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정부보전금 재정추계치 과대평가 가능성제기

김성희 교수, “추계방법, 추계자료 비공개로 검증 거치지 못한 한계”
양재진 교수, “하후상박, 결국 사적연금 시장 발판 될 것”

연금학회와 정부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근거로 삼고 있는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용역보고서의 정부보전금 재정 추계가 과대평가 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KDI 재정추계 방법과 재정추계에 사용된 자료 공개 요구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새정치연합 전국노동위원회, 노웅래, 이인영 의원 주최로 열린 ‘공적연금의 합리적 개편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성희 고려대 연구교수는 ‘정부(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발표했다.

김성희 교수는 박유성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의 곧 발표할 미발표 논문 내용 일부를 제시하며 “KDI 연구용역보고서와 박유성 교수의 정부보전금 추계치가 적게는 연간 3천억 원에서 많게는 10조원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며 “2017년 양자의 격차는 1조원 수준이 되고 2026년 5조원, 2080년에는 10조원을 넘어선다. 만약 박유성 교수의 추계치가 좀 더 적절하다면 KDI 추계치에 근거를 둔 정부보전금 문제는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박유성 교수는 2010년 통계청 인구추계 오류 지적 및 수정안 발표, 2012년 국민연금 재정추계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제기 및 추계 모형 발표 등으로 인구추계 및 이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 재정추계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박유성 교수는 조만간 공개적인 경로를 통해 자신의 추계방법과 자료에 대해 자세한 소개를 할 예정이다.

김성희 교수는 “기본 가정에 따라 재정추계치는 굉장히 많이 좌우 된다”며 “가정이 납득이 가는 과정이냐 그에 따른 재정추계냐를 검증하지 않는다면 공무원연금 개혁은 잘못된 추계와 근거로 정부든 여당이든 헛 돈질로 우리에게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희 교수는 또 “과소평가된 추계치는 미래의 위험에 적절하게 대비하지 못하고, 과대평가된 추계치는 현재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장기재정추계는 문제의 진단과 해법 모색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첫 단추이며, 충분한 연구기간동안 여러 전문가의 심도 있는 논의와 작업이 진행돼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추계방법 및 추계에 사용된 자료도 그대로 공개하고 여러 연구자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며 “이런 맥락에서 KDI 재정수지 추계치는 설령 적절하더라도 여타 전문가의 검증을 충분히 거치지 못한 점에서 심각한 한계를 지녔다. KDI만 재정추계 자료를 가지고 제한된 활용을 하면서 잘못된 입론에 의해 잘못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을 수 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성희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연금개혁 모델로 제시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사례를 두고는 “정부여당이 독일과 오스트리아 방식에서 착안한 것은 ‘더 내고 늦게 받는 방식’이기 때문이지만, 정부여당 방식은 ‘더 내고 덜 받으면서 늦게까지 받는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 나라들은 우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양호하고 다양한 노후소득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으며, 오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노후소득 복지체계나 공무원연금 제도를 개혁하면서도 우리나라의 용돈 국민연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재정부담을 감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내외빈. 왼쪽부터 이충재 공무원노조 위원장, 문희상 비대위원장, 이용득 전국노동위원장, 이석행 전국노동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부정부패 막으려 징계 시 연금 1/2로 삭감...국민연금화 하면?

이어 ‘공무원연금개혁과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제언’을 발표한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약한 국민연금으로의 하향평준화나 퇴직연금의 도입으로 사적연금만 키우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양재진 교수는 특히 공무원 연금을 매개로한 공무원 인사 정책무력화 문제를 지적했다. 양 교수는 “기존 공무원들은 재직 중 금고이상 형을 받거나 징계위 파면, 금품수수 해임 등의 경우 연금이 약 1/2 정도 삭감된다. 이는 국민의 공복으로 부정부패를 하지 말고 공직생활을 충실히 하라는 뜻”이라며 “신규 공무원들에게만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동일하게 만들면 이런 조치는 불가능하게 된다. 신규 공무원은 투잡을 뛰게 할 것인가. 같은 공무원은 연금제도의 차이를 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하후상박’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삽입 하겠다는 것을 두고도 “공적연금의 지지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며 “소득재분배로 연금액이 삭감되는 중상층 공무원은 억울해서 그냥 민간처럼 전액 순수소득비례형인 퇴직연금을 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공무원내 파워엘리트 그룹들은 공적연금의 규모를 조그맣게 만들고 퇴직연금을 해 달라고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사적연금이 공적연금의 빈자리를 메우게 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양 교수는 “사적연금은 국민 모두의 공멸”이라며 “사적연금은 관리운영비 수수료가 국민연금 보다 10배 이상 높고, 인플레이션에 취약하며, 공무원연금의 소득재분배는 연금 안에서 할 게 아니라 소득세 안에서 해야 한다. 그래야 공적연금도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이 국민연금 수준으로 하향평준화 되면 국민연금 가입자의 상대적 박탈감이 해소될지는 모르지만, 전체 국민의 안정된 노후소득 보장은 요원해 진다”며 “국민연금이 중향평준화 되는 계기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축사에 나선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모두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새누리당의 군사작전 식 개혁 추진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공적연금 개편이 필요하다는 정부입장을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들조차 배제한 체 군사작전 하듯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공적연금 개혁은 분명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적연금 개혁에 있어서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와 방향”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공적연금 재정 건전성 재고와 함께 공무원들의 적정 노후소득을 보장하고 제도개편 전후에 세대 간의 상대적 박탈감과 형평성 훼손을 최소한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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