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개혁의 역설적 효과와 대학의 위기

[주례토론회] 대학교육 패러다임의 해체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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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학의 ‘위기’란 무엇인가?

‘대학의 위기’라는 표현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1980년대 대학의 위기는 학생들의 ‘좌경화’ ‘폭력시위’ 등과 관련된 표현이었다. 당시 언론은 대학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학칙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대학교육의 정상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화 이후인 1980년대 말부터 대학의 위기는 대학교육의 ‘수월성’ ‘경쟁력’ 및 학교운영 재원의 부족과 관련되기 시작했고, 대학정원 자율화와 기부입학제 등이 재정난의 타개책으로 제시되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학운영의 위기는 더욱 강조되었고, ‘대학 구조조정’에 관한 언론기사의 수가 급증했으며, 2000년대에 이르면 WTO체제로 국내 대학들이 겪게 될 국제적 경쟁,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지방 사립대학들의 존립 위기 등이 대학의 위기 담론에서 주를 이루게 된다. 그리고 2000년대 말에 이르면, 대학이 재정 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강행해왔던 대학 구조조정과 여러 고등교육개혁 정책들의 결과로 대학지성의 위기, 인문학의 위기, 학내 민주주의의 위기 등이 대두된다. 이렇게 대학과 관련해 ‘위기’라는 표현은 한국사회의 정치경제적 조건에 따라, 그리고 교육정책입안자·대학운영자·교수·학생 등 대학과 관련된 행위자들의 서로 다른 입장에 따라 대학의 각기 다른 문제적 상황을 지칭하는 데 사용된 것이었다.

본고는 이러한 대학 위기의 실체를, 여러 행위자들의 관점을 아우르는 구조적 차원에서 파악하고자 기획된 것이다. 이는 현재의 대학 위기가 단순히 정부의 재정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거나, 기업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기 때문이라거나, 대학재단이 사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하는 등의 단면적 비판을 넘어서, 정부· 기업· 대학 등 고등교육과 관련된 주체들이 현재와 같은 형태의 고등교육개혁 과정에 참여할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규범 혹은 가치체계에 주목하겠다는 말이다.

정부·기업·대학 등이 다 같이 고등교육개혁의 과정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규범은 1980년대부터 지배적 담론으로 형성되어 1990년대 이후 각종 교육개혁 정책을 통해 현실화된 정보화와 세계화 패러다임에 있다. 교육개혁추진세력이나 정책 입안자들이 내세웠던 ‘지식정보화’ ‘세계화’ 등의 구호는 단지 추상적인 구호로만 머물지는 않았다. 그것은 정보화와 세계화에 더 많은 기여를 하는 대학·학과·교수 혹은 교육과정 등에 더 많은 공적 재원을 분배하는 가치체계를 형성함으로써 1990~2000년대 고등교육개혁을 추동해왔던 것이다.

1990~2000년대 한국 고등교육개혁은 무엇보다도 대학들 간의 경쟁체제를 확립하는 과정이었다. 즉 대학의 교육 및 연구 성과를 수량적으로 평가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공적 재원을 차등 분배하는 정책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고등교육개혁은 궁극적으로 정부·기업·대학 삼자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였다. 기업은 대학으로부터 지식과 인력을 공급받아 부가가치를 증대시키고, 대학은 기업의 기부금으로 운영재정을 충당하며, 국가는 대학을 자립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 향상이라는 결과를 얻게 되는 정부·기업·대학의 선순환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고등교육개혁의 기획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오늘날 대학 위기의 핵심이라는 것이 본 발제의 핵심적 주장이다.

