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후보자 토론회, ‘진보대통합’, ‘총파업’ 등 놓고 치열한 공방

[2] 최대 정파연합 전재환 후보에 통합후보, 진보대통합 집중 질의
“총파업, 선언만으로 실행되기 만무”VS“민주노총 집행부 이끌었던 분들 반성없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신승철, 민주노총)의 첫 임원직선제에 출마한 총 4명의 위원장 후보들이 1차 합동토론회를 개최했다.

런닝메이트(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방식으로 출마한 4개의 후보조 중, 4명의 위원장 후보들은 15일 오후 8시부터 약 두 시간 가량 합동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주관으로 <국민TV>를 통해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은 민주노총 투쟁, 조직, 정치연대의 혁신과제와 비정규직 조직화사업 전략 등에 관련한 각자의 정책 공약을 제시했다.

다양한 정책 공약 중, 기호 1번 정용건 후보는 ‘사회연대전략’을, 기호 2번 한상균 후보는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기호 3번 허영구 후보는 ‘민주노총 혁신’을, 이호 4번 전재환 후보는 ‘노동중심의 진보대통합’을 각각 내세우며 타 후보자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특히 후보별 지정토론에서 한상균-전재환 후보는 진보대통합과 총파업 실행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기도 했다.



“통합지도부? 집행권 유지위해 급조된 통합선본”
VS “정파와 관련해 누구도 자유롭지 못해”


지정 토론과 주도권 토론에서는 후보자들이 상대 후보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쟁점과 관련한 공방을 이어갔다. 특히 스스로를 ‘준비된 통합지도부’라고 내세운 전재환 선본은 민주노총 최대 정파인 전국회의를 비롯해 중앙파와 국민파가 연합해 출마한 만큼, ‘통합지도부’에 대한 의미와 ‘진보대통합’을 둘러싼 후보자들의 집중 질의가 다수 이어졌다.

한상균 후보는 전재환 후보 측에 “스스로를 ‘통합지도부’라고 내걸고 있다. 다른 세 후보도 있는 상황에서 통합지도부가 무슨 의미인지 알 길이 없다”며 “현재까지의 (정파 간) 단일화가 통합이라고 생각하나. 그런 통합이라면 집행권 유지를 위한 봉합이며, 전체 조합원 단결과는 거리가 먼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진보정당 분열의 당사자들이 이번 선거를 위해 급조된 통합선본을 꾸렸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상균 후보는 “조합원들이 진보정당에 몸과 돈을 댔지만 정당 정파의 도구로 전락했고, 치열한 패권 다툼으로 민주노총 자체가 갈갈이 찢어졌다. (정파) 연합 세력은 1기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평가도 서로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오랫동안 진보정당 대통합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급조된 대통합이 아니냐. 민주노총 후보로 갑자기 대통합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전재환 후보는 “진보정당 문제와 관련해 과거를 되돌아보고 성찰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며 “정파 주도권에 근거해 사분오열 된 상황을 통렬하게 반성하고 평가해야 한다. 잘못된 지점에 대해서는 잘못했던 당사자에 대한 조치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건 후보는 전재환 후보를 상대로 내부 정파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정용건 후보는 “정파가 민주노총에 복무해야 함에도 오히려 정파가 대중조직 위에서 흔들고 있다. 민주노총이 어려워 진 것은 특정정파가 사람을 세워 권력을 이어나가기 때문이다. 겸허하게 귀담아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전재환 후보는 “정파와 관련해서는 여기 나와 있는 모든 후보가 자유롭지 못하다. 정파 입장이 다양하지만, 서로 다른 정파가 힘을 합쳐 대동단결하자는 취지로 통합지도부를 구성했다”고 답변했다.

또한 정용건 후보는 전재환 후보에 “조합원들이 정치세력화를 위해 다양한 기여를 해 왔음에도, 오히려 민주노총이 진보정당에 공격을 당한다. 진보정당에 대한 입장을 말해 달라”고 요구 했다. 전재환 후보는 “진보정당 문제는 재정립해야 한다. 80만 민주노총 대중조직이 힘을 모아 재편, 재정립하지 않으면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요원하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동자 중심성을 확고히 하는 진보정당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영구 후보는 전재환 후보 측에 “지난 7기 간선제 임원선거에서 당시 이갑용 위원장 후보가 1차에서 1등을 해 찬반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대의원대회가 열렸다. 하지만 투표에 들어가자 전재환 후보 진영 동지들이 대거 이탈해 위원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3차에 가서 전재환 후보처럼 연합한 후보가 나와 경선에서 졌다. 그런 부분에 대한 책임과 연합후보 진영의 행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고 묻기도 했다. 이에 전 후보는 “민주노총 중앙 임원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다. 그 책임을 저한테 묻는 것은(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총파업, 선언만으로 실행되기 만무”VS“민주노총 집행부 이끌었던 분들 반성없다”

