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은 여전히 진행형

[팩트를 채우는 미디어비평] 준비없는 우리에게 통일은 쪽박될 수도

지난 9일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을 맞아 국내외 여러 언론이 이 뉴스를 앞다퉈 다뤘다. 겉보기에는 독일은 성공적으로 다시 하나가 된 것처럼 보인다. 조선일보는 10일 국제면에 베를린장벽 앞에 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꽃을 든 사진을 실었고, 한겨레신문도 10일자 14면에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근처 옛 베를린 장벽 자리를 따라 설치된 하얀 풍선으로 만든 조명 사진을 실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동독 출신 독일인들은 75%가 통일해서 잘 됐다고 답한 반면, 서독 출신 독일인들 가운데 통일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 사람은 절반에 그쳤다. 독일 통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굳이 14년 전에 나온 이해영 교수의 책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를 읽지 않아도 된다. 오늘 당장 서독 지역과 동독 지역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1유로나 차이가 난다. 이것만 봐도 독일 통일은 끝나지 않았다. 노동시장의 통일은 25년이 지난 지금도 요원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3일자 한 칼럼에 매우 상징적인 사진을 곁들여 미완의 독일 통일을 알렸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찍은 베를린 시내의 야간 사진을 보면 서베를린은 녹색이고, 동베를린은 노랗다. 1970~80년대 환경운동이 활발했던 서베를린은 도시의 모든 가로등을 일찍 친환경으로 바꿨다. 그러나 동베를린은 여전히 분단 시절에 설치한 등을 그대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과 함께 갑자기 자본주의 경쟁에 내몰린 동독지역 노동자와 시민들은 여전히 서독을 따라가기 버겁다. 동서독의 소득격차와 실업률 등이 이를 대변한다.

동독지역은 고용률도 낮아 갈수록 낙후돼 외국인을 배척하는 인종혐오주의도 늘어 점점 더 우경화됐다. 통일 이후 자본주의가 가져다줄 달콤한 과실 대신 쓰디쓴 빈부격차의 아픔을 맛본 동독지역 시민들은 민족민주당(National Democratic Party) 같은 극우정당에 쏠리고 있다.

통일 25년이 지난 지금도 일부이긴 하지만 사회주의 정책의 잔재들이 남아 있기도 하다. 통일 전 동독 정부는 0~2살 육아를 사실상 책임졌었다. 이 유산이 아직도 남아 동독지역 아이들은 대부분 집이 아니라 어린이집에서 자란다. 독감 예방주사도 마찬가지다.
꽤 오랜 시간 준비한 끝에 이뤄진 독일 통일도 초기 2~3년 동안 해마다 약 40만 명의 동독 주민이 서독으로 밀려들었다. 이런 이주 러시는 통일 이후 10년 넘게 계속됐다.

한국노동연구원도 2003년 ‘통일 실현시 경제안정화를 위한 주요 정책과제’라는 보고서에서 남북한 통일 직후 최소 140만 명에서 최대 600만 명까지 북한 주민의 남한 이주 러시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통일 25년이 지나도 온전한 통일을 이루지 못하는 독일을 보면서 아무 준비 없이 지내는 우리의 미래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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