2. 기존 ‘대학비판론’ 비판하기

2.1. 고등교육의 ‘공공성’ 부재에 관한 비판

2000년대 이후 대학비판 담론의 지형에서 비중 있는 논의의 한 형태로 대학의 ‘공공성’ 부재에 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들은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대를 위한 대안으로 국가의 재정지원 확대, 사립대학의 국·공립화와 대학의 평준화를 내세운다. 이는 공공성을 교육의 제공자·비용부담·교육대상 등 공교육의 ‘형식’ 측면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교육의 공공성은 무엇을 교육하는가와 교육의 목표가 무엇인가라는 ‘내용’의 측면에서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 만일 모든 대학이 국·공립화되고, 국가가 대학재정 전체를 부담하게 된다고 해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남기 때문이다. 첫째, 정부는 아무런 가치판단 없이 교육의 비용만을 제공하는 가치중립적인 통치기관일 수 있는가? 둘째, 대학운영에 있어서의 형식적 공공성은 교육 및 연구의 내용 측면에서의 공공성을 자동으로 보장해줄 것인가? 즉 국가가 그 비용을 부담하기만 하면 모든 교육과 연구는 그 내용과 상관없이 공공성을 갖는가? 형식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교육 공공성 개념은 대학 공공성의 확보를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따라서 대학의 공공성 부재를 비판함에 있어서도, 교육의 내용과 목표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본고에서는 대학의 교과과정과 교육의 목표가 대학이 속해있는 사회의 가치체계 변화에 따라 함께 변동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즉 1960~70년대와는 다른 1990~2000년대 사회의 ‘공통 목표’가 고등교육제도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2.2. 대학의 ‘기업화’에 관한 비판

2000년대 대학비판 담론의 또 다른 축으로 ‘대학 기업화’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대학 기업화 비판은 고등교육 공공성의 문제를 자본주의 및 기업의 사회 지배라는 구조적 문제와 연관시켰으며, 대중적인 비판의 언어를 제공했다는 의의를 가진다. 그러나 대학 기업화 비판은 기업과 자본을 사적 영역에, 정부와 국가를 공적 영역에 두는 이분법적 사고틀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이러한 이분법에 근거할 경우, 앞서 말한 고등교육 공공성 논의에서처럼 대학의 공공성을 정부 혹은 국가가 제공하는 형식적인 차원의 문제로 단순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국가가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대학의 수익사업을 보장하고, 정부가 대학 재정지원을 차등화하는 정책을 통해 기업화를 추동하는 것은 국가와 자본의 이분법적 사고의 틀을 넘어서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본고에서는 정부·기업·대학이 어떠한 사회 공통의 목표에 근거하여 관계 맺고 있는가에 주목함으로써 대학 기업화 담론이 전제하고 있는 ‘국가/자본’의 이분법을 넘어서고자 한다.

3. 정부·기업· 대학의 선순환구조 구축의 시도

1990~2000년대에 전개된 한국 고등교육개혁은 크게 세 단계를 밟아왔다. 첫 번째 단계는 1996년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으로 대학 수가 늘어나고 대학 모델이 ‘다양화’된 것이었고, 두 번째는 2003년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 후 정부·기업·대학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나타났다. 세 번째 단계는 2000년대 말 정부의 부실대학 관리 체제가 강화되고, 대학의 수익사업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자율화 조치와 함께 등록금에 대한 규칙이 생긴 것이다. 이 중 세 번째 변화는 첫 번째 대학설립준칙주의로 인한 부실대학의 발생과 두 번째 산학협력체제 구축의 실패로 인한 대학등록금 상승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따라서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가 고등교육개혁의 ‘기획’과 그 진행을 보여준다면, 세 번째 단계는 고등교육개혁의 실패와 ‘효과’의 측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3.1. 대학의 양적 팽창과 ‘다양화’

1996년에 '대학설립·운영규정'이 제정되면서, 대학 설립주체는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의 매우 낮은 기준에만 부합하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에도 교육부장관의 재량에 따라 설립인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학설립준칙주의의 도입과 함께, 1997년 고등교육법 내에는 기술대학, 대학원대학, 원격대학 등 새로운 대학 모델에 관한 조항들이 만들어졌고, 이는 대학의 양적 팽창과 대학 유형의 다양화를 유도한 동시에 부실대학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3.2. 대학·기업·국가 간 선순환구조 구축

2003년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산학협력법')은 산업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과 산업체인 ‘기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연구기관을 포함한 ‘국가’의 인력양성 및 지식생산에 있어서의 상호협력 관계를 규정하고 있다. 산학협력법은 ‘산학협력단’ ‘학교기업’ ‘기술지주회사’ 등에 관한 조항을 포함하며, 각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산학협력단 : 대학의 산학협력 업무를 관장하는 조직으로 산학협력계약의 체결 및 이행, 산학협력사업과 관련한 회계 관리, 지적재산권 취득 및 관리 업무, 대학의 시설 및 운영의 지원, 기술 이전 및 사업화 촉진 업무 등을 맡는다. 산학협력단의 수입원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산학협력에 관하여 접수한 기부금품, 학교기업의 운영 수입금, 그 외 이자수입 등이다.