한상균 선본이 주요 공약으로 내건 ‘2015년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에 관한 질의도 이어졌다. 전재환 후보는 현재 여건 상 선언만으로 총파업을 성사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재환 후보는 “노동자 투쟁의 절박성에 대한 이견은 없지만, 민주노총이 그동안 매해 총파업 투쟁, 총력투쟁이라는 명칭을 비슷하게 붙였다. 하지만 투쟁전선을 만드는 것은 현장으로부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한상균 후보는 노동자들의 현실이 너무 절박하기 때문에 총파업으로 가야 한다고 제시했는데, 총파업을 만들어가기 위한 구체적 과정과 성공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고 질의했다.

이에 한상균 후보는 “뻥파업에 많은 조합원이 실망했고, 출장파업에 에너지를 소비했다. 현장에 가 보니 조합원 대다수가 파업이 당연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번에 안 싸우면 언제 싸울 거냐고 이야기 한다. 이는 놀라운 일”이라며 “선거 때부터 총파업을 조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거를 통해 총파업을 조직하고 부문별 의제를 하나로 모아내고, 지도부가 솔선하면 산별은 따라온다. 목숨을 거는 것을 대 전제로 분명히 (총파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상균 후보는 전재환 선본이 제시한 ‘2016년 2017년 총, 대선 국면에서의 대중, 정치투쟁’ 공약이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한상균 후보는 “아직까지 민주노총 집행부를 이끌었던 분들이 별로 반성이 없는 것 같다. 전재환 선본은 준비된 지도부라고 내걸었는데, 이는 과거의 10년을 답습하겠다는 의미다. 정책공약을 보면 산별이나 진보대통합 등 낯익은 이야기가 나오고, 내년 준비기를 거쳐 2016~2017년 총.대선을 겨냥한 투쟁을 말하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2012년에 한 번 써먹었고, 실패로 드러난 전략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서 “박근혜 레임덕 시기를 앞두고 내년부터 정권의 파상 공세가 들어올 텐데, 연금개악과 노동권, 민영화 등의 투쟁을 총대선에 맞물려 밀어 넣고 준비기간을 많이 갖겠다고 한다. 임기 시작하자마자 들어오는 정권의 살인적 탄압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 것인지 답변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재환 후보는 “저는 준비된 투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긴박하다고 해서 현장에 아무런 준비도 안 돼 있는데 총파업을 선언한다고 투쟁에 동참하기란 만무하다”며 투쟁 전술과 관련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또한 한상균 후보가 지난 민주노총 집행부의 반성을 재차 요구하자, 전재환 후보는 “앉아계신 후보 두 분은 민주노총 부위원장 역할을 하셨지만, 저는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경험 밖에 없다. 정파적으로도 문제 될 것 없다. 비대위원장 당시 국회 앞 치열한 비정규직 투쟁으로 구속, 해고 된 바 있다”고 반박했다.

오는 23일 언론사 합동 2차 토론회, 29일 3차 토론회 열려

전재환 후보는 토론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민주노총이 과거를 되돌아 볼 시간이 없었고, 미래 발전 전략을 생각해 볼 겨를도 갖지 못했다. 민주노총의 20년이 되는 해, 걸어왔던 길을 정확하게 평가, 재정립하고 앞으로 민주노총 20년을 어떻게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미래발전전략을 세우겠다”며 “후배 노동자들에게 좋은 토대의 노조를 만들어서 물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한상균 후보는 “변방의 해고노동자가 민주노총 후보에 출마한다고 하니 말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적당히 투쟁하는 척 하는 것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민주노총 내부를 치장하는 것만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내부 문제를 핑계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허영구 후보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네 식구 입에 풀칠하기 어려운 절망의 시대에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전체 노동자 입장에서 투쟁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을 바꾸어야 한다”며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며 조합원의 의견을 듣고 노동자를 만나겠다. 취임식이 투쟁 선포식이 되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용건 후보는 “저는 사무직 노동자이지만 투쟁을 마다한 적이 없다. 외환카드 해고노동자를 안고 투기자본 론스타에 맞서 10년간 투쟁했고, 코스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공권력 투입에 맞서 청와대 앞 20여 일 간의 단식을 했다”며 “여전히 우리는 자랑차게 민주노총의 깃발을 부여안고 가야 한다. 실력 있는 지도부로서 사회연대전략의 공간을 반드시 열겠다”고 밝혔다.

한편 후보자들은 향후 대구, 경남, 전남, 광주, 전북 등 지역을 순회하며 합동연설회를 개최하며, 오는 23일 언론사 합동 2차 토론회를 개최한다. 오는 29일에는 마지막으로 3차 합동 토론회가 열린다. 선거운동은 내달 2일 종료되며, 12월 3일~9까지 투표가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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