 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신규 공무원과 기존 공무원 재직자에게 소득재분배 기능을 부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처럼 공무원연금도 전체 공무원재직자의 3년 평균 소득에 근거한 소득재분배 기능과 자신의 소득에 비례한 소득비례 부분을 절반씩 섞어 하후상박 개념의 큰 원칙으로 제시했다.

새누리당 안은 특히 이미 은퇴해서 현재 연금을 받고 있는 퇴직공무원들에게도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퇴직공직자 연금소득 하위 33%는 2%, 중간 33-66%는 3%, 67% 이상의 상위 33%에 대해서는 4%의 차별화된 재정안정화 기여금을 받겠다는 것이다.

또 공무원연금 지급 개시연령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높여갈 계획이다. 이에 따르면 2023년에서 2024년에 퇴직 공무원은 61세부터 연금을 수령하고, 이후 2년마다 1세씩 늘려 2032년에는 65세에 연금을 받도록 설계했다.

현재 공무원연금은 35년을 재직해도 33년만 불입하면 그 다음은 불입하지 않지만, 공무원 평균수명 증가 등을 고려해 재직기간 상한을 40년까지 하고, 국민연금과 동일한 형태로 도입하기로 했다.

이한구 위원장은 “은퇴하신 분들의 연금 재정이 나빠지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당초 연금을 설계할 때보다 생존수명이 훨씬 길어져 적자가 심해진 상황이 있다”며 “그런 측면을 감안해서 재정안정을 위해 좀 기여해 주시기를 부탁드리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안에서는 연금 받으시는 금액의 3%를 떼서 재정 안정 기금에 수립하도록 안이 돼 있었지만, 저희들은 연금 금액에 따라 최하 2%에서 4%로 구분해서 재정안정 기금에 기여를 해주십사 부탁드린다”고 하후상박 원칙을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현재 재직 공무원은 자기 월급의 7%를 떼서 연금 기금으로 적립하지만, 이후엔 기여금을 10%로 올리고 수령액도 줄인다. 현재 수령액 계산은 재직연수에 평균소득금액과 1.9%를 곱해서 매월 받도록 돼 있지만, 1.9%를 1.35%나 장기적으로 1.25%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신규 공무원은 아예 국민연금과 똑같은 구조로 월급의 4.5%만 기여금으로 내는 대신 연금도 많이 줄어들 게 할 계획이다. 다만 일반 회사에 비해 공무원들의 퇴직 수당이 비현실적으로 낮기 때문에 일반 회사와 같은 방식으로 퇴직수당 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김현숙 FT 위원은 “현재 상태에서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공무원연금을 1/3만 받도록 해야 한다”며 “그건 공무원분들이 수용이 어려우시기 때문에. 공무원이 국가에 헌신한 데 대한 감사와 안행부가 준비하는 사기진작책과 함께 고통분담을 같이 해나갈 것을 호소 드린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발표에 따라 28일 의원총회에서 이 안을 최종 인준 받고 김무성 대표가 대표발의자로 법안을 제출한다. 이렇게 법안이 발의되면 새정치연합 공무원연금 개혁 TF와 연석회의 등을 개최하며 야당을 설득하겠다는 계획이다. 만일 TF 연석회의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국회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회에서 법안 심사 절차를 밟게 된다.

이한구 위원장은 “여야 TF 연석회의에서 중요한 골격만 타결하면 소위 고액과 저액 간의 격차 등 나머지 쟁점은 공무원들이 직접 개선하라고 하면 된다”고 밝혔다.

재정적자만 고려...“재벌보험사 위한 사적연금 활성화 위한 것”

한편 여당 TF팀 발표 직후 공무원노조, 공노총, 전교조 등 50여개 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개악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는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안은 당사자인 공무원을 배제하고 공직사회를 철밥통으로 매도해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고 있으며, 재벌보험사를 위한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며 “공적연금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부터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이충재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단지 재정적자 측면만 고려해 연금을 대폭 삭감하는 것이 주요 골자로 보인다”며 “박정희 정부 때부터 공무원 보수나 퇴직금이 적으니 연금으로 받으라고 했고,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등 각종 혜택도 연금으로 받으라고 한 특수성이 있는데 거기에 대해선 그 어떤 제도 개혁 안도 없었다. 젊은 공무원과 하위직에 대해서는 사실상 공무원 연금을 폐지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수진 사학연금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도 “노동자들과 함께 논의하겠다던 사회적합의 약속은 다 건너가고 결국 개악안만 발표했다”며 “결국 공무원과 교직원도 노후에 가난하게 살도록 하향평준화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대했다.

공투본은 향후 공직사회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백만 공무원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새누리당의 입법 발의 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 새누리당 전 지역구 사무실 항의시위. 전 공무원과 교직원의 연금개악 규탄 리본 패용,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천만 서명을 벌인다. 무엇보다 공투본은 새누리당 정권에 대한 항의 투쟁으로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벌이고 오는 11월 1일 총궐기대회에서 대통령 신임 투표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