2) 학교기업 : 학생 및 교원의 현장실습교육과 연구, 산업체 등으로의 기술 이전 등을 촉진하기 위하여 특정 학과 또는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물품의 제조·가공·수선·판매, 용역의 제공 등을 행하는 부서

3) 2007년에는 기술지주회사의 설립·운영, 자회사의 설립 등에 관한 조항이, 2011년에는 인력의 공동 활용과 파견, 연구시설·장비의 공동 활용 등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었다.

'산학협력법'에 기반하여 정부는 2004년부터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 ‘학교기업지원사업’ ‘커넥트코리아사업’ 등의 산학협력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 산학협력중심대학 사업은 참여정부의 ‘신 산학협력 비전 및 추진 전략’에 따라 산업자원부·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국가균형발전위원회 3개 부처가 공동 추진한 것으로, 각 지역에 산학협력체제의 구축 및 확산을 선도하기 위한 중심대학을 지정·육성함으로써 지역산업을 혁신하고, 이른바 ‘자생적 지역혁신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1단계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은 2004년 9월부터 2009년 6월까지 5년 간 총 2,155억 원의 공적 재원을 투자하여 추진되었으며, 지역별 전략산업 관련 학부/학과를 지정하여 대학이 보유한 지식 및 기술 자산을 산업 혁신에 활용하게 만들고, 이러한 산학협력중심대학의 대학운영위원회에는 산업계 전문가들이 60% 이상 참여하도록 하여 대학교육이 산업계 중심으로 재편되도록 하는 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요컨대 이 사업은 지역대학이 기업의 필요에 부응하게끔 재구조화함으로써 대학·기업 간 협력관계를 만들고, 이를 통해 대학이 재정적으로 자립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학교기업 지원 사업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총 370개 학교기업에 95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 사업은 학교 부서의 일부로 기업을 설치하여 학생들에게 기업 현장체험 및 실습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현장적응형 인재’를 양성하고, 이를 통해 생산된 재화 및 서비스를 판매하여 생긴 수익금이 교육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와 함께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와 지식경제부는 대학과 연구소 내의 기술이전전담조직(TLO, technology licensing office)을 선정하여차등 지원하는 커넥트코리아사업을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간, 매년 60억 원의 공적재원을 투자하여 추진한다. 이 사업은 대학 및 연구소가 보유한 기술자산을 기업으로 이전함으로써 산학협력을 활성화한다는 목적 하에 도입된 것이었다. 이 사업으로 대학에 특허 발굴 및 관리를 수행하는 인력(변리사, 기술거래사 등)이 대학에 투입되기 시작했고, 기술이전을 전담하는 마케팅 인력이 채용되는 등 대학의 인적 구성에 변화가 일어났다. 이와 같은 사업들은 정부·기업·대학의 <그림 1>과 같은 선순환 관계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이러한 각종 산학협력 관련 사업들은 기업이 대학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대학운영 자체에 산업계가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고, 대학이 직접 상품을 생산·판매하여 수익을 내도록 하며, 대학의 연구 성과를 기업으로 이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산학협력 정책의 목적은 대학의 ‘기업화’를 추동함으로써 대학의 공공성을 제거하고, 대학을 기업의 이윤에 복무하도록 만들려는 것이었을까? 필자는 산업과 대학의 협력관계를 만들려는 고등교육개혁의 두 번째 단계가 정보화·세계화 패러다임 하에서 대학의 새로운 공공성을 구축하려는 기획이었다는, 기존의 대학기업화 비판담론과는 상이한 견해를 제출하고자 한다. 즉 산학협력 정책은 기획의 측면에서 볼 때 새로운 공공성 창출을 목표로 하였으나, 효과의 측면에서 볼 때에는 오히려 고등교육으로 하여금 공공성을 완전히 상실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본 연구의 결론이다.

