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공무원단체 만나 입장 없이 “대화”만 반복...노조 퇴장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 요구에, “내 권한 아닌 상임위서”...'합의' 아닌 '협의' 강조

7일 오후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를 위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이충재 공무원노조 위원장등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 대표단이 국회에서 만나 끝장토론을 시도했지만 파행으로 끝났다.

김무성 대표가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 등을 요구하는 공투본 대표단들에게 “대화”만 강조하고, 구체적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말을 돌리자 대표단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핵심 쟁점인 사회적 합의 기구 용어를 두고도 공투본 쪽은 ‘합의 기구’란 표현을 썼지만, 새누리당 쪽은 ‘협의 기구’라고 해 뚜렷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김무성 대표와 간담회 자리를 박차서 나서는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대표단들

  주호영 정책위 의장이 나가는 대표단들에게 악수라도 하고 가자고 붙잡고 있다.

이날 오후 4시께 공투본 대표단들은 국회 여당 대표실을 찾아 김무성 대표에게 수차례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 △김무성 대표 발의 법안 철회 △연내 강행처리 중단 의사를 물었다. 김무성 대표는 “이법은 의원 발의 법안으로, 국회법 절차에 따라 사회적 협의 기구가 필요하다면 상임위 논의과정에서 여야가 합의를 봐야하기 때문에 처리 날짜를 못 박을 수 없고. 법안 철회는 발의한지 얼마 안 됐다”고 말해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다. 법안의 연내 처리 문제를 두고도 김무성 대표는 여야 합의의 문제라고 만 대답했다.

공투본 측은 “김무성 대표가 결정권을 가진 것 아니냐”며 “야당은 이미 연내처리가 불가능하다고 했고, 사회적 합의기구도 필요하다고 했다”고 강하게 답변을 요구했다. 김무성 대표는 “(내가) 결정권을 가졌다는 것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법안이 공동으로 발의돼 국회에 접수가 됐고, 법에 따라야 한다”며 “야당에서 사회적 협의 기구를 만든다고 하면 만들 수 있는 거고. 야당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충재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재차 “야당은 이미 연내 처리가 불가능하고, 합의기구를 꾸리자고 공언을 해왔다. 이 부분에 있어 대표의 입장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입장을 요구했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합의기구를 꾸릴 것인가 말건가는 법안 자체를 논의할 상임위 과정에서 여야 합의로 필요하다면 둘 수도 있지만, 확답할 수 있는 건 아니”라며 “국회 구조자체가 대표가 답할 수 없다. 원안대로 통과되는 경구가 없고, 공청회도 하고 논의과정에서 반영될 수 있는 건 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여야 상임위에서 풀겠다고만 하는데,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겠다고 새누리당에서 밝혀 주면 야당에서도 말이 나오고 정부도 나오게 된다. 저희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김무성 대표께서 사회적 합의기구에 대한 의사가 있는지 답변이 필요하다. 또 연내 처리 입장을 계속 밝혀오셨는데 법안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대화를 해야 이 자리가 지속가능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무성 대표는 “오늘 자리를 끝장토론이라고 한 것은 여러분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고 한 뜻”이라며 “그게 끝장토론으로 표현된 것이다. 무슨 말을 하시든 다 듣겠다는 것이다 .우리를 열린 자세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어 “연내처리 문제는 국회 선진화법이 있어서 야당이 반대하면 안 된다. 연내처리를 못 박은 바가 없지만 가능하면 빨리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맞다”며 “합의기구는 안전행정위원회에서 기구가 필요하다고 하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좀 열린 자세로 흥분하지 마시고 차분하게 얘기해 달라”고 했다.



공투복 쪽은 재차 야당이 사회적 합의기구를 거론한 상황에서 새누리당만 결단하면 이날 만남에서 구체적으로 합의기구 구성 방식이나 절차를 논의하면서 연금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대표도 재차 “어디까지나 의원발의 한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표현도 틀리다”며 “의원발의로 접수된 만큼 일단 절차대로 가야 한다. 안행위 간사가 여야 간에 사회적 협의기구를 만들어서 심도 있게 논의하면 된다. 당장 제 개인의 입장에서 협의기구를 만들라고 강요할 수 없다. 답변할 수 없다”고 말해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공투본 대표자들이 “이 자리에서 사회적 합의기구에 대한 결정을 못해주면 더 이상 얘기할 명분이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면서 간담회는 30여분 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이충재 위원장 등에게 악수라도 하고 가자고 요청했지만, 공투본 관계자들은 곧바로 당 대표실 문밖으로 나가 이날 회동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충재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오늘처럼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대화가 아니라 공무원 이해당사자, 국민들, 전문가들과 여야가 함께 모여서 논의 해야 한다”며 “새우리당 개정안은 졸속을 넘어 꼼수와 기만으로 점철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 법안의 모든 과정과 재정 추계를 비롯한 것들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안양옥 회장도 “새누리당과 정부가 만든 법안이 진정으로 국민통합을 위한 법안인가에 대해 의구심 갖고 있다”며 “공투본. 여섯 개 단체는 대안을 만들고 있고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안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공투본은 재차 공무원연급법 개악(안)철회와 사회적 합의체 구성, 공투본 참여보장이 대화와 타협의 장을 여는 유일한 열쇠라며 김무성 대표의 판단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또 애국심 호소만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오늘 토론은 공무원들의 입장과 의견을 청취하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며 “그런데 공투본 대표자들은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를 위한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 연내처리 문제, 당론발의 공무원 연급법 개정안 철회 의사 등에 대한 즉각적인 대답을 듣지 못하자 퇴장하면서 이번 토론이 파행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투본이 요구하는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은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며 “의원 발의 법안은 국회법 절차대로 가야하고, 사회적 협의기구는 필요하다면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해 만들면 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권 대변인은 “적은 월급에도 애국심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공무원들의 노고를 잘 안다”며 “여러분께 내일의 대한민국을 일구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애국심 호소로 브리핑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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