과거에 대학은 지식인의 사회비판 기능을 통해 공공성을 창출했었다. 그러나 산학협력 정책은 대학이 “쓸모 있는”, 즉 사업화 가능한 지식을 생산하게 함으로써 공공성을 창출하게 만들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앞으로 보게 될 몇 가지 지표들은 국가·기업·대학의 지식 순환이 결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대학은 고등교육개혁 과정에서 사회비판적 기능까지 상실함으로써 어떠한 공공성도 갖지 못하게 된 것이다.

4. 대학은 ‘기업화’ 되었는가?

4.1. 기업적 사고방식의 대학지배

대학은 문화적 측면에서 볼 때 기업화되었다. 대학교육의 수월성과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목적 하에 도입된 ‘자율화 → 평가 → 행·재정지원 연계’ 정책은 대학운영에 관한 사고방식, 대학총장 및 교직원들의 정체성 등을 바꾸는 효과를 거두었다. 대학공동체를 운영하는 일은 ‘경영’과 ‘마케팅’의 범주에 속하게 되었고, 대학총장은 ‘경영인’이 될 것을 요구받는다. 대학에 대한 기업식 경영, 경제적 효율성에 대한 강조와 교육 및 연구에 대한 수량적 평가는 수익성이 없는 학문이나 수량적으로 평가되지 않는 대학의 전통적 가치들을 대학 밖으로 밀어낸다.

대학의 운영이 ‘대학 경영’으로 바뀔 때의 가장 큰 문제는, 경영에 관한 비전문가인 대부분의 교수 및 학생들이 대학 내 의사소통 절차에서 배제된다는 데 있다. 대학 경영은 경영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지는 특수한 업무가 되고, ‘학문 공동체’로서의 이상이나 민주주의적 의사결정 과정 등이 무시된다. 총장들은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잡음’을 무마시키기 위해 전문 컨설팅업체에 구조조정 계획서를 주문한다.

4.2. 고등교육개혁의 실패, 반응, 그리고 대학의 위기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대학의 ‘기업화’는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문화적인’ 것과 ‘경제적인’ 것을 구분할 수는 없지만, 필자는 대학구성원들을 기업적 사고방식에 순응하도록 압박하는 고등교육개혁의 문화적 성공과 정부·기업·대학 간 협력관계를 구축하지 못한 경제적 실패가 갖는 역설적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이 둘을 구분해보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의 고등교육개혁이 신자유주의적 대학 정책들을 정당화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지식과 산업과 사회의 선순환 관계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립대학의 기부금 수입, 대학 산학협력단 운영수익 현황, 사립대학의 등록금의존율과 관련된 여러 통계들을 볼 때, 지식·산업·사회의 선순환구조는 형성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산학협력단의 운영수익을 나타낸 <표 1>에 의하면 전체 산학협력단 수익 중 산학협력수익은 약 15%를 차지하는 데 비해, 정부 지원금이 7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즉 산학협력단 운영에 있어 정부 지원금에 대한 의존율이 매우 큰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산학협력 활발’형 대학이 7개 대학에 불과하다는 송수연(2009)2의 연구 결과를 고려할 때, 대부분의 대학들은 산학협력단 운영비용의 대부분을 정부보조금에 의존하고 있을 것이다. 극소수의 상위권 대학들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 전체를 볼 때, 대학에서 기업으로의 기술이전 및 그로 인한 대학의 수익창출 구조는 형성되지 않은 것이다.


또한 고등교육개혁이 추진되었던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간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등록금 의존율은 1995년 68.8%, 2000년 69.2%, 2005년 73.9%로 높아졌다가 2010년 71.5%, 2011년 71.2%, 2012년 66.6%로 점차 낮아진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등록금의존도가 낮아진 것 자체는 긍정적 현상이지만, 이는 2010년부터 등록금인상률 상한제와 등록금심의위원회가 도입되어 등록금인상이 억제되고, 2012년 국가장학금제도를 통해 국고보조금이 투입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대학교육연구소, 2013). 즉 2000년대 후반부터의 등록금 의존율 하락은 지식·산업·사회 간의 선순환 구조 확립 때문이 아닌, 등록금의 폭등을 규제하기 위한 사후적 조치들에 따른 결과인 것이다.

고등교육개혁이 이처럼 실패하면서, 대학 교육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등록금 부담만을 안겨줄 뿐 개인의 학문적 욕구나 직업적 성공 중 어느 것도 보장해주지 못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반작용, 즉 고등교육개혁의 실패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 최근의 대학거부 선언, 반값등록금 투쟁,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 시위, 대안대학 운동 등이며, 이는 현 고등교육정책 패러다임이 더 이상 정당성을 갖지 못하며 새로운 공공성을 구상할 때가 왔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5. 결론

1980년대부터 ‘정보화’ ‘세계화’ 아이디어가 부상함으로써 대학은 1960~70년대와 달리 한국사회의 기축제도로서 위상을 갖게 되었다. 고등교육개혁 정책은 국가 경쟁력과 긴밀히 연관된 대학교육의 수월성, 경쟁력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었으며, 이를 위해 대학평가와 재정지원을 연계하는 신자유주의적 대학개혁을 추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대학의 정체성이 기업가적인 것으로 변화했으며, 대학은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우선하는 기업적 사고방식을 따르게 된다. 반면 정부·기업·대학 간 협력관계는 각종 산학협력 관련 사업들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구축되지 못했다. 그 결과, 대학생들은 더욱 획일화된 질 낮은 교육과 대학의 비민주적 운영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높은 등록금을 부담해야 했다. 대학개혁은 인력양성 및 지식생산의 측면에서 모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 갖고 있었던 사회 비판적 기능까지 상실하여 사실상 아무런 기능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으며 이것이 바로 2000년대 말 이후 대학 위기의 실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서 나타나고 있는 대학비판 담론, 대학거부 운동, 반값등록금 투쟁, 대안대학 등은 현 고등교육개혁 패러다임의 해체 징후들이다.

각주

1) 본고는 발제자의 중앙대 대학원 문화연구학과 석사학위 논문인 "1990-2000년대 한국 고등교육개혁과 대학문화의 변동 : ‘정보화’ ‘세계화’ 패러다임에 의한 대학·지식·지식인의 의미변화를 중심으로"를 요약·재구성한 것이다.

2) 송수연 (2009). "산학협력 활동을 통해 본 대학의 기업화 현상", 한국사회학회 국제사회학대회 학술발표자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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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생기

    대학의 기업화를 산학협력 수준으로 본다면 아직 대학의 기업화는 본격화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노동의 관점에서 대학의 운영을 보면 급속도로 대학은 기업화되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대학에서 생산하는 지식이 누구를 위한 건지도 봐야겠지요. 기업을 위한 게 대부분 아닌가요?

  • 안생기

    대학 '기업화'의 핵심 논제는 자본주의에서 대학은 별개의 고상한 조직이 아니라는 점, '기업'의 본질은 '이윤'을 추구한다는 점, 한국 대학의 80%가 사학재단이 배를 불리는 사립대학이라는 점, 대학들은 등록금이든 정부보조금이든 뭐든 최대한 받아내서 자산을 증식한다는 점, 그 자산 일부는 축적하고 일부는 상층부가 나눠먹으면서 다수 대학 노동자들을 착취한다는 점, 결정권을 가진 사립대학 이사회의 구조가 기업 이사회와 다를 바 없다는 점,대교협은 대학판 경총이라는 점 등을 강조하는 것이라 봅니다. 계약학과 확대, 기업총수가 대학 오너 행사하는 것 등은 오히려 지엽적인 것이지요. 대학이 기업화 되는 걸 막으려는 공공성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데 그건 교육재정확충만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지배구조 자체가 바뀌어야지요. 교수-교직원-학생/학부모-시민단체 등이 권한을 가져야 하고 대학에서 생산한 지식이 공동체를 위해 복무할 수 있도록, 또 복무하도록 만드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시장의 논리가 아니라 사학재단의 입김이 아니라 서열에서 상층부를 차지하는 집단의 목소리가 아니라 국가가 그 일을 하도록 사회운동진영이 강제하고 나서야하지요. 학벌을 타파하고 서열을 없애면서 지배구조까지 바꿈과 동시에 고등교육재정을 획기적으로 확충하고 필요한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대학을 공공적으로 재편하지 않으면서 초충등교육 정상화나 입시폐지운동 성공을 기대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도 자본주의적 대학을 넘어서려는 시도가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